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역 폭발사고를 기억하는가.

당시 이리시 전체의 70%를 황폐화 시킨 예고 없는 인재는 오늘을 사는 익산 시민들에게 지금도 지울 수 없는 아픔과 상처로 남아 있다.

사고가 있은 지 올해로 30년. 긴 세월은 '아픔'을 '의지'로 변화시켰다.

원망과 한을 넘어 화해와 상생의 길을 가고자 뜻을 모은 익산. 그 변화의 중심에서 묵묵히 용기와 힘을 실어 준 '이리역 폭발사고 희생자 추모사업회와 김삼룡 회장을 만났다.

▶ '이리역 폭발사고 희생자 추모사업회' 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사고 당시 이리시청 소속 사회과장, 회계과장 등으로 일선에서 근무하던 공무원들과 창인동장, 시민 등 이리역 폭발사고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33명이 뜻을 모아 사업회를 결성했다.

나 또한 사고 당시 '애향운동본부' 부총재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리역 폭발사고 3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10일 사업회를 결성하고 익산시와 함께 이번 추모행사를 추진해 왔다.

▶ 사고 경위와 당시 상황은 어떠했나.

지난 1977년 11월 11일 밤 9시 15분, 지금의 (주)한화인 (주)한국화약의 화물이 폭발하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40여 톤의 고성능 다이너마이트와 전기뇌관을 운반하면서도 폭발물 취급자격도 없고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경비원을 책임자로 승차 시킨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였다.

또한 화약품 운송열차는 정차하지 않고 직송한다는 철도청의 운송 규정 위반도 간과할 수 없다. 사고 직후 상황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폭발과 함께 일대 전기가 모두 끊겨 사방이 암흑이었고 역 주변에는 시신들이 즐비했다. 또 여기저기서 살려 달라 외치는 소리가 밤새 끊이지 않았다.

▶ 사고 직후 현장 수습과 복구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사고 현장은 흡사 전쟁터와도 같았다.

59명의 사망자를 포함한 1,402명의 중경상 자들을 수습하는 일부터 시작됐다. 전기가 끊겨 칠흑같이 어두운 현장은 트럭 전조등으로 빛을 삼았고 시신들은 지금의 중앙동사무소인 보건소에 안치했다.

또 환자들을 군산과 전주로 호송해 치료를 시작했다. 주택 파손 등으로 인한 이재민만 9,973명에 달했는데 주민등록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이재민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쉬운 대로 천막을 짓고 생활하며 후에 모현아파트와 창인아파트를 건립해 차츰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 '이리역 폭발사고'는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사고 당시 보여 줬던 익산 시민들의 협동과 아름다운 양심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리역 앞 주택은행을 비롯한 여러 상점들의 집기와 상품에 손 댄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안다.

또 전국 각지에서 전해 온 구호 물품을 서로 양보하며 아꼈으며 복구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식사와 숙소를 제공한 동네 유지들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러한 시민정신이 밑천이 되어 2년여의 복구 작업을 통해 새롭게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고 지금의 익산 발전의 원천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픔과 어려움을 통해 익산은 하나가 되었다. 익산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 바람과 계획은.

11일까지 펼쳐지는 '이리역 폭발사고 30주년 추모행사'가 익산 시민들의 많은 참여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첫 번째 바람이다.

또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에게도 '이리역 폭발사고'를 기억하게 하며 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를 바란다. 30년이 넘은 지금도 그 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보듬는 익산시의 배려와 관심도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철도청과 (주)한화 와는 원망과 한을 넘어 지속적이고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가 익산 시민들에게 화해와 상생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역세권 개발을 통한 익산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에 관심과 응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 김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