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 신청을 했다. 정부와 해당 학교의 비교육적 처사에 눈앞이 아득하다.

우리는 정부가 밀어붙이며 추진해온 자사고 설립을 반대하며, 지난해부터 반대대책위를 구성하여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정부가 더욱 강경하게 몰아붙이며 실적 올리기에 집착하는 듯하지만 우리의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폐해는 크고 이득은 없는 졸속적 교육정책

우리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자사고 설립을 반대하였다.

1.철학적 성찰이나 사회적 토론은커녕 상식적인 논의나 검토조차 생략한 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추진되는 졸속 정책이라는 점,

2.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학교이기심이 앞서 대학입시 실적 내기용 성적우수자를 싹쓸이하기 위한 선발경쟁에 불과하다는 점,

3.입시과열 해소라는 국민의 요구와는 달리 입시경쟁을 강화하여 학교교육을 자율화, 다양화보다는 오히려 입시경쟁교육만으로 획일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

4.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몇 배나 가중시키고, 중학생, 초등학생들까지 극심한 고입 선발경쟁에 내몲으로써 사교육비의 폭증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

5.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진입장벽을 두는 결과가 되어 계층 간 위화감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점,

6.지역 교육공동체를 파괴하고 학교를 서열화하여 수많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길 뿐 아니라, 출신학교 별로 반목하게 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다는 점,

7.결국 고교평준화 해체, 고교입시 부활, 고교등급제 합법화로 이어져 교육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고 계층 세습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여러 이유 중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는 실정에서, 이를 바로 잡는데 힘쓰기보다는 또 다시 그 학교들이 신청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그것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에도 전라북도자율학교등지정운영위원회가 자사고 지정운영 여부를 심의한 결과, 두 학교 모두 법인전입금 납부 의무조차 다하지 않은 학교들이어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의 재신청은 실로 무책임하기까지 한 것이다.

교육정책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입안과 추진이 신중해야 하고, 논의를 통해 합의를 모아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더구나 새로운 형태의 학교 설립 정책을 시행하려면 더욱 면밀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 한번 설립되면 폐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익산, 군산은 10여 년 전 비평준화 시절, 과열 유치경쟁으로 말미암아 학교 간, 학생 간 갈등이라는 부작용과 병폐가 극심해지자 교육주체들이 지난한 운동의 과정을 거쳐 어렵게 고교평준화를 이루어놓은 지역이다.

자사고의 설립은 이러한 소중한 지역교육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짓밟는 것이다. 계층, 인종,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교육을 받는 것은 인류 보편의 교육철학이며, 세계가 통합교육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유독 돈으로 차별하는 학교를 만들어 계층 세습을 조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역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사고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해도 자사고는, 지역교육이야 죽든 말든 내 학교만 살고 보자는 학교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성적우수학생을 몽땅 싹쓸이하겠다는 허튼 욕망일 뿐이다. 지역교육이 한두 학교 이기심에 볼모 잡힐 수는 없다. 우수학생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경쟁력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등만 모아 놓아도 그중엔 꼴등이 생기고, 한 학교에서 관리할 수 있는 우수 학생의 수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신입생 선발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실력 향상을 위해 교육내용과 교육과정, 교육방법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소모적인 선발경쟁을 멈추어야 한다.

아이들의 삶은 지금의 입시경쟁교육만으로도 너무 지치고 힘들다. 지역 안에서의 경쟁만이라도 줄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더 이상 성적우수생을 특정 학교에 몰아주는 선발권 자율화에 불과한, 의미 없고 반교육적인 고교입시 과열경쟁에 내몰아선 안 된다.

전북교육청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눈치 보지 말고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졸속적인 교육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 교육감의 임기 중인 3~4월께 지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규호 교육감은 그동안 수 없이 밝혀온 것처럼 자사고를 절대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임기 말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도민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전북도민 대다수는 자사고와 같은 졸속적 교육정책 추진보다는, 교육투자와 교육 프로그램의 혁신을 통해 평준화교육의 질을 한층 높이고 공교육 정상화를 앞당기기를 바라고 있다. 자사고 신청을 즉각 반려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한편, 실제 운영은 차기 교육감 임기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6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도 자사고 허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요구한다. 교육 주체들과 시민사회는 이번 선거에서 전북교육을 황폐화할 비교육적 정책을 지지하는 후보를 분명하게 심판해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 우리의 요구 •

- 남성고와 중앙고는 자율형사립고 전환 신청을 즉각 철회하라!
- 전라북도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 전환 신청을 즉각 반려하라!

2010. 2. 23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 (☎ 855-4224, Fax 855-5151)

교복값제자리찾기익산운동본부
(사)농촌이민여성센터
민노당익산시위원회 민주노총익산시지부
익산교육시민연대
익산시농민회
익산농촌교육연구회
(사)익산솜리생협
(사)익산여성의전화
익산참여자치연대
익산평통사
익산환경운동연합
전교조익산중등지회
전교조익산초등지회
진보신당익산준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