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楊震)의 사지(四知)’라는 중국의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양진이 형주 자사로 부임했을 때, 왕밀(王密)이라는 사람이 밤중에 찾아와 양진이 그동안 자신에게 베풀어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금 열 근을 바치겠다고 했다. 이에 청백리 양진은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왕밀은 “지금은 한 밤중이고 이 사실은 당신과 나밖에는 아무도 알 사람이 없다”고 하며 받기를 다시 권유했다. 이러자 양진은 왕밀에게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안다”(天知地知 子知我知)며 이를 끝까지 받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 고사성어가 양진의 사지’이다.

또 하나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인 ‘링컨’의 어록 중에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다. 모든 사람을 잠깐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모두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말로써 많은 유혹이 넘치는 현대인은 물론, 특히 청렴결백해야 할 공직자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항상 담아둬야 할 고귀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국무회의에서 몰래 의결한 것이 드러나 이명박 정부의 친일 성향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일 양국 간에 공통된 관심사-주로 북한과 중국 동향-에 대한 기밀을 서로 공유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에 대해 규정한 것이고 공유할 수 있는 군사정보에 1급 기밀은 빠지며,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기밀 또한 제공 목적에 맞아야 하고, 제공받은 기밀은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보호해야 하며, 제3국 관계자와 함께 정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공한 국가에게 서면으로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국무회의가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의결한 ‘한-일군사정보호협정’에 근거해 일본과 체결할 조약(협정)은 국가안보에 관한 사항이 주된 내용이므로 반드시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헌법60조)며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재가할 경우에는 ‘대통령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어서 어떤 주장이 맞는 지는 두 번째 일이다. 문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가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국민들을 실망시키다 못해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양진의 사지’는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이 새겨야 할 불변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