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각종 크고 작은 전시들과 비엔날레, 아트 페어에서 드러나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 중 하나는 사진예술의 급부상이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사진전시 기획팀은 2000년도의 사진예술을 정리하고 2010년을 맞이하는 12월에, 한국 현대 사진의 큰 흐름과 특징을 보여주고자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갤러리나우에서 후원하고 홍익대학원 사진전시 기획 수업팀에서 주최하는 재기 발랄한 한국 연출 사진에 대한 전시, 상상의 재현, 재현의 상상 전이 오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사동 사진 전문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세상 바라보기

이 전시의 기획자들은 연극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작가가 새로운 현실을 재현하는 사진을 한국 현대 사진의 중요한 경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작가들은 자신만이 꿈꾸는 현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재현하고 상상하지만, 지금 ‘상상의 재현, 재현의 상상’展 에서 소개하는 난다, 오석근,이지영 원성원 등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시점을 두고 세상을 바라보기를 즐긴다.

그들은 마치 영화감독, 혹은 연극 연출자의 입장에서 그들이 의도 하에 사진 작품이 될 무대를 제작하거나, 의도된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상황을 투입시킴으로써 최종적으로 사진의 방식으로 이미지화한다.

이러한 작품의 제작 방식에서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점은 최종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설치와 회화, 비디오와 퍼포먼스 등의 영역을 자유롭게 포섭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렇게 연출사진은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고 그 경계 또한 허물어 작가가 지닌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현대한국사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왜 사진으로 재현하는가?

연출사진의 매끈한 평면을 감상할 때, 관객들은 한 가지 공통된 의문점을 가질 것이다.

단 하나의 평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제작된 3차원 공간인 무대와 그 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개체인 소품과 의상은 사진을 찍은 후 가치를 잃고 사라지는 것인가?

혹은, 무대를 설치한 모습 자체를 보여 주지 않고 왜 사진으로 재현한 것인가?

우리는 연극이 끝난 후의 열기와 정적을 표현한 '연극이 끝난 후'라는 1977년 발표된 대학가요제의 노래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 노래에서 연극의 끝난 후의 정적을 단순히 허무함과 아쉬움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연 도중에는 연극의 현장성에 압도되어 배우와 관객 사이에는 극의 몰입으로 인한 긴장과 이완의 에너지가 작용한다.

그러나, 연극이 끝난 직후에 이러한 에너지가 해방되면서, 극의 완성에 대한 환희를 느낌과 동시에 배우들의 떠도는 열기와 극의 자취와 잔상들이 결합하면서 공연 후 무대 위에 묘한 두근거림을 만들어낸다.

연출 사진은 작가들이 상황을 연출하여 표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적, 육체적, 금전적 노력을 요구한다. 그들은 무대 세트를 만들고, 모형을 만들고, 조명을 설치하고, 혹은 컴퓨터의 기술을 이용하여 그 들이 상상해온 환영의 세계를 재현시킨다.

전시에서 섭외된 작가들은 한 장으로 보여지는 최종 결과물을 얻기 위해 힘들게 사진의 소품들을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품들이 설치된 상황자체, 오브제로써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진으로 재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연극이 끝난 후에 남는 여운의 쾌락과 같이, 연출 그 후를 매개하는 사진이라는 집약된 세계에서 나타나는 사후작용(事後作用)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관람자에게 작품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작가에 의해 창조된 재현의 공간과 감상자가 보는 현실의 공간을 오가며 감상자만의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의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번 전시에서 재연하면 재연할수록 또 다른 분위기와 맛을 내는 연극과 같이 이 전시에서는 상상한 것을 재현하고, 재현된 것으로써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연출사진의 의의를 되짚어 보고 정리함으로써, 2010년 한국 사진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 본다.

작가소개

난 다

2008년 모던 걸의 경성 순례기에 수많은 난다의 모습이 보임, 자기 증식기계를 거치면서 원본과 복제, 현실과 가상공간의 구분을 비웃기라도 한듯한 유희.
난다의 또 다른 모습은 동일한 프레임에 정지와 움직임이 공존하여 비현실 세계를 구현. 발라드식 군무

오석근

영국 노팅험 트렌트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

2007년 개인전 [벌거벗은 노출] 작업을 통해 초상사진 속에 감춰진 개인의 슬픔, 분노,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포착. 또한 [교과서 프로젝트]는 어린 시절의 꿈과 어두운 사회상을 덧붙여 욕망까지도 통제하려는 현실, 죄책감을 생산해내는 교육방식에 대한 교묘한 비판. 교과서(철수와 영희)

원성원

작가는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를 채집해서 그들의 욕망이 실현되는 상상의 세계를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오가면서 재현 재구성된 사진으로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가정법의 판타지를 구가한다. Dreamroom(Michalis)

박새롬

서울예술대학과 상명대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한 박새롬은 도시 인근의 나무 위에서 원숭이 흉내내기의 설정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사진작업을 여성적 감수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The Climbing Mon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