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화) 오전 11시 익산시청 본관 앞에서 차별에 기반한 다문화가족 자녀 모독 발언한 정헌율 익산시장을 규탄한다며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등 5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이날 "지난 5월 11일 ‘2019년 다문화 가족을 위한 제14회 행복나눔 운동회’ 축사에서 정헌율 시장은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후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는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다' '당신들은 잡종이다'라고 말한 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다문화 가족들을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다'라고 해명한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정 시장은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을 잠재적 위험요소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표현했다"며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발언이 인종주의적 편견에 입각한 심각한 차별과 혐오의 발언이라는 인식을 못한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익산시장과 공무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즉각적인 사과가 없었다"며 "이후 여론을 통해 문제가 되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문화 가족의 자녀를 더욱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했다. 평소 정 시장이 다문화가족과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을 깊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고 주장했다.

▲ 사진 = 오명관

이들 단체는 "다문화가족과 이주여성 관련 단체들의 항의 행동이 예고되자 지난 20일에 발표한 사과문도 차별적인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사과문에서 다문화 가족 아이들이 머리가 좋다는 덕담의 표현이었다면서 단순히 용어선택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으로 자라는 다문화가족 자녀 전체가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대상일 수 없다. 그럼에도 다문화가족 자녀의 특수한 점을 강조하고 나서 자신의 업적을 늘어놓는 방식은 형식적인 사과문의 전형에 가깝다"며 "정 시장의 발언은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다. 일부 언론사가 아니라 여기에 참여한,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민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정헌율 시장은 6.25한국전쟁 69주년 기념행사를 마치자마자 사과하기 위해 빨리 왔다면서 여러차례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들은 사과에 만족하지 않고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유했고 정 시장이 여러가지 상황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바로 대답하기 어렵다고 하자, 이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단체 :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한국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협회, 한국이주여성연합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