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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 1인분 2500원에 담긴 ‘사랑의 밥상’익산 매일시장 주차장 입구에 위치한 영동분식 이기자 씨
오명관 기자  |  iscm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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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7  11: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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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백반 1인분에 2500원 맞아요?”

   
 

“네 맞아요. 맛있게 드세요”라며 환하게 웃는 이기자(79세)씨. 올해로 장사한 지 5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한 곳은 이리역(현 익산역) 앞에서 그러니깐 1967년경부터 백반 20원, 짜장 10원의 가격으로 시작했는데 먹고 살기 위해 식당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도 가격이 매우 저렴한 편이기에 물었습니다. “그 당시 백반 1인분에 보통 50원 정도 했어요. 저는 식당을 통해 먹고 살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다들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기차를 타고 통학했기에 이리역 앞은 사람들로 늘 붐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 익산 매일시장 주차장 입구에 위치해 있는 영동분식(사진 = 오명관)

이어 “학생들은 가진 돈이 없어 배고픔에 허덕였지요. 그래서 밥이라도 많이 먹게 해주자는 마음을 먹고 백반 20원, 짜장면 10원으로 가득 담아 주기 시작했습니다”라며 멋쩍게 웃습니다.

이기자 씨는 또 “당시에 학생들은 밥을 먹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돈은 없고 배는 고프다보니 식당에 들어와 일단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도망치죠. 이러한 학생들은 대부분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식탁에 앉아서 먹지요”라며 호탕하게 웃습니다.

그래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배불리 먹고 가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그냥 놔뒀다고 합니다. 이제는 세월이 지났기에 도망친 당시 학생들이 지금이라도 찾아와 추억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습니다.

“아, 밥값을 가져오라는 것이 아니에요. 하하하”라며 이제는 나이가 들어 그러한 추억마저도 소중하기에 보고 싶다는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 왼쪽부터 이기자 씨와 조카(사진 = 오명관)

이기자 씨는 “당시 자주 밥을 먹으러 왔던 까까머리 학생 중 한 명이 현재 원광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데 가끔 찾아와 먹고 갑니다. 너무나 반갑고 식당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었습니다.

이리역 앞에서 약 10여 년 동안 장사한 후 현재 위치로 옮겼는데 1977년 11월 11일 이리역 폭발사고가 나기 몇 개월 전에 옮겼다고 합니다. “만약에 옮기지 않았다면 저는 어떻게 됐을지 모를 상황이었지요.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좋은 일 많이 하며 살라는 하늘의 뜻인가봐요".

제가 물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2500원은 운영하는데 어렵지 않았어요?” 그러자 이기자 씨는 “내가 이 나이에 돈을 벌어서 뭐하겠어요. 그저 어려운 사람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 시골에서 먹었던 그 반찬과 국. 2500원이다.(사진 = 오명관)

이 가격도 사실 3년 전에 한 손님이 2000원에서 더 올리라면서 문 앞에 2500원이라고 써 붙여놔 그 이후부터 받고 있다고 합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아침을 제외하고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장사를 한다는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곳 시장 주변에 어렵게 사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 가격에 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또한 저렴하다고 해도 분식류인데 연세가 있어 주로 밥을 찾는 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거의 쉬지 않고 연다고 합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짜장면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밀가루를 밀 때면 가슴 쪽이 욱신거리며 아파오기 때문에 더 이상 하지 않고 백반만 한다고 합니다. 또한 점심시간에는 조카가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하네요.

“조카가 어릴 적에 뇌염으로 장애를 입게 됐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을 잘 키웠고 이제는 저를 도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고맙지요. 그 일손이라도 보태주니 이렇게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에요”

   
▲ 밥이 매우 푸짐하다. 수북하게 많이 담은 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일명 머슴밥이다.(사진 = 오명관)

하루에 약 30그릇 정도 파는데 손에 쥐는 돈을 고작 7만5천 원. 그런데 이 돈에서 조카에게 일당으로 주고 다음 날 장사를 위해 장을 본다고 합니다. 그러니깐 하루에 5000원 정도 가져가는 것이지요.

또한 영등동에 있는 한 회사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외상장부에 적어놓고 월말에 목돈(?)으로 주는 10여만 원은 전기세 등 공과금을 납부하는 소중한 돈이라고 합니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하는 것이에요”라며 웃는 모습을 보니 기부라는 것이 꼭 많은 돈을 벌어 물질로 주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죽는 그날까지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와 배불리 먹고 갈 수 있도록 장사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이기자 씨를 보면서 어려웠던 시기에 나눔을 실천했고, 지금도 나눔을 실천하는 진정한 기부왕이 아닐까요?

참 이곳에서는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경우)일 경우에는 합석은 기본입니다. 테이블이 5개 정도 밖에 없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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