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대로 공자는 인생 40을 ‘불혹(不惑)’이라 했다. 40쯤 되어야 ‘혹함이 없다’... 사는 게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 어느 정도 사람 구실을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 이동우 정치전문컨설턴트

필자가 정치를 배운 전 민주당 최고위원 이협 의원은 지방의원 선거 때 공직후보자를 공천할 때면 언제나, 공인으로서 사생활은 깨끗한지, 당원으로서 당에 기여한바가 있는지,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지 등 여러 가지 고려하여 공천하지만 그 중에 하나가 같은 조건이면 40세 이상자를 공천했다.

40은 넘어야 시민들에게 공인으로서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협 의원의 결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일리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석학들과 성현들이 인생에 관해 설파하지만 인생이란 게 말처럼 간단치가 않아서 ‘명답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서 몸을 아끼지 않고 새벽부터 밤이 늦도록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꿈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지만, 열심히 일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또 열심히 일한다고 반드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최근 불황이 계속되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났고 지금도 마음 놓고 일하려는 소박한 꿈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많지 않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은 “내가 그토록 열심히 일했는데, 회사가 내게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원망한다.

그러나 현실은 성실하게 일했다는 것만으로 감원대상의 직원을 끝까지 붙잡아 두는 회사는 단언컨대 없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 놓고 열심히 가게를 지킨다고 해서 손님이 벌떼처럼 몰려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럼에도 속담에 ‘소부재근 대부재천(小富在勤 大富在天 : 작은 부자는 근면함에 있고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든다)’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부지런하면 최소한 밥은 굶지 않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불평등 원리, 파레토 법칙

100여 년 전,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영국의 부(富)와 소득의 유형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소수의 국민이 대부분의 소득을 벌어들인다는 부의 불평등 현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현상과 관련하여 매우 의미 있는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한다.

하나는 전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며 또 하나의 사실은 어느 나라를 조사해 봐도 이러한 불균형의 패턴이 항상 똑같이 나타나며, 이 패턴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본인 자신도 너무 놀랐다.

후일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최소 노력의 법칙, 불균형의 원리, 80/20 규칙’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 운 이 ‘파레토 법칙’은 실제로 지금도 사회나 기업 그리고 개인의 삶에서 무수히 많은 실례들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①프로 운동선수의 20%가 대회 상금의 80%를 쓸어간다 ②성과의 80%는 집중해서 일한 20%의 시간에서 달성 된다 ③전체 교칙 위반 사례 중 80%는 20%의 학생들이 저지른다 ④인간관계의 가치 중 80%는 20%의 관계가 좌우한다 ⑤전화 중 80%는 자주 전화하는 20%의 사람들로부터 온다 ⑥수업 내용의 80%를 이해하는 학생은 전체의 20%이다 ⑦책 내용의 20%인 핵심은 전체 책 내용의 80%에 해당된다.

부자는 점점 더 부자가 된다

이런 ‘파레토 법칙’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교통문제의 예를 들어보자. 교통 정체의 80%가 전체 교차로의 20%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정체 현상을 빚는 20%의 교차로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교통 정체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개인의 삶에도 적용될 수 있으며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도 적용될 수 있다. 학생들은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때때로 그런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파레토의 법칙에 의하면 상위 20%의 부자들은 더욱더 부자가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로 상위 20%의 학생들은 더욱더 공부를 잘하게 되어 시간이 갈수록 다른 학생들과 학력 격차가 커진다.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현상이다.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한탄만 할 일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가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엄연히 존재하는 자연의 법칙인 것이다. 함께 부화한 독수리 새끼 두 마리가 체중이나 신체 조건이 정확히 같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한 마리가 먼저 입을 벌려 먹이를 받아먹었다. 약간 더 커진 새끼는 점점 더 많이 받아먹고 결과적으로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먹이를 받아먹는 효과적인 방법을 체득하게 되고 더욱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어미의 먹이를 먹게 된다. 초기의 근소한 우위의 차이가 결국은 적극적인 새끼는 더 강해지고 먹이를 받아먹지 못한 새끼는 결국 도태되고 만다.

성실하다는 것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거나 그래야 세상이 공평하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우선시해야 할 것이 어떻게 하는가, 얼마나 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가, 얼마나 생산성이 높은 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세상이 감격하고 부자로 만들어 주는 사람은 단지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성과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임을 잊지 말자. 성실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뭔가 이루기 위해서는 성실은 기본이고 거기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글 : 이동우 (정치전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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