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중 (전문 심사위원, 행정학박사, 칼럼니스트)

두 해째 열린 사회창안대회는 ‘모은소리’팀의 북소리만큼 활기찼습니다. 지난해보다 발표시간은 짧았지만, 최종 결선에 오른 발표자들과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가을 문턱에 선 여름의 마지막 시새움만큼 뜨거웠습니다. 2시간 동안의 열변, 경청, 침묵, 격려, 환호의 반복.

그 틈바구니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선별하기 위해 시민들이 움켜 쥔 장미꽃이 빛을 발했습니다. 이미 익산 사회창안대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시민심사위원단의 상징, 붉은 장미 한 송이! 신중하게 들어 올린 이 ‘공감화(共感花)’의 힘은 이번 대회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최우수상과 대상의 점수결과가 동일하게 나왔을 때, 전문심사위원보다 시민들의 심사결과에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발표자 중에 가장 나이 어린 고등학교 재학생이 대상을 받게 되었고 시민들은 모두 환호와 격려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습니다. 말 그대로 축제였지요.

금년 대회에서는 아이디어를 제출한 시민들의 연령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모든 아이디어를 대회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각자의 삶에 녹아있는 생각들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이미 존재하는 정책의 벤치마킹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많았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신선한 아이디어도 선보이겠지요. 금년 대회에서는 큰 프로젝트보다 우리 주변 이야기들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일상에서 보고 느낀 소소한 관심이 관중들에게 호소력 짙었나 봅니다. 지역사회 창안에서 볼 수 있는 매력인 듯 합니다.

익산에서는 성실한 시의원들이 ‘익산시의원 사회창안클럽’을 결성하여 사회창안 입법화의 선두에 섰습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클럽소속 시의원들이 희망연대와 협약을 체결함으로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더 체계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요. 사회창안사업 초기에 원군을 얻어 든든하게 한걸음 전진한 기분입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익산 사회창안 사업의 문을 두드리겠지요. 우리 곁에 어떤 이야기가 찾아올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이번에 입상한 아이디어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여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지 설레고 기대됩니다.

▲ 왼쪽부터 전문심사위원 윤희중 박사, 김진아 시민심사위원, 김지영 시민심사위원

꿈꾸는 시민들을 만나다

김진아(시민 심사위원, 익산문화재단 사업교류팀장)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은 황금 같은 토요일. 늦은 오후 4시.
EQ를 자극하는 드라마 재방송이 뒤통수를 잡아 당기는 걸 뒤로 하고,
가슴팍에 안겨 놀아 달라 울상인 조카를 떼어놓고,
퍽이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외출이었다.
희망연대 ‘익산사회창안대회’.
‘괜히 시민심사위원한다고 했어~괜히 했어~’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미 늦었다.
이런 잔잔한 후회를 발등에 달고.
익산시 신재생자원센터로 향했다.
저녁에 전주에 약속이 있는데, 시간을 못 맞추면 어쩌지...
느긋한 토요일 오후, 갑자기 마음이 동동 분주해진다.

희망연대 회원으로 등록한지 8개월 가량이 지났지만, 사무국 직원들 이외에는 아는 얼굴이 거의 없는 터라. 희망연대 회원들이 가득한 행사장은 조금은 낯설기까지 했다.

쑥쓰러워서 일까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올해 두 번째 사회창안대회이고, 151개의 아이디어 중에서 7개의 아이디어가 최종에 올랐다는 대회 전반의 소개를 들었다.
‘와 익산시민들이 이렇게 적극적이었어?’
내심 놀랐다.
전문심사위원 6분이 소개가 되었고, 시민심사위원들은 장미꽃을 들어 꽃인사를 나눴다.
사무국에서 나눠준 자료를 받아드니, 한숨부터 나왔다.
‘7명? 2시간 안에는 끝나려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아이디어를 대충 훑어 보고, 지루한 발표회를 예상하며 최종 발표 7명의 PT를 기다렸다.
그러나 나의 이런 기우는 말 그래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2시간 내내, 어느 누구의 아이디어도 소홀할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발휘되었다.
‘시민심사위원 여러분, 장미꽃을 들어주세요?’
사회자가 말을 할 때마다 손에 쥔 장미꽃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혹여 내 장미꽃이 보이지는 않을까 경건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장미꽃을 들기를 여섯 번.
너무 후한 점수를 줬나 옆사람의 눈치가 보였다.
옆에 앉은 심사위원은 굉장히 신중하게 투표를 하고 있었다.
‘너무 후한가?’
잠시 2초간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한분 한분의 아이디어에 감탄과 존경을 표하며,
장미 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최종 심사에 올려진 7명의 아이디어 눈이 부셨다.

1.함라 함열리를 문화체험 마을로 - 김기수씨.
전문가 못지 않은 탄탄한 준비에 내심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꼼꼼한 조사와 함라에 대한 애정이 PT자료 곳곳에서 배어나왔다.

2. 익산시 명품 열차를 제안한 익산역 여행센터의 서상선, 김정숙씨.
진행 원고까지 딱딱 맞추며 명품 열차 아이디어를 제안하시는 모습에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3.익산 웅포관광지 (곰개나루터)의 활성화 방안- 조원희씨
곰개 나루터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오토캠핑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당장 익산시에서 추진을 해도 관광자원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4.장난감 도서관, 공구 도서관을 만들자 - 송민영씨.
엄마의 진심이 담겨 있는 장난감 도서관, 공구 도서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절실한 문제로 다가왔다.

5.공중화장실 전등 접근센서 설치 - 전우경 학생.
고등학교에서 전기를 전공한다는 고등학교 2학년.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쉽고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였다. 바로 이런 게 실생활의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깜깜한 밤 공중화장실이 센서로 작동한다면 까까머리 전우경 학생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되지 않을까?

6.지역농산물 직거래 새벽시장을 만들자 - 이상용씨
도농복합도시인 익산의 특징을 살려 새벽 직거래 시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였다. 농민들에게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찾게 해 줄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7.도로 옆 꽃과 나무에 이름표를 붙이자 - 최선주씨
‘이모 이 꽃 이름은 뭐냐?’
‘노랑꽃..’
조카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는 아이디어.
도로 옆 꽃과 나무에 이름표를 붙이자는 작은 아이디어였지만, 감동은 결코 작지 않았다.

누가 수상자가 될지 예측할 수도 없었다.
전우경(공중화장실 전등 접근센서) 학생이 마지막 반전을 거치면 대상으로 호명됐을때,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아 이런 게 시민의 힘이구나!’
‘시민의 아이디어에는 감동이 있다’
그날 내가 만난 7명의 시민모두가 대상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익산을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그래서 내가 꿈꾸는 익산을 그려갈 수 있는 사람들.
이런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내게 행운이었다.
익산문화재단에서 근무하면서 늘 새로운 문화기획을 만들어 내야 하는 압박감도 사실 있었다.
그런데 쉽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시민들을 보면서,
또 즐기는 분들을 보면서,
바로 시민들이 익산의 문화 기획자들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연대 ‘익산사회창안대회’ -내가 꿈꾸는 익산.
시민들이 낸 아이디어가 익산시를 바꾸고, 시민은 행복하고,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익산이 행복한 도시가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감히, 한 가지 더 제안하고자 한다.
‘내가 꿈꾸는 익산의 문화’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함께 만들어 가보실래요?

시민의, 시민에의한, 시민을 위한

김지영(시민 심사위원, 원광대학교 간호학과 1학년)

시민심사를 하면서 느낀 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고 한다면 바로 위의 제목 그대로이다.
여태까지 어떠한 대회를 막론하고 심사위원이라면 그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나 많은 것을 알아야 되거나 전문가여야만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심사를 하기 전 심사위원이라는 이름표가 나에겐 정말 부담스럽고 책임감 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내가 지금 참여하고 있는 심사위원이라는 것은 말의 존재뿐이지 기존의 절대적이거나 권위적인 존재는 무의미하였다.

대회 과정 과정마다 시민들이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고민하고 같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이 분명하게 보였다.
또한 발표하는 시민들이나 참여하는 전문가, 시민심사위원은 수직적 관계가 아닌 모두에게 공평한 수평적 관계였다.
이러한 모습이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 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어떠한 정책이나 계획을 추진할 때 편향적인 방향의 의사소통보다 쌍방향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정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늠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