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채수훈} 이재봉 교수는 ‘남이랑북이랑’ 단체를 1999년에 결성하여 통일운동을 실천해 오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 통일학자로서 정부기관의 강의가 막혀있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올해 통일부로부터 <옴니버스 특강사업>에 선정되어 대학생‧시민 통일교육을 실시했다. 그 교육 결과물 중 하나가 통일교육원에서 편찬한 “평화의 길, 통일의 꿈”이란 책이다. 또, 통일현장체험을 하고자 한 “강화도 통일여행”이었다.

원광대학교가 모교임에도 강화도 통일여행에서 이재봉 교수님과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학교 동문에서 출발하여 강화도까지 4시간여. 강화도 한강 휴전선부근 답사에서 3시간여. 저녁식사 후 2시간여 특강. 다음날 강화도답사와 내려오는 길에 6시간여… .

장시간 마이크를 독점한 교수님의 통일 강의와 질의응답은 밀려오는 파도처럼 거침없고 시원스럽게 이어졌다. 여행객들에게도 질문, 숙제, 소감발표가 끊임없이 소통을 요구하였다. 어느 순간 마이크가 자연스럽게 탐방객에게 넘나들었다. 잠시 한눈 팔수도 없고, 잠을 청할 수도 없는 분위기가 내내 고조되었다.

이날 2대의 관광버스가 출발했는데, 교수님 강의를 듣기 위해서 일부러 25인승 편안한 차에서 내려 40인승 차로 갈아탔다. 1박 2일 동안 차 안과 강화도에서 줄기차게 나누었던 통일이야기를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를 간추려 보고자 한다.

남북한은 1950년 한국전쟁과 1953년 휴전(정전)협정 후, 66년째 군사적 대치상태에 놓여 있다. 휴전협정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하루속히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세계 유일의 냉전체제를 해체시켜야 한다.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간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오로지 국익 밖에 없다.

어떤 국가 간에 그 적대관계가 40년이 지나면 화해되고 치유가 된다. 지금이 그 시기이다. => 내가 공부하는 평화학 분야엔 T+40 이라는 이론이 있다. T는 Trauma를 뜻한다. 국가 간에 전쟁 등을 통해 아무리 크고 충격적인 상흔을 갖게 돼도 오래 잡아 한 세대 30년에 10년을 더한 40년이 흐르면 치유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은 꼭 70년 동안 변함없이 적대관계를 유지해왔고, 1950년 시작된 전쟁을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 때 소련과 미국이 일본을 물리치기 위해서 손을 잡았다. 그후 미소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하여 일본을 끌어들여 손을 잡았다. 소련이 무너진 후,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다시 일본의 군사 재무장을 부추기고 있다. => 종전 직후 1947년부터 냉전 시작하면서, 연합국이었던 소련을 봉쇄하기 위해 적국이었던 일본과 손잡았다.

1960년대 소련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하자 소련을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1970년대 말부터 개혁개방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해 미국을 추격해오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며 일본 헌법개정 및 재무장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한미동맹에 따른 일방적인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국제정세에 많게 자주적인 국방외교가 필요한 때이다. => 국익을 앞세우는 자주적 외교

한반도의 분단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는 1945년 해방 후, 미소에 의한 남북분단(영토분단)
2단계는 1948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에 따른 이념분단(동서냉전체제)
3단계는 1950년 한국전쟁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분단(민족간 전쟁)

한반도의 대전환의 4가지 주요 지점들은 다음과 같다.
1. 1945년 이후 분단 체제 74년의 해빙기
2. 북미의 3차례 정상회담과 새로운 국제 관계 모색
3. 1953년 휴전협정에서 평화협정 분위기 조성
4. 북한 핵무장과 타결을 위한 북미 줄다리기 협상

한반도의 남북통일 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4가지 변수가 있다.
1. 중미 패권경쟁 가열
2. 남북관계 후퇴‧악화
3. 북미관계 교착상태
4. 일본의 한국 무역전쟁과 과거사‧영토문제

중미 패권경쟁은 미국이 G1 위치에서 중국에 추월될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일본의 남한 때리기는 중국에 G2자리를 내준 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추격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일본은 해양국가로서 한반도의 영향력 행사와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호시탐탐 경제보복을 계속 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은 이해관계가 동일하기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중국과 한국을 경제, 군사 적으로 계속 압박해 올 것이다. => G2, G7, G20 등에서 G는 ‘Group“을 가리키지 서열을 뜻하는 게 아니기에 G1이라는 말은 부적절.

이런 국제정세에서 우리나라의 선택지는 과연 무엇일까?
남한은 미중 관계에서 샌드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라나는 미중의 무역전쟁에서 경제무역 규모가 가장 큰 중국과 한미군사동맹이란 미국 사이에서 어려움에 처해있다. 북한과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중단 된후 이렇다 할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 유일한 군사동맹 미국

중미일 견제를 받으며 남북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UN의 경제제재조치에 해당하지 않기에 남북한이 합의하면 얼마든지 재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미국 눈치와 보이지 압력 때문에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후 진전이 없다. 북한은 개성공단 조성 때 육군부대와 금강산관광 개발에 따른 해군기지를 북쪽으로 이동시켰다. 북한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중소기업체는 개성공단의 낮은 산업단지 분양가(평당 15만원 정도)가와 북한의 값싼 노동력(월 1인 10만원 정도)을 제공 받았다. 북한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익이 훨씬 높다. 개성공단은 퍼주는 것이 아니라 퍼오는 것이다. 남북 자주관계에 바탕한 평화교류‧협력 속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여 실질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남북이 더욱 친해져야 한다. => 퍼주는 곳 아닌 퍼오는 곳 (장소).

북한 핵무기를 둘러싼 미국의 전략은 한마디로 미치광이 협상 전략이고, 북한은 벼랑 끝 협상 전략이다. 벼랑 끝 전술은 한마디로 동반자살 전술로서 너 죽고 나 죽자 덤비면 결국 많은 것을 가진 자가 양보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결코 이기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봉쇄는 인도‧태평양 군사전략이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도 결국 그 전략의 일환이다. 한 여행객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자주적이지 못한 처사라면서 강하게 비판을 했다.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고자 태평양에서 일본과 호주를 인도양에서 인도를 끌어들여 군사적 고조를 높이면서 한편으로 방위비분담 압박을 가하는 이중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 태평양의 미국과 일본, 인도양의 인도와 호주 4개국 공조를 통해 중국 견제.봉쇄하는 게 인도,태평양 전략.

한편 미국은 한국에 사드배치, 한일 지소미아 협정파기 반대, 미군주둔군 방위비 5배 인상 요구, 한미군사동맹을 앞세우며 한 술 더 떠서 세계분쟁지역 한국군 파병 요청…. 한마디로 한반도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방파제(총알받이)이자 동맹관계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주한주둔군과 방위비분담금 5배 인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미국이 필요해 의해서 한국에 주둔했기에 주둔비용을 내라고 큰소리 쳐야 하는 나라는 오히려 우리나라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외교‧국방 적으로 전혀 주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가 다섯 배 인상을 요구하며 큰 소리 치고 있는 실정이다. 필리핀은 미군주둔비를 부담하지 않고 오히려 사용료를 받고 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5배 인상에 타협하여 50%만 인상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오히려 잘된 협상이라고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트럼프의 장사치 전술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미국이 뻔뻔하다.

미국은 자국 내에서는 인권주의를 표방하면서 밖에서는 제국(패권)국가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그대로 신봉하고 있는데 제도의 겉모습만 도입되고 실질적인 가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식보다 자유와 평등사회가 조화롭게 지향되어야 한다.

반미주의는 미국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 외교, 경제 등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다. => 저의 반미는 전쟁을 일삼는 미국의 호전적 대외정책을 반대하는 것.

일본 아베가 우리나라에 경제보복 실시는 일본이 동아시아 패권경쟁에서 고립되거나 왕따 되는데 위기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남북평화통일이 되면 중국과 러시아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반면 일본과의 경제교류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남북통일을 반대하고 한편으로 군사재무장을 실시하여 우리나라에 전쟁이 발발하면 언제든지 미국 사주 하에 군사개입을 하려고 한다. 일본이 파렴치 하다.

북한 정책은 선군정치(김일성‧김정일) → 병진노선(김정은) → 경제총집중노선(김정은)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다수 횡포가 국회와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소수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국가가 진정한 다수결 사회이다. 미국은 개인주의, 북한은 집단주의 그리고 한국은 이기적 개인주의 국가이다. => 소수의 권리 (minority right)를 보장해주며 다수가 통치 (majority)하는 게 진정한 다수결 원리. => 이 문단은 위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문단 뒤로.

이재봉 교수님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숙제 검사도 하였다.
“내가 그리는 통일은 무엇인가?”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0년대에 ‘대중경제론’이란 책에서 주창한 3단계 3단계 통일방안입니다. 1단계 남북 교류협력, 2단계 남북 연합(1국 2체제) 3단계 남북 평화통일이 가장 합리적인 통일 방안입니다. 통일방법에는 무력통일, 평화통일, 흡수통일 3가지가 있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상호 체제를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협력하고 경제적으로 공존을 추구하며 통일을 지향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봅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통일정책은 이승만 때 북진통일이었고 박정희 때 체제경쟁 때문에 없었다. 전두환 때 내용이 없었고, 노태우 때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마련되었다. 김영삼 때 전 정부의 통일정책을 명칭만 변경하여 그대로 계승하였고, 김대중 때는 실질적인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을 추진했다. 또, 2006년 2000년 6‧15공동선언을 했다. 노무현 때 2007년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의 통일정책방안은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발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의 통일정책은 고려연방제이다. 우리는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익산 원광대학교에 가까워 올 무렵 차안에서 누군가 소감을 얘기한 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서로 합창을 했다. 참 오랜만에 불러봤다. 속으로 우리나라 사람 중 진심으로 통일을 원하는 국민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갈수록 통일의식도 희박해지고 통일문제에 관한 남남갈등도 만만치가 않다. 그러함에도 ‘통일은 대박’이라는 어느 여인의 그 말만은 진실로 믿고 싶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휴전상태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날, 그날이 바로 ‘세계평화’의 날이 될 것이라 확신해 본다.

강화도 통일여행에서 못내 아쉬웠거나 궁금한 것은 이재봉 교수님께서 주신 우리 시대 최고의 남부 관계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이야기인 “평화의 길, 통일의 꿈”을 읽으면서 통일 지평의 혜안을 더욱 넓혀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