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19일(월)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을 해체ㆍ보수하는 과정에서 무왕의 왕후가 조성한 사리장엄(舍利莊嚴)을 발견했다면서 이를 공개했다.

사리장엄은 석탑 1층의 중심 기둥인 심주 윗면 중앙의 사리공 내부에 사리를 담은 금제 사리호를 비롯해 석탑의 조성 내력을 기록한 금제 사리봉안기 등 유물 500여 점이 나왔다는 것.

사리봉안기(사진)는 금판 앞 뒤면에 총 193자로 가로 15.5㎝, 세로 10.5㎝의 크기에 붉게 주칠한 문자로 미륵사의 창건 내력을 적고 있다. 특히 봉안기는 ‘무왕의 왕후가 재물을 희사해 가람을 창건하고 기해년에 사리를 봉안함으로써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다’는 내용과 함께 ‘백제 왕후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사택은 백제 8대 성의 하나다.

즉, 이제까지 삼국유사의 기록을 토대로 선화공주가 왕후였으며 미륵사지도 선화공주를 위해 무왕이 지은 것이라는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내용이어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리장엄에 적혀있는 내용을 보면, 선화공주가 아니라 당대 최고의 관직인 좌평인 사택적덕의 딸이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가 결국 허구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화공주가 왕후는 아니였더라도 무왕과 결혼한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어 앞으로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는데 치밀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당시 무왕은 귀족들로부터 외면받던 왕이었고 또한 강성한 백제 재건을 위해 당대 최고의 가문의 딸과 정략적으로 결혼한 후 사랑했던 선화공주를 맞이한 것은 아닌지하는 조심스런 추측도 가능하다.

일단 역사적 기록물이 나온 이상 왕후에 대한 논란은 예상되지만 백제의 고고학적 자료가 많이 나와 약 1400여 년 전의 백제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음에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