아래의 기사 내용은 본 기자가 2004년 3월 31일자로 [오마이뉴스]를 통해 쓴 주장글입니다.

온 국민은 대한민국 살리기 위해 주력하고 국가를 걱정하고 있지만 국회와 기득권층은 나라가 죽던 말던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것 같다. 지금의 형국이 그렇다. 특히, 검찰은 탄핵반대 집회를 불법이라면서 ‘탄핵무효 부패청산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 최열 공동대표를 비롯해 박석운 집행위원장, ‘국민의 힘’ 김명렬 공동대표와 장형철 사무국장 등을 집시법 위반으로 체포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를 보고 있자니 ‘강자 앞에 약하고 약자 앞에 강하다’라는 말이 뇌리에 스치는 것은 왜일까? 아직도 우리 사회에 기득권층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이 미치자 소름이 끼칠 정도다.

1960년 4월 19일. 그때 일어난 4.19혁명이 우리 헌정사상 처음 있는 국민적 저항운동이었을 것이다. 부정선거와 부패를 청산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힘으로 결국 이승만정권은 무너졌다. 그 후 우리 정치권은 장면 총리를 내세워 내각제를 구성, 민주주의의 토양을 일궈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5월 16일 아직 무르익지 않은 장면 정권 하에서 일본장교 출신인 박정희 소장이 군사쿠데타로 싹터가던 민주주의를 짓밟았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국민들은 이후 군대의 총칼에 의해 정치 구경꾼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입이 있어도 말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암울한 시기를 겪어야만 했다. 더구나 할말을 하는 언론인이나 학자들은 소리소문 없이 군사정권에 의해 사라져갔다. 그러나 군사정권을 찬양하고 온갖 아부를 했던 일부 언론은 기득권을 누리며 국민들을 윽박질러댔다.

그렇게 20여년이 흐른 1979년 10월 26일, 국민들은 박정희의 죽음으로 민주주의가 살아날 것을 기대하고 1980년 5월‘유신세력척결’과 ‘계엄철폐’를 외쳤으나 이 사건은 결국 국민들을 또다른 창살없는 감옥으로 몰아댔다.

전두환이 정권을 잡았고 수구언론은‘국가안정’과‘정의로운 사회’ 등을 외치며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였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시위를, 위정자들은 힘으로, 또 잘난 언론들로 국민의 귀와 입에 재갈을 물렸다. 또한 전두환 정권에 미움을 산 기독교방송을 비롯해 많은 언론사들이 통폐합이 되는 쓰라린 아픔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고 그들의 나팔수가 되어 준 수구언론은 승승장구하며 그들만의 기득권을 키워왔다.

이제까지 정치 구경꾼으로 있던 우리 국민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몰아 정치권에 대한 항의를 시작했다. 그 어떤 저항을 해도 북한 사주를 받은 빨갱이와 폭도로 매도하는 왜곡보도를 통해 물리적으로 재갈을 물렸지만 손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해서 가려지는 것도 아님을 보여 준 것이 바로 80년대 민주화 시위였다.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나선 80년대 시위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던져지고 밤낮으로 이어지는 시위는 그칠 줄 몰랐다. 이 시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하면서도 민주화 열망을 가진 국민들은 끝까지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시위에 참가하였다.

결국 많은 국민들의 힘으로 우리의 주권인 대통령 직접선거를 비롯해 민주주의 토양을 만들어 놨다. 하지만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놓은 토양을 정치권은 또다시 척박한 땅으로 만들어 놓았다. 국민들이 길거리에 나서서 만들어 놓으면 그걸 제대로 관리 못하는 정치권들. 이제까지 있었던 우리 국민의 시위는 폭력과 맞서기 위해 폭력으로 맞섰으며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다. 크고 작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길거리에 나서야만 하는 것도 우리 국민의 몫이었다.

그러나 밀레니엄 시대라고 하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국민의 시위문화는 성숙되어 갔다. 특히, 2002년 6월 월드컵 응원 이후 피와 폭력으로 일삼던 길거리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또한 그 해 12월 국민들은 미선, 효순양 추모 촛불집회로 더욱 성숙된 시위문화를 보여줬으나,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당시의 촛불시위를 ‘친미 대 반미’ 구도로 만들면서 성숙된 시위문화를 왜곡시켰다.

‘냉정해야 한다’, ‘안정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 등 우리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려고 했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언론과 함께 정치권은 또 다시 국민에게 협박을 가했다. 지금 국민들은 다시 한 번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이 탄핵반대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국민을 향한 협박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찰’이라고 써 있는 구호는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평화롭고 아름다운 집회를 여는데 그걸 불법이라고 하면 80년대 시위처럼 폭력적으로 하라는 말인가? 경찰은 자발적으로 참석한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켜주면 될 것이 아닌가?

또한 국민들의 자발적인 집회문화가 특정정당을 이롭게 만들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우리 국민들이 경찰이나 정치권이 걱정할 만큼 무식하고 멍청한 국민들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국민들이다. 더구나 국민의 70%가 탄핵을 반대하였고 그걸 표현하는 집회일 뿐이지 그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 집회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보길 바란다. 온통 부패와 썩어버린 국회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대통령을 끌어내린데 대한 국민들의 회초리인 것이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권이나 기득권은 결국 국민들의 심판에 의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국민을 정치 구경꾼으로 만들지 말고 질타하는 국민의 회초리를 겸허하게 받아드릴 수 있는 성숙된 정치권과 기득권층이 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