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세운동 조직과 특성

익산에서 일어난 초기의 3.1만세운동은 군산지역이나 다른 지역에 비하여 대규모의 사람들이 어느 한 장소에 결집되어 확산하여 나가는 운동전략 이 아니라 처음에는 한 두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으나 시간이 가면서 점점 전 지역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형식이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천도교와 기독교가 연대하여 조직적 체개를 잘 활용하였다 1919년 2월 27일 서울 세브란스 의전에서 수학 중이던 김병수 학생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사람인 이갑성으로부터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를 전달받고 그 당시 군산 영명학교 교사였던 박연세 선생과 익산의 사헌부 감찰 김내문을 찾아가서 사건의 전모를 전하고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전달하였다.

급기야 서울파고다 공원에서 발화한 3,1운동이 군산과 익산 지역에서도 자주독립을 열망하는 3.1만세운동의 불씨가 발화 되었다. 또한 천도교 쪽에서도 중앙총부에서 간부로 활동하고 있던 정용근(문열사 사둔)과 오지영에 의하여 전주교구로 지침서와 독립선언서가 빠르게 전달 되었다.

교구장 박영진을 비롯하여 이중열, 이유상, 정대원, 이형우, 유봉유, 김병호, 민영호, 홍영섭, 고충권, 송일성 등 열혈 교인들이 모여 만세운동방법을 논의 하였다.

옥구지역 교구에서도 노충만, 최공훈, 김종수와 전주교구의 교인 최재봉, 서석윤, 이원규 등이 가세하여 거사방법을 협의하였다.

교구장 박영진은 지금 우리천도교의 교주 의암성사 께서 우리교인 14인과 예수교인 16인 불교 2인 33인이 모여 조선 독립을 선언하였다.

이일은 우리가 기다리던 일이니 모두들 하나님께 기도하고 일어나자고 말하니 만장일치로 찬성 하였다 예수교 측에도 즉시 연락을 취하여 16개면에 운동조직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중렬 : 황등. 함열 이유상 : 여산 용안 오덕근 : 이리 춘포
정대원 : 황하 .팔봉 윤봉유 : 오산 춘포 박공업 : 황등 함열
민영순 : 함라 웅포 홍영섭 : 성당 낭산
고충권 : 망성 여산 신현섭 : 왕궁 삼기

교구장 박영진은 기독교측에도 연락을 취하고 일자와 장소 조직과 거사방법 등을 합의함으로서 그야말로 천도교와 기독교가 일치된 운동계획이 되었다.

익산 군은 지리적으로 복잡해서 뚜렷하게 어느 한 장소에서만 운동을 펼쳐나갈 수가 없었다. 상고시대부터 금마의 옛 땅이었고 일제 강점기 때는 원 익산군의 동남쪽에 있는 여산군과 남쪽의 용안군 서쪽의 함열군이 통합되어 있었다.

따라서 익산 읍 금마에 못지않은 여산, 용안, 웅포, 함열의 시골장이 그대로 옛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서남쪽에서는 익산역이 새로 설치되어 교통왕래와 물자가 몰려들고 나가는 중심 통로로 작용하고 있었다.

시장역시 이리, 황등, 웅포, 함열, 여산, 금마등 6개의 시장이 거의 비슷한 상황을 이루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여산, 웅포 장이 같은 1일과 6일이고 함열 금마장이 2일과 7일 이니 만세운동역시 어느 날 어느 장에 치중할 수가 없었다.

그 당시 천도교인이 많은 익산지역의 만세운동은 거사 일을 천도교 교주인 최재우가 순도한 날인 3월10일(음2월9일)로 정했다. 이러한 조직적인 운동체계에도 불구하고 만세운동의 기미를 눈치챈 일본 헌병대의 철통같은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3월 10일이 다가오기 하루 전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박영진, 정대원, 고충권 등 천도교 측 핵심간부가 일경에 검속당하는 뜻밖의 사태를 당하여 시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되었다.

2) 천도교의 1차 만세운동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익산지역의 천도교 교구장 이중열은 3월10일부터 14일까지 황등과 함열, 여산 장을 오가며 수백 수천의 군중들을 운집시켜놓고 대한독립만세운동을 일으켜 나갔다.

12일 에는 함열장의 한복판에 수백의 장꾼들이 모인 곳에서 태극기를 높이 치켜들고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를 연호하는 함성에 천지가 진동하고 그 높은 의기가 태양을 향하여 하늘에 솟구쳤다.

이러한 독립운동을 뒤에서 감시하고 있던 일본 헌병들은 앞장서서 독립을 주도하여 나가던 이중열 선생을 비롯하여 이원규, 송영섭, 송일성, 최재봉, 김병호, 전재만, 유봉우, 성윤문, 민영순 등의 지도자들을 연행하여 경찰서로 끌고 가서 구금시켰다.

지하 감방에 갇힌 이들은 일본 헌병의 잔인한 고문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일제의 폭압적 수탈정책을 항거하여 나갔다. 결국 이들은 제판을 받은 후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어 1년간의 옥고를 마친 후에 석방 되었다.

3) 여산과 금마 장날의 만세운동

익산의 지리적 형태와 거사계획이 복잡했던 만큼 초기의 만세운동은 대체로 운동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3월 3일 에는 여산장날 노상에서 고충권, 박영진, 정대원이 사람들에게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면서 “여러분 사울 파고다공원에서는 대한민국의 민족대표 33인이 모여 우리나라의 독립을 선포하였다”고 크게 외치면서 “우리도 대한독립 만세운동에 동참하여 나가자”고 외치다 즉각 출동한 헌병으로부터 현장에서 연행 당했다.

이 일로 인하여 대대적인 거사계획이 사전 노출될 수밖에 없었으나 3월 10일 밤 9시 군내 각 면소제지 산상에서 독립을 갈망하는 민중들의 횃불 봉화시위가 기세를 높였다.

이중에서도 여산읍 원수리 정영모의 집에서 지역인사 이정 박사국, 이병석등이 수백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한독립만세운동을 일으켜 나가자고 강설한 후 우리를 그토록 못살게 굴던 원수의 소굴인 여산 헌병주제소를 향하여 대한독립만세를 연호하면서 돌진하여 나갔다.

이날 300여 명의 시위 대열은 조선독립 만세라고 쓴 대형 깃발을 선두에 들고 여산 헌병 분견대 남쪽 300m 앞 까지 진출하여 우리민족의 끊어 넘치는 애국의 기계를 과시하였다.

이날 만세 대열과 일본헌병대 사이는 창.검의 강압적인 제제에도 불구하고 밀리고 또 진출하는 공방전이 계속 되다가 종국에는 대열과 시위를 주도한 지도자들은 일본헌병대에 체포되어 결찰서로 끌려갔다.

이날의 사건으로 이정 박사국, 이정석, 박영진, 정대원 등이 일본헌병대에 끌려가게 되었는데 이들은 5월 19일 광주지방법원 전주지청에서 제판을 받고 징역 1년-2년 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일제의 재판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갔다. 조선 사람으로서 독립에 대하여 축하 만세를 외친 것이 어찌하여 보안법 위반이 될 수가 있느냐 강력하게 항거하는 이들의 기개에 압도된 일본 사람들도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왕궁에 사는 김광억, 송종석 등은 3월 18일(음2.17)과 27일 장날을 기하여 금마에 사는 동지들과 거사 할 것을 사전 모의하고 약속된 장날 오후 1시에 장 한복판에 서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다.

사방에서 수백의 장꾼들이 몰려들었고 계속하여 조선독립만세를 연호하며 나아가니 우리 민중의 가슴속에 맺혀 있던 분노가 일시에 폭발하였다. 그 함성이 금마 장 상공위에서 익산땅 전역으로 메아리쳐 나갔다.

4) 춘포와 웅포에서 만세운동

3월 10일 웅포(곰개)장 날에 보성 고보를 졸업한 김윤옥, 심명오, 김창식, 이 중심이 되어 장꾼들에게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배포하고 3월 10일은 익산 군 전 지역에서 일제히 일어나 독립만세운동에 참여 하자고 외쳐 나가니 수백 명의 장꾼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앞장서서 조선독립만세 를 연호하여 나가다가 일본헌병에 연행 되었다.

28일 오후 1시경에는 춘포에 사는 소진석이 수십 명의 동지들을 장에 모이게 하고 그들 앞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며 계속하여 조선독립만세를 외쳤다 삽시간에 수백 명의 군중들이 모여 들었다.

소진석은 “우리 조선사람 의로서 조선의 독립을 원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각 처에서 모두들 조선독립을 위하는 만세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니 우리도 독립을 경축하는 만세운동에 참여하자!”고 외치자 군중 속에서는 누구의 선창인지도 모르게 ‘조선독립 만세’ ‘조선독립 만세’의 함성이 춘포면 전역에 메아리쳤다.

점점 가열되는 대열의 열기는 큰 거리로 행진하여 나오다 마침 무장한 헌병대와 충돌했고 헌병대의 총 칼에 위협을 느낀 대열은 어쩔 수 없이 해산 되고 시위를 지휘하던 소진석 등이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이렇듯이 함열, 황등, 성당, 용안, 삼기, 망성 등 북부권의 익산 민중들의 독립을 갈망하는 그 함성 소리가 매일 밤 각 면소재지 뒷산에서 횃불 봉화 시위로 승화되어 나갔다.

익산에서 전개된 독립만세운동의 형태를 살펴보면, 초기 시위를 주도하던 천도교의 활약이 컸던 만큼 김광억, 송종식, 이정, 박사국, 이명석 등 천도교 지도자들이 일본 헌병대의 사전 검속 대상자로 지목되어 이리경찰서에 구금 당하였다.

지휘본부를 상실한 천도교인들의 만세운동은 소강상태로 들어갔으나 후반 부에 이르러서는 기독교측 남전교회와 고현교회, 서두교회, 모산교회, 제일교회, 황등교회, 동련교회, 낭산 용산교회, 웅포교회 등의 야소교회의 지도자들이 중심되어 독립만세 운동으로 확산되어 나갔다.

글 : 익산독립운동기념사업회 황성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