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진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막연하게 누구나 입학하는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고용시장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학력, 군필자 취업준비생들이 폴리텍 기능사1년과정에 재입학하는 현상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폴리텍 익산캠퍼스 입학식 날 신입생들 좌석에는 유별나게 나이가 많은 학부형 같은 L(65세)씨가 나이어린 학생들 틈에 끼어 있었다.

그는 익산 시골마을에서 16년간 기계설비 관련 대장간을 운영하며 기계가공 제작에 필요한 범용공작기계 등 여러 대의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비록 소규모이긴 해도 엄연한 사장이며 젊은 시절 철근기능사자격증을 취득한 후 건설근로자로 말레이시아에서 3년간 파견 근로와 건설 근로자로 사우디아라비아 파견근무로 13개월 동안 생활한 경험도 있다.

그동안 농기계수리와 설비제작 등 대장간을 운영하면서 많은 기계를 사용하고 조작했으나 나날이 발전하는 기계산업분야에서 컴퓨터로 조작하는 기계는 도저히 혼자서 공부할 수 없고 독학에 의한 습득이 어려워 사업을 접어야 하는 고민도 했으나 전문적인 기술과 기능을 배우고자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딛게 된 것.

대학도 졸업하고 멀쩡한 외모에 나이들어 번듯한 직장도 없고 결혼도 하지 못한 것이 부모님께 최대 불효라고들 한다. 세상사 살아가면서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중에 전기제어과에 입학한 J씨가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는 49세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았고 번듯한 직업도 없이 77세인 아버지와 74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생활하고 있는 효자(?)다.

4년제 국립대학 졸업과 군복무를 마쳤지만 인문사회계열이라 사무직에 취업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였다. 건설회사 일용직 근로자로부터 중소기업 총무 등 20여 년 동안 수 많은 업무를 맡아 보았지만 본인의 성격에 맞지 않아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입∙퇴사를 밥 먹 듯 반복했다.

20여 년 동안 직업생활을 하면서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세상 살아가기가 힘들다고 하는 것을 크게 깨닫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자 과감히 폴리텍 익산캠퍼스에 입학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본인의 경력과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기술 능력만 뛰어 나면 언제든지 기회가 다시 온다는 신념을 갖고 기술연마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을 위해 눈높이를 낮춰가며 폴리텍 기능사과정에 재입학하는 고학력, 고령자들의 특이사례는 경기 침체와 맞물려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