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국가 백제의 최초 수도는 위례로 알려져 있다. 위례는 현재의 하남시에 해당하며 하남위례로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웅진으로 도읍지를 정했는데(475년 22대 문주왕 재임 AD 475~477) 이는 현재의 충남 공주에 해당하며, 후에 사비 즉 현재의 부여로 천도하였던(538년 26대 성왕 재임 AD 523~544) 것으로 전해진다.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백제는 온조왕이 재위한 BC 18년부터 AD 660년까지 약 700년에 걸쳐 번성한 국가다. 고구려의 시조 동명왕은 처음에는 북부여에서 살았으나 성장하여 졸본부여로 망명을 하였고, 졸본부여의 왕은 아들이 없었다가 주몽을 보고 마음에 들어 둘 째 사위로 삼았다. 훗날 졸본부여의 왕이 된 주몽은 국호를 고구려로 바꾸게 된다.

졸본부여에 살던 주몽은 비류와 온조라는 두 아들을 두었는데, 주몽이 북부여에 살았을 적에 가진 첫 아들 유리가 주몽을 찾아왔다. 그러자 비류와 온조는 장자를 인식하고 자신들은 남하하여 별도로 나라를 세우니 백제가 되었다. 비류는 지금의 인천인 미추홀에 정착하였으나 토질이 척박하고 환경이 좋지 않아, 지금의 남한산성에 해당하는 하남위례에 정착한 온조를 찾아와 통합하게 되면서 백제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백제 역사의 정설에는 익산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익산은 백제의 수도를 지냈다거나 최초 건국에 얽힌 설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산에서는 백제의 수도가 한때나마 익산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30대 무왕(재임 600~641)의 익산천도설이다.

그러나 익산 천도에 대해서는 익산에서 주장하는 내용 외에 별다른 기록이 없어 아직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때에 한 발 물러서서 익산 천도(遷都)는 아닐지 몰라도 익산 별도(別都)는 분명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익산의 주장에 의하면 천도나 별도를 따지지 않더라도 백제의 수도가 있었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말이다.

기존의 역사학자들 좀 더 자세하게는 백제의 부여계나 공주계에서는 익산에 대한 인정을 하고 싶지 않을 지도 모른다. 멀리는 신라의 경주계에서도 익산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복잡하게 얽히면 자신들의 주장에 빗장이 풀리면서 누리게 될 몫을 나누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드러난 다른 기록이 없다는 것을 주요 핑계로 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백제에 있어서의 익산은 어떤 위상이란 말인가. 남들처럼 건국 신화가 얽힌 곳도 아니며, 왕이 살면서 통치를 하던 도읍지도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익산은 기존의 고대 도시 3곳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우리나라 4대 고도에 지정되었다. 다른 학자들이 인정을 하든 안하든 정부에서는 익산이 주장하는 백제의 천도설 혹은 별도설을 인정한 셈이다. 도도한 학자들이 인정하기를 꺼려하는 익산 천도 혹은 별도설에 대하여 왜 정부가 인정하고 나섰을까. 그것은 글로 남은 기록은 없을지라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물증이 한 나라의 왕이 직접 거주하며 다스리던 곳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산에 가면‘왕궁’을 만날 수 있다. 우선 거창하게 들리는 지명이 옛 명성을 유추하게 만든다. 실제로 왕궁리에 가면 왕궁터가 있고, 궁이었다는 건물과 부합 시설물의 흔적들이 이를 증명해준다. 또한 왕족이 직접 참배하던 사찰이 있으며, 왕 명이 거론된 국립사찰의 금박기록도 존재한다. 그리고 여러 문헌은 당 시대로 보아 왕이 아니고는 절대로 불가능하던 일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혹자는 말한다. 익산에 관련하여 기록된 백제의 역사는 아직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현재의 다른 도시에 숨겨진 역사는 어떻게 믿을 수가 있단 말인가. 어차피 역사는 기록에 의해 전해지는 내용을 믿을 수밖에 없다. 설령 그것이 잘못 전해진 내용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익산에서 전하는 내용이 그르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기에 역사는 처음부터 올바로 쓰여야 한다. 그래서 사관이 중요한 것이다. 한 때의 잘못을 가리기 위하여 거짓으로 쓰인 역사라 하더라도 훗날 자손들이 그대로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의 익산은 엄연한 백제의 수도였던 곳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온 국민이 떠나는 백제 탐방에 익산을 포함시키도록 하는 것은 익산 시민의 몫으로 남아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 익산을 꼽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익산시와 시민 모두의 책임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