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이리초등학교(이하 이리초교ㆍ교장 이향진)가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이 학교 50회 졸업생인 강성준 씨의 가족 상봉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개교 100주년을 준비하는 이리초교총동창회(회장 박기원)의 활동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 강성준 씨가 동창회로 연락해 가족들을 찾게 된 사연이다.

▲ 강성준(오른쪽)시와 어머니(중앙) 그리고 외손자(왼쪽)가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 = 이리초교총동창회)

지금부터 약 3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강성준(이리초교 50회ㆍ63세)씨가 총동창회 소식을 접하고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해 재경 동문들과 서울에서 만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총동문회 장두영 홍보이사에게 가족을 찾아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즉, 30여 년 전에 헤어진 조카를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미국에 살고 있는 강성준 씨는 고향이 전북 신태인이지만 친척이 사는 익산(당시 이리시)으로 유학(?)을 와 이리초등학교를 다녔고, 이후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던 중 아버지가 작고하자, 홀로된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했다고 한다.

강 씨는 결혼한 누나와 여동생은 한국에서 살고 있었고 누나의 손주를 강 씨의 어머니가 한국에 있을 때 잠시 돌봐줬다고 한다. 이후 미국으로 왔는데 강 씨의 누나와 매형이 조카 둘을 남겨둔 채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났다는 것.

이렇게 세월이 흘렀고 강 씨의 어머니(94세)가 마지막 소원으로 죽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 30년 전에 헤어진 외손주들을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딸과 사위가 일찍 저 세상으로 떠나 불쌍하게 자란 손주들이 마음에 걸려 늘 안타까워했고 마지막으로 꼭 보고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9월경 한국으로 와 서울에 있는 모 병원에서 요양하고 있던 중 최근에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도 외손주를 찾으니 강 씨는 자식된 도리로 너무 괴롭고 막막하던 차에 모교인 이리초교총동문회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장두영 홍보이사는 이리초교 53회 졸업생인  김영일 현 경기도 부천시 소사경찰서장에게 이 사연을 알렸고, 김 서장은 강성준 씨의 조카를 꼭 찾아내 임종을 앞둔 어르신의 소원을 해결하는 것이 대한민국 경찰공무원의 임무라 생각하고 민원실 직원과 상의해 '헤어진 가족찾기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30대 중반의 남녀를 찾기 시작한 경찰은 드디어 지난 4일에 외손자를 찾는 기쁨을 맞았다. 상대방에게 전후 사정을 말하고 임종에 가까운 외조모를 꼭 만나라고 권유 했으나 처음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남이 부담스러웠던지 상봉을 거부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어렵게 외손주를 찾더라도 개인정보 보호관계로 상대방의 동의없이 연락처를 알려 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만나기를 원치 않으면 재회를 성사시킬 수 없었다"며 "어렵게 찾았는데 이러한 슬픈 사실을 알려야 하니 참으로 난감했었다"는 김영일 서장.

▲ 이리초교 53회 졸업생인 김영일 부천 소사경찰서장(사진 = 이리초교총동창회)

김 서장은 강 씨에게 사정을 알리고 외손녀를 찾아 설득할테니 너무 괴로워 말라고 위로하며 찾기에 나섰고, 이러한 노력 끝에 결국 찾아내 전후 사정을 이야기했다. 다행하게도 외손녀는 할머니를 만나고 싶다고 했고, 오빠를 설득해 다같이 병원으로 찾아가 아기였던 두 외손주가 30대 중반의 어른으로 훌쩍 큰 상태로 임종을 앞두고 있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이날 강 씨의 어머니는 물론 외손주들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눈물바다를 이뤘다고 한다.

김영일 서장은 "강성준 씨가 저에게 전화를 해 영원히 손주를 못보고 떠나시는 어머니의 한을 풀어 준 이리초등학교총동문회와 대한민국 경찰에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 자주 한국을 방문해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하며 살겠노라고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 서장은 "개교 100주년을 눈앞에 두고 동문가족에게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쁘고 대한민국 경찰관이 됐다는 것이 오늘처럼 보람되게 느낀 적이 없었다"며 "앞으로도 강성준 선배의 인생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