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김재홍 열린우리당 의원이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자격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김재홍 의원의 요청에 따라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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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에 대한 언론의 논조들은 판박이다. 모두가 한마디로 불리하니까 뛰쳐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그런 평가도 내릴 여지는 있을지 모른다.

▲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선언을 한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어쩌면 그렇게도 똑같이 한 면만을 부각시켜서 비판하는지 가슴 답답하기 그지없는 현실이다. 너무도 삐딱하게 느껴진다. 한 면의 의구심만 가지고 총체적 진실을 덮어버리려는 어린아이 같은 사고이다.

내가 그의 탈당을 전면적으로 정당화할 의도는 결코 없다. 그러나 상당한 족적과 경력을 가진 정치인의 행위에 대해 너무도 가볍게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기를 촉구하고 싶다. 우리 모두 공론화의 수준과 품격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이는 진정한 민주정치에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손학규의 눈물' 정치적 쇼로 보이지 않았다

손학규 전 지사처럼 국회의원 3선에 장관과 민선 도지사를 거쳤으면 누가 보아도 흔치 않은 정치 지도자다. 그런 정치인이 산사에서 짧지 않은 고뇌의 시간을 보낸 끝에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

탈당해서 반드시 득이 있을 거라는 계산으로 그런 결심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고민이 컸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선택을 했다.

나는 그의 눈물이 흔히 말하는 '정치적 쇼'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회한의 표시였다. 자신이 십수 년간 몸 담으면서 내부 개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결국 좌절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탈당에 대해 지금 단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낙인찍기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여러 가지 근거로 그는 이기적인 행보가 아니라 이 땅의 양심과 정의를 살리기 위해 살신성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알의 밀알' 실천하는 순수성을 견지해야

더불어 그에게 고언도 하고자 한다. 그 자신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말을 실천하면 된다. 언론은 화려한 정치인의 길을 걸었으면서 탈당하는 것을 꼬집고 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환골탈태한 손학규로 거듭나는 길이 될 것이다.

어떤 초심인가. 1960~70년대 반독재 정의실현을 위해 학생운동에 몸 던졌던 순수성을 다시 내세워야 한다. 지난번의 민심 대장정은 그래서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이제 대통령 선거와 정계재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순수와 열정으로 밀알의 역할을 맡기 바란다.

명심할 일은 선택과 평가가 자신이 아니라 언제나 대중에게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으로써 다시 사는 영생의 길이 가능하기도 한 것이다.

여론 수치 큰 의미 없어...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

나는 지금의 여론조사 수치가 참고 자료 이상의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벌써부터 언론의 경마게임식 보도가 문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더구나 아직 한 쪽에서는 링 위에 정당과 후보가 올라서지도 않았는데 관객들에게 인기투표를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뿐이다.

그래서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은 더욱 앞으로 하기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의 여론 지표나 정치권의 불가예측적인 기상도에 지나치게 어려워 할 필요도 없다.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은 것이고 모든 가능성을 지닌 예술이다. 털어 버릴 것은 훌훌 다 털어버리고 역사적 대의의 길로 나서느냐 여부가 차후 모든 평가를 좌우할 것이다.

김재홍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경기대 정치학 교수를 거친 전북 익산출신의 전국구 국회의원(열린우리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