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전(1958. 6) 덕수궁 고목(古木) 아래에서 창립된 ‘목우회’(木友會)는 구상(具象)미술 작가들의 상호협력과 친목을 도모하고, 후진양성과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이종우, 도상봉, 손응성, 이종무, 이병규 등 사실주의 화가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한 미술 동호회이다.

▲ 맑은정치포럼 대표/정치학박사 이동우

이 목우회는 사실상 한국의 아카데미즘을 이끄는 가장 규모가 큰 사실화가들의 단체로 성장했고, 한 때는 국전 서양화부 심사위원의 3분의 2를 목우회 회원이 차지하여 논란이 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한 단체이다.

익산에도 전통과 권위의 ‘목우회’회원으로 예술 활동을 했던 분이 있었다. 10여 년 전 젊은 나이에 고인이 된 최○ 화백이다. 최 화백은 익산의 상징 중 하나인 ‘서동과 선화공주’의 초상화를 그린 장본인이며 한국예총 익산 지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금도 익산시립도서관을 비롯하여 공공기관 로비에 걸려있는 최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다혈질이지만 순수하고 정이 많았던 최 화백은 예술인 특유의 자존심이 강해 화구(畵具)는 꼭 오리지널 제품만을 고집했고 의복도 고급제품만을 선호했다. 다행히 필자와 체격이 비슷하여 가끔 자신의 옷을 필자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필자는 돌아가신 후에도 한참동안 최 화백이 선물한 옷을 입고 다녔다.

생전에 사우나에서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형님은 피부가 까매서 때도 엄청 까매요’라고 장난을 치면, ‘야! 원단이 검어서 그런데 어쩌라고...’ 하며 동생의 장난을 편하게 받아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필자는 최 화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집에서 가끔 그림을 보며 옛날을 생각한다.

최 화백의 프랑스 유학시절 이야기이다. 유난히 피부가 검었던 그는 이따금 동료들로부터 한국사람임을 의심 받았다. 그래서 ‘너 어느 나라에서 왔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평소에는 ‘나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지만, 스스로 생각할 때 조금 부끄럽고 창피한 모습이라고 생각되면 바로 ‘나 태국에서 왔다’, 또는 ‘나 캄보디아에서 왔다’고 둘러댔단다.(태국이나 캄보디아를 비하할 의도가 아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최 화백 나름의 애국이었단다.

이름도 생소한 ‘메르스’(MERS)가 창궐한지 한 달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이 정부가 ‘세월호’ 참사로 국민을 전 세계인들에게 쪽팔리게 하더니 올해는 ‘메르스’로 쪽팔리게 한다.

과거 ‘성수대교’가 붕괴된 날 일부 익산시의원들은 유럽순방을 하고 있었다. 그날 하필 순방 코스에 나폴레옹 시대에 건설된 다리가 지금도 멀쩡한 것을 구경하고 숙소에 도착하니 TV에서 해외토픽 속보로 서울에서 ‘성수대교’가 무너져서 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하루 종일 방송되는 바람에 프랑스에서 한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서 혼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단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민주정치의 기본은 ‘대의(代議)정치’와 ‘책임정치’이다. 말하기도 지겹지만 기본적으로 국정을 총괄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청와대와 대통령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대통령은 하는 말마다 외계인 같은 소리만 한다. 미치겠다. 뉴스를 안 볼 수도 없고...

좋아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강대국이니까 할 수 없다. 미국은 ‘에볼라’ 때 바로 ‘오바마’가 직접 방역과 방제를 진두지휘해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우리는 대통령이 확진 일주일 만에 국무회의에서 보고받고, 15일 만에 방역 발언을 했다. 명색이 OECD회원국에 이런 한심한 나라가 어디에 또 있나. 그 뒤로 우리가 겪은 이야기는 생략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낀 현실 그대로 이니까.

이제 우리도 외국에 가서 ‘너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으면 답변할 나라 하나 쯤 미리 생각해 두자. 어디 가서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엄청 쪽팔릴 것 각오하고 말해야 한다. 아직 더위 시작도 안했는데 덥고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