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1979년부터 매년 사회조사를 실시한다. 전체 조사할 부문을 10개로 정하고 그 가운데 5개 부문씩 격년으로 조사를 실시한다. 2011년 조사 부문은 복지·사회참여·문화여가·소득소비·노동 부문으로 국민 3만 8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올해 조사는 아직 실시되지 않아서 2011년 자료 인용함을 해량 바란다).

▲ 맑은정치포럼대표ㆍ정치학박사 이동우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2011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일생 동안 노력한다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28.8%에 불과했다. 2년 전 조사 때의 35.7%보다 훨씬 줄었다. 반대로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48.1%에서 58.8%로 훨씬 많아졌다.

자녀들에 대한 희망도 크게 줄었다. 계층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48.4%에서 41.7%로 하락했고,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30.8%에서 43.0%로 크게 늘었다.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고 주거비·교육비 등이 급증하면서 정상적 방법을 통한 계층 상승이 어려워진 사회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인과 자녀의 신분 상승 가능성에 가장 부정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세대가 가장 활동적인 30대라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30대는 65.1%가 본인의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계층 상승이 가능하다는 30대는 25.7%에 불과했다. 30대보다는 못하지만 10~20대(57.2%), 40대(64.1%), 50대(59.3%)에서도 50% 이상이 계층 상승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2010년 서울대 합격생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 출신이고, 5명 중 1명은 특수목적고 출신이었다. 서울 강남3구 출신 학생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 계층 이동(신분상승)의 사다리 구실을 했던 교육이 지금은 계층을 고착화(固着化)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수능 성적이 나온다. 신분계층 이동의 통로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는 현직 교사들의 이야기가 허튼소리는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쉽게 이야기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아주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지금 ‘개천에서는 미꾸라지만 나올 뿐’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 국민들이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층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4년 전 54.9%에서 52.8%로 줄어들었다. 반대로 하층으로 여기는 비율은 42.4%에서 45.3%로 소폭 증가했다. 고용, 소득 등 모든 여건이 악화되면서 스스로를 하층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생활 여건 변화는 소득계층별로 달랐다.

월 소득 400만 원 이상 가구의 경우 생활 여건이 좋아졌다는 응답이 36% 이상이었지만 월 소득 300만 원 이하 가구는 좋아졌다는 응답이 30% 아래였다.

거기다가 가정 경제가 비상상황이다. 1년 전보다 가구소득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18.1%에 그쳤지만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25.2%나 됐다. 소득이 줄면서 빚은 늘었다. 1년 전보다 가구부채가 줄었다는 비율은 10.8%였고, 늘었다는 비율은 27.3%였다. 소득 감소는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부채는 다시 가계 소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런 탓에 내년에 사정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4명 중 1명에 그쳤다.

한편 60살 이상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40.6%)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고, 건강 문제, 소일거리 없음 등의 차례로 힘들어했다. 하지만 10명 가운데 7명은 자녀와 함께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2009년에는 10명 가운데 6명꼴로 자녀와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30~40대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가장 예민한 시절에 경험하고 그 여파를 아직도 겪고 있는 세대’라며 이렇게 ‘닫힌 사회’로의 이동이 계속될 경우 사회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울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청명한 가을에 우울한 대한민국을 구원할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