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8년 11월 25일(화) 오전 11시
장소: 장충동 소피텔 엠버서더
참석: 감독 유하, 배우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

Q. 제작보고회 참여한 소감과 자신이 맡은 역할 소개 부탁드린다.

A. 주진모: <쌍화점>에서 맡은 역할은 고려의 왕이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니까 긴장되지만, 그 만큼 <쌍화점>이 많은 관심을 받는 작품이구나 생각이 든다.

지금 한국영화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많이 오신 김에 도와주셨으면 한다.(웃음)

B. 송지효: 촬영을 굉장히 오래 했는데, 이렇게 제작보고회를 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다. 영화 <쌍화점>에서 왕후 역할을 맡았다.

C. 조인성: 건룡위의 수장 ‘홍림’ 역할을 맡았다. 제작발표회를 이렇게 크게 해 본 것이 처음이라 떨린다. 열심히 찍어있으니 잘 봐주셨으면 한다.

Q. (유하 감독에게) <쌍화점>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고,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A. 유하 감독: 내 개인적으로 <쌍화점>은 5번째 작품인데, 가장 힘들게 찍은 작품이다. 힘들게 찍은 만큼 관객들이 즐겁게 봐주셨으면 한다. 나는 이미지보다는 서사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비열한 거리>를 끝나고 나서, 이야기의 처음이나 원형적인 이야기리를 하고 싶었다. 마치 세익스피어의 비극 같은 그런 드라마를 한번 해보고 싶었던 차에, 쌍화점이라는 사극을 만나게 됐다.

Q. (유하 감독에게) 조인성, 주진모, 송지효를 캐스팅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하다.

A.유하 감독: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때 인연이 있어서, 다시 한번 의기투합해보자라고 예전부터 말을 해왔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홍림역은 조인성을 염두해 두고 썼다.

왕 역을 맡은 주진모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호흡을 맞출 뻔 했으나, 인연을 맺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도 한번 캐스팅하려고 했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터라 주진모를 왕 역으로 캐스팅했다.

송지효도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인연이 있을 뻔 하다가 못했었다. 자연스러운 미모와, 순수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원나라 출신 왕후 역을 잘 소화할 것 같아 캐스팅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 모두 120% 잘 해주었다.

만약에 영화가 결과적으로 안 된다면, 그것은 감독인 나의 문제이지 배우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우들 모두 너무 잘 해주었다.

Q. (조인성 에게) 사극 장르에 처음 출연인데, 어려웠던 점? 그리고 특별히 준비했던 점?

A. 조인성: 낯선 것에 도전한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주로 현대물에만 출연 했기 때문에, 분장, 의상 등이 나랑 잘 어울릴까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사극의 대사체가 어색해 보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은 감독님이 힘을 주시고, 나에게 맡게 캐릭터를 고쳐주셔서 손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감독님이 아니었더라면 어려움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감독님에게 많은 감사드린다.

Q.(배우에게) <쌍화점>을 찍으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A. 송지효: 왕후가 영화에서 여러가지 모습을 가진 강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내가 과연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영화 속 왕후의 모습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니 보람을 느꼈다. <쌍화점>을 찍으면서 힘들었지만 스스로 내적으로 깊어진 것 같다. 그리고 감독님이 왕후 역할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B.주진모: 개인적으로 <쌍화점>은 세 번째 사극 작품이다. 그러나 나는 <쌍화점>을 지금 처음 연기 하는 입장으로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왜냐하면 <쌍화점>은 사극이기 전에, 드라마가 굉장히 중요한 영화여서 그 어떤 영화보다 인물의 감정선을 잡아가는 것이 힘들었다.

이러한 감정이 풍부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유하 감독님이 잘 이끌어 주셨기 때문인 것 같다. <쌍화점>을 하면서 내가 기존에 해왔던 연기 방식과 욕심을 다 버렸다. 유하 감독님의 연기 지도를 통해서 외적으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보다는 내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Q. (유하 감독에게) 조선시대가 아닌 고려시대 사극을 하게 된 계기는?

A. 유하 감독: 원래는 사극을 잘 보지 않는 편이어서, 사극스타일도 모른 채 사극에 뛰어든 셈이다. 오퍼스 픽처스의 이태헌 대표가 한 번 변화를 도모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으로 사극은 불편한 장르여서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났다. 그러나 고려시대를 택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우연히 <고려사절요>를 보다가 <쌍화점>의 근간이 되는 공민왕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고려시대는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과 딱 부합하는 것이었다. 사극을 하게 되면 조선시대 사극의 정적인 느낌과 대척점에 있는 굉장히 다이나믹하고 탐미주의적이고 역동적인 사극을 하고 싶었었는데 고려시대와 잘 맞았다.

다만 고려시대 사료가 많지 않아서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고, 최대한 많은 취재를 통해 보완하려고 했다.

Q. (유하 감독에게) 화제를 모았던 정사씬과 동성애는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가

A. 유하 감독: 쌍화점이라는 제목 자체가 조선시대 ‘남녀상열지사’라고 일컬어진 고려가요에서 따왔듯이, 육체성의 축제가 근간이 되는 영화여서 정사장면은 불가피 했다.

정사장면의 수위는 전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 보다 높은 수위라고 생각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이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동성애 장면은 내가 전부터 동성애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는 드라마라는 것이 동성애자와 같은 소수자를 통해서 보편자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성애라는 코드는 외피에 불가하고, 전반적으로 보편자의 감정과 공감대를 이끌어 가기 위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

Q. (송지효에게) <쌍화점>에 캐스팅 될 당시 노출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가?

A. 송지효: <색즉시공>을 끝내고 출연제의가 왔다. 베드씬의 수위가 상당히 높은 걸로 알고 있었지만, 시나리오를 읽은 후 베드씬보다 드라마가 치중된 영화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관객들도 나처럼 느낄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Q. 영화 속에서 액션장면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상 없이 잘 소화해 내었는가?

A. 주진모: 액션장면을 위해 4~5개월 동안 액션 훈련을 받았다. 그런데 검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자세였다. 감정도 실어야 해서 자세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이럴 때 연기자 서로가 믿는 것이 주요했다.

나도 조인성씨를 믿고, 조인성씨도 나를 믿었기 때문에 서로 자연스러운 액션동작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쌍화점>에서는 액션의 합만 중요했던 것은 아니다. 액션 장면 안에 드라마가 있고, 감정이 있어서, 액션도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그래서 그 어떤 액션 장면보다 심적으로 부담이 되고 힘들었지만 모니터를 보고 나서 무척 만족스러운 기억이 있다.

Q. (이어서) 검술의 자세는 조인성씨와 비교해서 어땠는지?

A. 주진모: 영화상에서 보면, 왕이 홍림에게 검술을 가르쳐주기 때문에 내가 동작을 하면 조인성씨가 따라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조인성씨가 신체조건(키)이 좋다 보니, 조인성씨는 조금 움직여도 태가 나는 동작이 나는 많이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조인성씨가 액션장면에서 더 멋있게 나왔다(웃음)

B. 조인성: 그렇지 않다. 사실 키가 커서 불리한 점이 있었다. 나는 각이 안 나왔다 (웃음). 길다 보니 흐느적거리게 되더라. 주진모씨는 <비천무><무사>등으로 검술연기를 경험했던 적이 있어서 멋진 각이 나오는데, 나는 그런 자세가 나오지 않아서 많이 보고 배웠고, ‘액션영화는 각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Q. (조인성에게) 영화 촬영 중에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궁금하다.

A. 조인성: 각이 안 나와서 부상이 난 것 같다.(웃음). 액션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더 다쳤던 것 같다.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결과물이 만족스럽고 성취감을 느끼다 보니 계속 열심히 하게 되었다.

Q. (유하 감독에게) 현대의 어떤 이야기를 고려 말에 투영시켜서 하고 싶었는가?

A. 유하 감독: 사극이 그냥 사극이 되어서는 그냥 옛날 이야기에 불가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사극 장르를 선택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에서다.

첫째는 내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이야기의 원형을 찾아가 보자는 소박한 뜻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둘째는 멜로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멜로드라마에서는 현실적 조건이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장애물이 되었는데, 지금의 가장 큰 화두이자 장애물은 ‘젠더’(성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이 장애물이 되는 멜로드라마를 한 번 해보자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사극의 스토리를 도입하여 현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결심했다.

Q. (조인성에게) 첫 사극, 강도 높은 성인연기 등 <쌍화점>을 통해서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 많아서 배우로서 이번 작품이 큰 지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성장하고 싶었는가?

A. 조인성: 일단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다. <쌍화점>의 출연계기는 너무 자연스러웠다. 감독님은 내 개인적인 스승님이시기도 한데, 나에게 자주 하시는 말씀이 “아상(我相)을 깨라” 였다. “네가 생각하는 것 그것을 깨라” “나는 아마 이런 것을 못할 꺼야” 라는 고정관념을 깨라고 조언을 주셨는데, 그런 점을 실천에 옮기고 싶었고, 마침 연출자가 유하 감독님이서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었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변하고 비춰질지는 나 자신도 사실은 모르겠다. 다만, 이 작품이 앞으로 내가 연기할 수 있는 동안 “나를 하나 더 깰 수 있는 작업”이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Q. (배우들에게)<쌍화점>은 액션, 정사씬 만큼 감정의 연기가 중요한 영화인 것 같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였는가?

A. 주진모: 감독님이 촬영장에서 항상 하셨던 말씀이 있다. “배우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힘들어야 관객들이 즐겁다”. 표정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1차원적인 연기를 한다면 유하 감독님은 용납을 하지 않으셨다.

감정의 표출은 자제하되, 내면에 깊은 감정을 감추고 있는 연기를 요구하셨다. 때로는 너무 힘들었지만, 그러한 감정연기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관객들이 궁금해 하실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B. 송지효: 저도 진모 선배와 마찬가지로 느꼈다. 감독님은 단면적인 연기를 원하지 않으셔서 연기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 심지어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그러나 그렇게 힘들었던 부분이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나서 보람을 느꼈다.

C. 조인성: 내가 연기하는 ‘홍림’은 정답이 없는 인물이어서 일단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많은 버전을 찍었다. 한 장면이라도 다양한 감정을 실어서 여러가지 버전을 찍었다. 개인적으로는 홍림이라는 캐릭터의 감정에 몰입할 때, 햄릿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Q. (송지효에게) <쌍화점>의 홍일점으로서 유하 감독, 조인성, 주진모와 연기한 소감과 <쌍화점>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A. 송지효: 현장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초반에는 ‘내가 홍일점이어서 힘들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었지만, 조인성씨, 주진모씨, 유하 감독님 모두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쌍화점>을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준비했다기 보다는 감독님을 믿고 많이 의지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던 매순간마다 감독님에게 묻고 매달렸던 것 같다. 그 덕분에 캐릭터를 이해하는 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

Q. (배우들에게) 현재 일본에서는 한국의 사극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일본의 남성팬들에게 <쌍화점>에 주요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 말한다면?

A. 조인성: 남, 녀 관객을 떠나서, 모든 관객들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유하 감독님은 인간에 대한 탐구가 뛰어나신 분이다.

<쌍화점>에서는 소수자라는 장치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인생사를 풀어내려고 하셨는데, 그 부분들을 이해하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B. 유하 감독: 참고로 한마디 하자면, 조인성이 베드씬 때문에 굉장히 많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베드씬 촬영 5분 전에는 계속 Push‐up 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그 부분을 남성 여러분이 봐주면 좋을 것 같다(웃음)

C. 주진모: <쌍화점>은 어떤 특정 관객층에게만 어필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세 명의 주인공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그 중 마음에 드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면 영화의 재미가 배가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출연자전원)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드린다.

A. 주진모: 저 뿐만 아니라 배우 모두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많은 노력을 한 영화이다. 그동안 했던 다른 어떤 작품보다 더 큰 용기를 낸 작품이다. 감독님이 여러 가지로 힘을 실어주셔서, 결과도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B. 송지효: 이렇게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는 모습 보일테니 기대 부탁드린다.

C. 조인성: 6개월 정도 정말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요즘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열심히 찍은 만큼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D. 유하 감독: 6개월 정도 전국 팔도를 유랑하면서 찍었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낡은 행위인데,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은 여전히 새롭고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쌍화점>이 관객들에게 말되는 이야기로 전달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