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흥길의 원작인 <완장>을 약 20여 년 전인 1989년 10월 23일부터 MBC에서 조형기 주연으로 방영했던 8부작 드라마를 기억하고 있나요?

▲ 1989년 MBC 8부작 드라마 '완장'의 한장면으로 완장을 차고 있는 임종술(조형기 분)이 주민들을 향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사진출처 - 다음

이 드라마의 주요내용은 한번도 큰 권력에 다가서지 못하고 권력에 의해 시달림 당해 권력에 대한 한이 깊은 동네깡패 임종술(조형기 분)이 차마 권력이라 말할 수 조차 없는 하찮은 완장을 우연한 기회에 얻어 차고 거기에 매어 흔들리며 벌이는 해프닝과 그의 완장에 대한 집착을 십분 활용, 이용해 먹는 인간 군상을 엮어낸 드라마입니다.

현대에서의 완장은 무엇일까요? 정부에서는 대통령부터 장관 및 국회의원 등이 있을 것이고 지방정부에서는 도지사를 비롯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등이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작게는 주민자치위원장, 아파트 주민대표회의 회장, 상가 상인회장 등이 있겠지요. 이 모든 권한은 국민 혹은 시민, 주민이나 상인들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입니다.

완장을 차기 위해 선거 때에는 머슴이 돼 국민을 위해, 도민을 위해, 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연신 떠들며 표를 부탁한 뒤, 당선으로 완장이 주어지면 봉사를 위한 완장이 아닌 권력의 완장으로 변해 복창터지게 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죠.

지금으로부터 61년 전인 1950년 6.25전쟁 때 북한 권력자로부터 받은 빨간완장의 위력은 대단했다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 것입니다. 당시 머슴생활을 했음직한 어찌보면 설움과 한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들을 골라 완장을 채워줌으로써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약탈은 물론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차별적으로 잡아들여 죽이거나 재산을 빼앗는 일도 서슴치 않았던 그 때 그 시절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이러한 완장을 보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또한 완장을 차고 있는 권력자(?)들은 머슴이 되겠다고 외쳤던 초심은 사라지고 권력을 남용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 완장은 봉사하라고 채워 준 것인데 이를 망각하고 돈을 횡령하거나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 지속적으로 완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모사를 꾸미는 등 완장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하는 일들을 여러곳에서 듣거나 목격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완장은 영원히 한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곳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지금 차고 있는 완장의 달콤한 권력에 빠지면 완장이 벗겨지는 순간 독약이 돼 자신을 옥죌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완장이 가지고 있는 위력을 통해 권력남용이 아닌 봉사로 이어질 때, 그 의미는 더욱 빛을 발할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시장, 시의원, 주민대표, 상인회장이라는 완장을 누가 채워줬는 지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봅니다.

지금 익산의 곳곳에서 시민들의 슬픈 목소리와 분노의 함성이 들리고 있음을 완장을 차고 있는 이들은 귀를 기울이고 함성을 들어 해결점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완장을 차고 있는 자들의 몫이니깐요.

완장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의 상징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