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시민들이 새해 가장 바랐던 희망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진저리 나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비리를 근절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소박한 소망은 새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마실길 사업을 추진했던 익산시 공무원의 뇌물수수 사건이 터져 시가 압수수색을 받는 일이 또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랐던 인사청탁 비리, 상수도 부실공사, 에스코사업(보안등 절전형 교체) 비리, 익산시장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등으로 익산 시민들은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대표적 토착비리인 에스코사업의 수사가 펼쳐지자 담당 공무원이 자살하는 초유의 사태마저 일어났다.

지역의 이미지는 크게 훼손되고 시민들은 자존심에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법 준수를 소리 높이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시민단체는 익산시에 단호한 대처와 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 시행을 주문해 왔다. 그러나 계약 과정에서 뇌물수수·입찰방해·배임 혐의를 받은 공무원은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도 대기발령이나 보직변경이 없이 업무를 지속했다.

불법계약과 하도급 문제가 드러났지만 사업자에게 어떠한 조처도 하지 않았다.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처하는 익산시의 태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연이어 발생하는 부정부패 사건은 이런 어정쩡한 조처와 무기력한 대응이 빚은 결과이다.

부정부패 근절은 비리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환경, 즉 청렴시스템을 만들어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공직기강을 바로잡겠다는 자치단체장의 다짐과 공무원의 청렴서약보다는 실천적 행동이 절실하다. 그 시작은 그동안 시행이 미뤄진 반부패청렴 종합대책을 세우는 일이다.

이 대책에는 간부들이 함께 일할 직원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의 드래프트제, 비리를 하면 그만두게 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점수를 쌓아 승진에 반응하는 청렴마일리지제, 반부패청렴 대책 실무회의 구성, 개방형 감사관제 도입 등이 담겨야 한다.

줄세우기 우려가 있다며 일부가 반대하는 ‘드래프트제’ 등 청렴종합대책 시행을 미룬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해 비위 공무원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공직에서 퇴출시키는 엄격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실현하면 비로소 비리 근절을 위한 토양을 만들수 있다. 원칙을 준수하면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장시근 익산참여연대 지방자치연구회장

이글은 한겨레신문(2011년 2월 9일자)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