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을' 지역구가 종교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비통함을 느낀다.

지난 17일(토) 오후 6시에 익산 영등동에 위치한 모 교회에서 목사와 장로 약 100여 명이 모여 "타 종교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 수 없다"며 박경철 시민연합대표를 추대하기로 한 것.

이에 대해 박경철 대표는 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추대했다는 이야기를 처음에는 망설이고 거절했었다"며 "계속되는 설득에 심사숙고한 후,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목사와 장로들의 이유가 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이한수 시장이 선거개입하고 익산시를 혼란스럽게 빠뜨리는 등 이대로 지켜볼 수 없어 정의로운 익산을 만들만한 적임자를 찾던 중 본인을 선택하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익산 '을' 전정희 후보측이 먼저 종교를 이용했음에도 유독 기독교만 비판하고 있다"면서 "전 후보를 지지선언한 교수들이 대부분 원불교 교무들로 종교를 이용한 것은 전 후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6일에 익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 본 기자는 전 후보에게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자, "원불교인이다"고 분명하게 밝혔고, 다시 "지지선언한 교수들이 대부분 원불교인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라고 하자, "그건 아니다. 원광대학교 교수들이 많다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부인한 바 있다.

본 기자는 사실확인을 위해 몇 명의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원불교인도 있었지만 아니라고 밝힌 교수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알고 지냈고 전 후보하고의 친분은 인정했다.

당시 총 70명이 지지선언한 교수들의 학교별 내역을 보면, 원광대학교 31명, 원광보건대학교 10명, 군산대학교 8명, 전주대학교 5명, 전북대학교 5명, 호원대학교 3명, 우석대학교 2명, 군장대학교 1명, 금강대학교 1명, 기타(학교출처 없음) 4명이다.

기독교 VS 원불교, 원불교 VS 기독교라는 종교간의 선거문화로 시민들은 많이 피곤하다. 이 두 종교간의 정치개입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내 종교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장본인은 따로 있다는 것. 또한 선거브로커들이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고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은 나하고 친해서, 나하고 같은 종교인이라서 등의 이유로 보내는 자리가 아니다. 후보가 서로 다른 종교인이라고 해도 능력이 있고 청렴하고 익산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종교간의 개입으로 익산의 선거문화가 변질돼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본 기자도 너무나 답답하고 비통함을 넘어 치가 떨릴 지경인데 시민들은 오죽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