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월) 오후 2시부터 익산역 2층 대회의실에서 조배숙 국회의원 주최로 익산미래포럼, 익산시 도시재생주민공동협의체, 한국안전지도사협회 공동 주관으로 ‘이리역 폭발사고 40주기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발제와 토론내용을 요약해 3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오늘은 두 번째 원도연 원광대 디지털콘텐츠공학과 교수의 발제문입니다.

원도연 교수는 “택시운전사와 광주민주항쟁은 한국현대사에서 ‘광주’라는 도시를 상징하고 있으나 이리역 폭발사고는 극심한 피해와 이후 도시발전에 끼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그 내용과 의미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리역 폭발사고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단편적이고 산발적이다. 오늘날 익산의 도시정체성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리역 폭발사고는 그 심대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 출처 : 원도연 교수 발제문 자료

원 교수는 “세월호 사건을 규정하는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억울함, 정권에 대한 분노, 명확하지 않은 진상 등등’의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뭔가 완전하지 않다는 느낌은 분명히 있다”며 “왜 우리의 기억은 이렇게 산발적이며 파편적인가. 이리역 폭발사고 이후의 익산은 어떤 도시적 영향을 받았으며 어떻게 변화했는가, 그 과정에서 이리와 이리시민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되물었다.

그러면서 원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0년 7월 11일, 이날도 11일이었는데 오후 2시 이리 항공을 선회하던 미공군의 B24기가 이리역 일대를 폭격해 역 주변에 있었던 송학동의 50여 채의 민간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면서 “폭격으로 50여 채의 민가는 온데 간데 없었고 약 200여 명의 사상자 냈뒤, 4일 후 다시 이리역 상공에 나타난 미군비행기는 30-40분간 기총 소사(항공기에서 땅 위의 표적을 비로 쓸어 내듯이 기관총으로 쏨)를 감행해 몇 십 명의 양민이 희생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리역은 한국전쟁 때와 40년 전인 폭발사고로 역사적 아픔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원 교수는 “이리역 폭발사고는 익산이라는 도시의 장소와 이리시민의 시간적 기억 속에 남겨져 있는 익산 현대사의 가장 극적인 사건으로 이리역 폭발사고가 갖고 있는 사회적, 역사의 의미를 탐색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 과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7년 11월 11일 오후 9시 15분

▲ 출처 : 원도연 교수 발제문 자료

원도연 교수는 “서울에서 출발해 광주로 가던 한국화약의 화물 열차인 제1605열차에 실린 다이너마이트와 전기뇌관 등 약 40t의 고성능 폭발물이 이리역에서 대기하던 중 폭발한 사건이다“면서 ”한국화약 호송 담당 직원 신무일이 술을 마시고 잠든 뒤, 추위를 막기 위해 촛불을 켰다가 촛불이 다이너마이트 쪽으로 넘어지면서 발화해 이리역 반경 500m 이내의 가옥 등 건물은 완전히 파괴됐고 반경 1㎞ 이내의 가옥은 반파, 반경 4㎞ 이내의 가옥은 창문이 떨어져 나가고 반경 8㎞ 이내의 유리창까지 파손되는 해방 이후 최대의 폭발사고로 기록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또 “폭발 현장에는 깊이 15m,폭 40m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였고 반경 500m 안쪽의 건물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우리나라 대형 폭발사고 1호로 기록된 이날 사고로 사망자 59명, 부상자 1343명과 함께 8000명 가까운 이재민을 발생시키면서 해방 이후 최대의 폭발 사고”라고 밝혔다.

특히 이 사고는 “화약류 등 위험물의 경우, 역 구내에 대기하게 하지 않고 통과시키는 게 기본원칙이었으나, 이른바 급행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차를 배정받지 못해 수송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원도연 교수는 전북도청이 1978년에 발간한 ‘총화의기적: 이리재해복구백서’를 통해 재난을 대하는 당시를 짚어 봤다.

원 교수는 “백서( 56쪽)에 보면 당시 황인성 전북도지사는 ‘내일 해가 떠올라 어둠이 밀려나면 무시무시한 상처가 드러나 이리시민의 심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는데 그때 마침 군부대에서 무엇을 도울 것인가를 물어와 이리시민이 협조를 받아 깨진 유리창, 날라온 가재도구 등이 널려 있는 거리를 말끔히 쓸어내도록 했다’고 적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백서 57쪽과 58쪽에는 “박 대통령 각하께서는 사고난 바로 이튿날 바쁘신 정무를 제쳐두시고 김치열 내무부장관, 신형식 건설부장관과 신현확 보사부장관을 대동하고 헬기로 사고현장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고 격려하신 것이다. 박 대통령 각하의 자상하신 배려는 불안하기만 하던 이재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새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고 기록했다.

▲ 출처 : 원도연 교수 발제문 자료

그러나 원도연 교수는 “재난을 복구하고 재건계획을 세우는 전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시는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백서의 기록은 철저하게 대통령과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대통령은 모든 작업의 시작이며 최종결정권의 핵심으로 기록돼 있는데 이는 재난의 극복은 철저한 국가주의적 관점에서 기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교수는 이 과정에서 “1977년 재난 이후 세워진 새이리 계획은 결과적으로 익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계획이 됐지만 새이리 계획은 재해로부터 불과 13일 이후 발표돼 이리시의 미래를 위한 깊은 고민과 성찰은 물론 이리시민들의 합의와 동의 과정을 전혀 거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원 교수는 “당시 많은 이리시민들은 원상회복이라는 개념을 떠나 아름다운 새도시 이리를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 피해가 컸던 창인, 모현동 지구는 이재민들이 대부분 무직자 빈민들이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항구적 대책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무질서한 도시구조와 협소한 도로를 재정비해서 예술미 있는 문화도시로 만들어 줄 것을 당국에 바란다며 당시 중앙지 인터뷰 기사로 실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새이리 건설사업의 핵심은 도로건설과 공단조성 등 최소한의 개발계획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언론은 14일 낮 1시경 이리역 구내 폭발현장에 팬 커다란 웅덩이를 덮기 위해 복구작업반이 불도우조를 동원하자 주변에 몰려 서있던 실종자가족 30여 명이 육탄으로 불도우저 동원을 저지했다. 가족들은‘ 불도우저로 밀어버리면 실종자는 뼈마저 찾지 못 할 것이 아니냐’며 흙더미속에서 뼈라도 찾겠으니 불도우저 대신 삽으로 웅덩이를 덮어달라며 애타게 호소하자 복구작업반도 감동해 웅덩이를 삽으로 덮을 것을 수락했다”보도했지만 이것이 피해자 유족들의 소극적이자 유일한 저항일 것이다“고 원 교수는 말했다.

▲ 이리역 폭발사고 후 재난의 현장(출처 : 원도연 교수 발제문 자료)

원도연 교수는 “1950년 이리역 폭격사건은 폭격의 이유와 과정 등 진상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으며, 사건의 중대성에 비해 기억과 기념의 과정은 매우 미진하고,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의 경우 단편적인 사건기록과 사진, 파편적인 기억으로만 존재하고 있어 도시의 역사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원 교수는 “시민적 관점에서 기억을 재구성해 당시의 희생자와 현장에 대한 추적조사 후 ‘이리역 폭발사고 백서’ 사업이 필요하고, 당시 새이리 개발계획이 이리시 발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도시계획적 관점에서의 재평가해 2020년의 새이리는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리역 폭발사고를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이해해야지 단일사고로서의 정치사회적 의미는 부족하다”며 “이리역의 태생과 비극을 중심으로 구성이 필요한데 즉 일제강점기의 이리와 농업과 이리역의 비극을 기억할 수 있는 근현대사 기념관 건립이 필요한데 이는 미심쩍음으로부터의 해방은 물론 비극의 콘텐츠적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켜 새로운 의미부여를 통해 한화와 코레일 등이 견인하는 문화콘텐츠 전환이 필요하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