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다시 시작되었다. 작년은 대선이 있는 해여서 그런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해였다. 나라에 대한,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과 걱정을 하게 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걱정과 생각이 많아진 이유가 단순히 대선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걱정이 많아질 정도로 사회가 어려워지고 있고 이 나라가 어떻게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 생각이 많아졌다.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래가 불안하다. 젊은층은 젊은층대로, 장년층은 장년층대로 힘들고 불안하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한치 앞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아마도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속시원하게 대답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그 누구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감정이입도 해 보지만 솔직히 이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지도자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한 두 사람의 지도자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선에 희망을 걸고 자신도 모르게 이에 빠진다. 그렇다 보니 대선이 끝난 후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내 진료실도 예외가 아녔다. 대선이 끝난 후 몇 일 동안 진료실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나, 간호사, 환자 모두 말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이럴 것이 없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선결과가 나의 인생을,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대선결과가 아니라 나 자신이며 우리이다.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새로운 한 해를 어떻게 맞이 할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바로 이 현장에 있는 것이지 대선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계사년은 새로운 출발의 한 해로 삼았으면 한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은 잊고 새로운 생각으로, 새로운 다짐으로, 새롭게 나아가 보는 것이다. 얽힌 것이 많고 복잡한 것이 많을 때는 이를 일일이 풀기 보다는 과감히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는 간혹 과거에 얽매여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30%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30%는 어쩔 수 없는 일이고 30%는 지난 간 일이다. 오직 10%만이 우리의 현실이다고……. 10%의 걱정만을 가지고 나머지 90%는 새로운 희망과 의지, 다짐을 담아서 새로운 출발을 해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새로운 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심이 아닌가 싶다. 초심은 설레며 기쁘다. 그 마음이야 말로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올해가 시민운동을 한답시고 희망연대에서 활동해 온지 10년이다. 10년을 생각하면서 초심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 10년 전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 길에 들어섰는지,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가야 할 10년의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 한다.

이런 새로운 출발, 초심이 있다면 희망은 반드시 싹틀 것이다. 희망은 새로운 기운에서 나오기에 조그마한 기운이라도 새롭기만 하면 언 땅을 비집고 나오는 것이 희망 아닌가? 계사년에는 우리 모두 희망을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