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2년 12월 23일자로 본 기자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한 내용으로 제2회 입양의 날을 맞아 익산에서는 행사가 없기에 이 기사로 대신합니다.

매년 5월 11일은 입양의 날로 정해 지켜지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입양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면이 많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특히 10대 미혼모를 통해 태어나는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사례가 많아져 사회적으로 경각심과 함께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타의 반, 자의 반으로 한순간에 잘못으로 태어난 아기들을 향한 미혼모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그로 인해 해외로 입양되어 가는 아기들을 우리가 떠 안을 수는 없는지 한 번 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 - 내 몸 속에 새 생명이

내가 미혼모시설에 들어가기 전에 내 몸 속에 아가를 데리고 일을 했다. 그게 나에게 무리였다. 그래서 한 가지 선택으로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이 아가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뼈 속 깊이 느껴졌다. 나 같은 부모 만나지 말고 너의 꿈을 펼쳐 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나기를 기도 할께. 난 이 아가를 낳고 며칠 있다가 뒤도 안보고 앞으로 갈 것이다.

아가야...
너의 얼굴을 안봐도 괜찮다. 너를 여기에 두고 갈 생각을 하니 미안하단다.

병원에 가서 진찰도 받고 초음파도 보았다. 나의 몸 속에 아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했다. 머리, 손, 뇌, 코도 보였다.

내가 키우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 아빠 없는 아이는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능력만 있다면 키울 수 있는데 사정이 안되니깐 그리고 능력이 안되니깐...

아가야 이 엄마 용서해라
이제 3개월이 남았지만 그래도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서 기억이... 홍수처럼 눈물이 난다.
군대있는 사람이 그 아기 잊고 살 수 있냐고 물어봤을 때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사람 마음은 잘 모른다. 그래도 애써 잊고 살아야겠다.

내가 출산 후 못한 공부도 해야겠다. 그리고 나의 고향으로 가서 부모님께 효도하면서 살아야겠다. 나도 이제 부모님의 심정이 이해된다.


두번째 이야기 -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

미혼모시설에서 생활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그 동안에 어떻게 뱃속에 있는 아기를 키웠는지. 내 자신도 신기할 뿐이다. 한때는 내 몸 속에 있는 아기가 원망스러워서 지우려고 생각도 했었는데...

미혼모시설을 알고 원장님을 만나고부터 내 마음이 흔들리게 되어 아기를 낳기로 결심했다.
산부인과에 가서 초음파검사를 하면서 의사선생님에게 "아기 건강해요?"라고 물었을 때 "건강합니다"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마음이 한결 좋아졌다.

그 후로 나는 몸이 무거워지고, 움직이기가 싫을 정도였지만 아기를 위해 움직이고 한번씩 운동하러 걸어다니기도 했다. 내가 아기를 키우지 못하고 입양시킨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내가 능력이 안되니깐...

우리 아기라도 행복하게 잘 키워달라고 매일 마음속으로는 기도를 한다. 이제는 1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기는 건강하게 잘 낳고 싶다.
아기를 잘 낳아야 입양도 잘될텐데 혹시나 내 아기가 기형아 일까봐 두렵다. 내 몸에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쁜 짓을 해서 아기한테 미안하기만 하다.


세번째 이야기 -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듯

미혼모라는 이 한 단어...
이 한 단어가 내 인생을 바꿔놓으리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처음 임신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이를 낙태해야겠다는 생각과 죽고만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나 때문에 한 생명이 죽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차마 낙태를 하지 못하고 만삭이 되서야 미혼모보호시설을 찾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부모님이 화내실 것을 생각하니 겁이 나서 며칠을 울면서 지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나에 대한 실망보다는 걱정이 앞섰는지 이곳까지 찾아와 보냈다.

집에서 갇혀 있다가 이곳 보호시설에 와보니 꼭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항상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밖에 나가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다가 한번씩 밖에 나갈 때면 배를 감추기 위해 항상 복대를 하고 다녔다.

그런데 이곳은 사람들 시선에서 보호를 해줄 뿐만 아니라 나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많은 것을 배려해 주었다. 이곳에서는 나말고도 다른 미혼모들이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 힘들 때면 위로도 해주고 의지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만 된다. 내 몸속에 다른 생명이 자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술을 마시며 놀기에 바빠 아기가 어떻게 되든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이제는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 주기만 해도 하늘에 감사할 것 같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두렵기만 한다. 내가 아이를 키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가득 차 있다.

지금 나 말고도 많은 미혼모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갇혀있어야만 하는 심정은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왜 여자만 이렇게 고통을 당해야하는지...여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멍에와 같은 것인데...

하지만 난 새로 태어나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세상에 첫발을 내딛을 것이다. 평생을 살면서 실수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난 단지 조금 큰 실수를 했을 뿐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로 인해 한 생명이 태어났으니...

몇 년 뒤면 나도 결혼을 해 다른 가정을 만들겠지만 항상 내 아이의 행복을 빌어 줄 것이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고서는 나도 행복해질 수 없을 테니깐...

다른 미혼모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숨어 지내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사회에 나와 사는 것이 자신이나 아이에게 좋은 일이라고...

마지막으로 우리아가야...
너가 태어나서 엄마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로 가겠지만 엄마는 항상 널 위해 기도하며 네 행복을 항상 빌어줄께...사랑한다 아가야.


10대나 20대 초반의 미혼모들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들은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술과 담배를 하는 미혼모도 있다. 그러다가 임신을 알게 된 뒤로부터 두려움과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점점 폐쇄적인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임신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복대를 하지만 곧 들통나서 공포에 살게 되는데 다행히도 미혼모 보호시설에 들어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임신 8개월이 된 상태에서도 낙태를 하는 경우가 있어 무척 위험한 일을 하기도 한다.

남자친구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하룻밤의 성관계가 엄청난 불행을 낫지만 남자들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부터 책임회피를 하거나 낙태를 종용하기도 한다.

이것으로 보아 여자의 잘못이라기도보다는 남자의 잘못이 더 크다. 남자는 한 순간의 쾌락이었지만 그 실수로 임신하는 여성에게는 인생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10대 소녀일 경우에는 그 충격이 더 크다.

경찰청과 한국갤럽이 최근 중고생 2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중고생의 6.4%가 성관계 경험이 있으며, 성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첫 성관계 시기는 17살 39%, 16살 24%, 15살 12% 등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보면 그만큼 10대의 미혼모 발생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대한민국은 미혼모 1위라는 오명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한참 건전하고 밝게 자라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상처를 주어 사회에 대한 불신과 삐뚤어진 사고를 가지지 않도록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줘야 할 것이다.

순간의 실수로 미혼모가 된 10대 소녀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쳐다 볼 것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와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그들은 바로 우리의 딸이요, 내 여동생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너무나도 이쁘고 사랑스럽고 착한 소녀들이라는 것을 취재하는 동안에 느꼈고 그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과 아픔을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02-12-23 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