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하반기 부동산 시장 ‘싸늘’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을 토지 시장과 주택 시장으로 나눠 짚어 보겠다. 토지 가격은 각종 경제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3분기까지 3.92% 상승해 지난해 연간 상승률(3.88%)을 넘어섰지만 점차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

세종시(행복도시), 황해경제자유구역(평택, 당진), 전북지역(새만금, 경제자유구역 등)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토지거래도 급감했다.

그러나 토지 공급은 계속 느는 추세다. 올 하반기 이후 대규모 공공주택용 택지분양시기가 예정돼 있다. 기존 미분양 택지에 덧붙여져 물량이 더욱 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가격은 상반기까지는 오르는 추세였지만 하반기에는 하락세로 반전됐다. 평수에 관계없이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이자부담이 커지고 양도세가 완화돼 팔려는 사람은 늘고 사려는 사람은 줄었다. 올해 대규모 단지 입주 등 아파트 공급이 넘쳐났다. 그러나 신규주택 판매가 부진해서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대규모로 쌓여있는 상태다. 수도권 미분양은 2007년 하반기 이후 급증했다.

MB정부, 부동산 정책 철학과 신념 부족

이명박 실용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한마디로 “시장친화적 정책의 철학과 신념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다. 정부의 기본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 주택 수요와 공급 균형을 통해 가격안정 기조를 구축하는 것, 둘째, 시장친화적 제도를 구축해 거래를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칙이 부족해 잘 되지 않고 있다. 먼저 공급과 수요 정책이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주택 시장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규제완화도 지금처럼 찔끔찔끔 완화하면 효과가 없다.

사람들이 거래에 뛰어들지 않고 정부 정책을 관망하면서 더 파격적인 후속편이 나오기를 계속 기다리게 된다. 오히려 확실히 규제를 완화한 후에 다시 규제를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 내년 4분기까지 ‘침체’

세 가지 시나리오로 2009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보자.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로 봐도 내년 4분기까지는 침체된다고 봐야 한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실물경기가 회복되면 내년 4분기 정도에 부동산 경기도 완만한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다. 금융시장이 악화되고 실물경기가 계속 위축되면 부동산 경기침체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2010년 이후로 회복이 미뤄질 것이다. 게다가 만약, 금융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 금융과 부동산이 복합 불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상당기간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이나 파장은 아직 예측할 단계가 아니다.

주택과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려면 조건과 시기를 생각해 봐야 한다. 부동산 경기는 금융시장 여건과 실물경기 변동이 좌우한다. 지금 겪고 있는 경기침체는 유동성 위기가 신용위기, 실물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부동산값이 3~4년 주기로 변화하는 것에 비춰봤을 때 당초에는 ‘2009년 상반기에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거시경제 여건이 2007년 이후로 하강국면을 맞고 있는데다가 실물경기로까지 옮겨와 회복이 느려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로만 수요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경기회복이 어려울 경우 부동산 시장도 한동안 침체될 것으로 본다.

국내 부동산 금융 부실화 가능성 낮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금융의 부실화 가능성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우리나라는 주택 융자율이 평균 60% 이하다. 따라서 주택 가격이 절반 이상 떨어지지 않는 한 선진국처럼 부동산 금융이 심각하게 부실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GDP 대비 주택담보대출비율을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 35% 정도인데, 유럽은 50%, 미국은 무려 71%에 이른다.

대개 ‘부동산 가격이 많이 뛰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정부 공식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평균적으로는 겨우 물가상승률 정도로 상승했을 뿐이다.

표2에서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경제수치가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볼 수 있다. 지난 22년 간 부동산 가격은 토지가격 3.19배, 주택가격 2.23배 상승해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인 2.64배와 비슷한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여기는 이유는 지역에 따라 상승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강남을 비롯해 일부 지역이 폭등했을 뿐 우리나라 전체평균을 보면 값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은 자산 디플레에 따른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부동산 값 하락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자산가격도 함께 떨어져 해외투자 기회가 펼쳐져 있다.

하지만 동남아 등 기존에 개발투자가 활발했던 지역의 국가 위험도가 매우 높은 상태다. 따라서 선진국에 투자하길 권한다. 그러나 대출을 내서 투자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가진 자산을 이용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정리 : 세계경영연구원 오지영 연구원 jyoh@igm.or.kr
출처 : 세계경영연구원의 글로벌 스탠다드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