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 기자가 2003년 3월 4일자로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했고 이후 주산관련 카페가 생기면서 대한민국에 주산붐을 일으키는 데 불씨를 당기기도 했다]

주판의 역사는 꽤나 길다. 기원전 3, 4천년경에 메소포타미아에서 널빤지에 모래를 놓아 셈하는 토사주판이 있었고, 로마에서는 기원전 4세기에 주판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은 후한 말에 사용했으며 우리나라는 조선 선조 때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최근까지 사용한 주판(아래판에 4알짜리)은 일제 때인 1932년 조선총독부가 보급한 것이고 그 이후부터는 5알짜리 주판을 사용해 왔었다.

1999년 8월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한국·일본·대만 3국간에 벌어졌던 제21회 국제주산경기대회에서 개인우승을 차지한 일본인 히라노 히토시씨(28·홋카이도 거주)가 한 말이 있다. 그는 우승소감에서 "첨단 컴퓨터시대에도 주산은 여전히 인간의 능력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며 주판찬양론을 폈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히라노씨의 직업은 주판을 밀어낸 컴퓨터 프로그래머이다. 주산실력 10단인 그는 우승 직후 있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주산은 결코 골동품이 아니라 끈기와 인내심을 몸에 배게 해 사회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도구"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컴퓨터에 밀려버린 주판이「골동품」취급을 받고 있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주산은 여전히 인간의 능력개발에 큰 도움"

이러한 주산에 대한 관심이 광명시 소하2동에 위치한 서면초등학교(교장 윤재섭)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학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약 90여명의 학생들이 주판을 튕기며 셈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그러나 배우고자하는 학생들의 눈빛은 진지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그 매력에 흠뻑 젖어드는 느낌이다.

김현일(13·6학년)군은 "처음에는 주판으로 통해서 숫자가 맞춰지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면서 "지금은 재미있고 또한 수학에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예(11·4학년)양은 "엄마가 주판을 가지고 하는 것을 봤다"면서 "엄마의 추천으로 배우게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씩 수학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수학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김혜린(10·3학년)양은 "유치원에서 이미 배웠다"면서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 세 명의 학생 이외에도 대부분 학생들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즉,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이 주판 셈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이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막연하게 두려워했던 '셈'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수학을 잘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면초등학교 윤재섭 교장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주산을 통하여 지능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례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와 전자계산기의 보급으로 두뇌를 이용한 계산보다는 그저 기계가 해주는 것에 의존하다보니 사고력이나 응용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한 윤 교장은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에서 계산해주는 것에 익숙해져 스스로 셈하고 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두뇌를 활용하여 스스로 응용력을 키우고 사고력을 키우게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주산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80년말까지 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은 한 번쯤은 주판을 해보았을 것이다. 또한 지금도 간단한 계산은 암산으로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산을 통한 암산은 두뇌를 사용하게 하고 그 두뇌로 통하여 응용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참 두뇌활동이 활발한 초등학교 시절에 두뇌를 잘 사용할 수 있는 주산을 가르친다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