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에 익산시 출입기자 중 7명의 기자들이 지난해 12월 15일에 전정희 당시 후보측 핵심 참모였던 이규재 씨로부터 20만 원씩 받았다고 선관위를 자진(?)해서 찾아가 신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기자들에 대해선 고유 업무인 취재와 동일선상에서 이뤄진 점으로 봤다”면서 “일방적으로 건네는 돈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점 등을 정상 참작해 기소 유예키로 했다”는 검찰로부터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기자들의 고유 업무인 취재와 동일선상이라함은 후보자 또는 핵심참모와 함께 식사자리를 한 것이 과연 동일선상으로 봐야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본 기자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모 도의원 취재차 방문한 뒤, 같이 점심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 기자가 먹은 밥값은 본인이 직접 지불했고 또 당시 한 시장 후보자와 인터뷰를 한 후에 그 후보자가 돈봉투를 건넸지만 이를 받지 않고 그냥 나오기도 했습니다.

즉, 선거에 그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본 기자 스스로 다짐했고 공정한 취재를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올해 총선에서는 본 기자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모든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가 전면 취소돼 [익산시민뉴스]에서는 후보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없습니다.

과연 7명의 기자들이 식사 후 20만 원의 돈봉투를 받은 후, 공정한 기사가 나갔을까요? 아주 심각한 언론사가 있었습니다. 전북지역 각 언론사별 후보자 보도자료를 게재한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모 언론사는 아주 심각했습니다. 예비후보부터 선거전에 이르기까지 당시 전정희 후보에 대해서는 20여 꼭지의 기사를 올린 반면, 3명의 예비후보는 단 한 건도 올라가지 않았고 나머지 후보자에 대해서는 많아야 4~5건이었습니다.

사실 본 기자를 조사했던 검사의 수사관은 기소할 방침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종 결재를 받으러 윗선에 올라간 후, 기소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 수사관은 당황했다고 본 기자에게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본 기자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50만 원 이상 받은 사실이 있으면 무조건 기소하라는 대검의 방침이기 때문에 그랬거니 했습니다.

하지만 양심선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정상참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검찰이나 경찰의 인지수사가 아닌 제 스스로 죗값을 받겠다고 양심선언한 것입니다. 일단 언론인으로서 돈을 받은 것 자체와 그로 인해 기사를 쓰지 못한 죄는 인정합니다. 그러므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본 기자도 기자의 고유 업무인 취재와 동일선상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당시 전정희 후보측이 출판기념회장에서 무료로 저서를 배포한 사실을 취재 중이었으니깐요.

그리고 "일방적으로 건네는 돈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점 등을 정상 참작"인데 평소 친분이 있는 이영수 의원이 저에게 일방적으로 건네는 돈을 만약 그날 거절했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이영수 의원이 찾아온다는 연락을 받고 전정희 후보측으로부터 기사를 무마시키려고 보내는 것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녹취하려고 준비했으나 그리고 녹취를 시도했으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녹취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마지막 증거마저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신고하기란... 그리고 평소 어려울 때 도와 준 의원이기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이영수 의원에 대한 처벌도 가혹합니다. 사실 이 의원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요? 본 기자하고 친분이 있음을 알고 여러차례 전화를 해 종용한 당시 전정희 캠프 쪽이 더 문제가 있지 않나요? 이점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더구나 지역사회에서는 양심선언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역 정치를 바꿔보겠다고 사적으로는 미안하고 죄송스럽지만 공적으로는 분명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뒤늦게나마 양심선언했습니다.

그렇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양심선언의 댓가는 가혹했습니다. 7월 말에 들어 온 포상금 230만원(4월달에 일부 99만원 받음)으로 각 종 밀려있던 전화세, 카드결재, 운영비 등을 사용하고 보니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이후부터는 수입이 거의 제로입니다. 8월, 9월, 10월 현재 총 수입은 50만원.

7명의 기자들이 진정으로 양심선언한 것일까요? 만약 이규재 씨가 가만히 있었다면 그냥 그대로 묻힐 일임에도 이를 정상참작했다는 검찰측의 말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본 기자가 익산시의 일부 정치인들의 비리를 캐고 다니고 기사화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누군가가 정치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해 한 것이 아니냐라는 추측의 말도 합니다. 그것도 예상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확대 해석하고 싶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판결을 통해 양심선언을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사받고 조사받고 재판받고 엄청난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리고 벌금 800만 원이라는 것을 징역형으로 환산하면 약 5개월의 형입니다. 즉, 징역 5개월 대신 돈으로 납부하라는 것이지요.

떳떳하고 양심적으로 언론사를 운영하겠다는 이 다짐이 흔들립니다. 일부이지만 갈취, 협박 등으로 돈을 뜯어내는 일부 기자는 어느정도 풍족하게 생활하고, 그렇지 못한 기자는 늘 배고픔은 물론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는 게 제 자신을 더욱 서글퍼지게 만듭니다.

다시는 양심선언을 하지 않겠습니다. 선거철에 주면 주는데로 '좋은 게 좋은 거지 뭐'라는 생각으로 익산의 정치가 더욱 썩어지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냥 살렵니다.

이렇게 지역정치는 더욱 더 썩어지고 지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닌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고 안위를 위해 물불 안가리는 지역 정치. 이제는 알아도 모른 척, 봐도 못 본 척 살라고 본 기자에게 큰 교훈을 준 판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하자면, 죄값을 치르겠지만 벌금 800만 원은 본 기자에게는 매우 가혹합니다. 고작 800만 원 가지고 엄살 떤다고 하겠지만 진심으로 말하자면 본 기자에게는 징역형보다 더욱 무서운 형벌입니다.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무죄는 아니지만 선거유예를 통한 추징금 100만 원의 형벌을 원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