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 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6월 30일에 전라북도교육청을 방문해 100인 선언하고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지난 2일, 이리남성학원(남성고)에 대해 6월 7일자 자율형사립고 지정.고시 처분을 취소한다고 학교에 통보했다.

이에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 시민대책위원회는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의 이번 지정․고시 취소 결정이 전북교육과 지역교육을 위해서 매우 현명하고도 적절한 조치임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익산교육의 질적 발전과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삶의 행복을 위하여 지역에서도 응당한 후속 조치가 따르도록 해당 학교에 촉구하며, 우리의 결의와 입장을 선언문에 담아 거듭 밝힌다며 다음과 같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아래 내용은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가 밝힌 선언문 전문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8월 2일, 남성고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고시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김승환 교육감의 용기 있는 결단이 전북교육과 익산교육을 위해 매우 현명하고도 적절한 조치임을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 전임 교육감의 잘못된 졸속 결정을 바로잡은 올바른 결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남성고 동문인 전임 교육감이 사회적 합의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개최하지 않은 채, 새 교육감 당선 직후인 6월 7일, 김승환 교육감 당선자가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히며 강력히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강행하여 지정․고시해 버림으로써 촉발된 문제를 바로잡은 이번 취소 결정은 정당하고 시의적절하다. 더 이상 미루어 신입생 모집에 들어가면 일은 더욱 꼬이고 잘못을 바로잡는 길은 더 멀어진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지금이 최선이다.

행정 행위에 대한 남성고 측의 불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부당한 특혜를 받을 뻔했던 것을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이어서 억울해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김승환 교육감은 선거운동 과정과 당선 후에도 줄기차게 강한 어조로 지정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며 지정․고시 직후에도 직권 취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흔들림 없는 정책 기조로 일관되게 발언해왔으므로 누구나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따라서 혼란의 책임은 김승환 교육감에게 있는 게 아니라 전임 교육감과 남성고의 몫이다. 전임 교육감은 강행 처리의 책임을, 남성고는 무리한 일방 추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남성고는 고시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여기고 싶었을지 모르나, 설립과 취소 권한 등 관리․감독 책임을 가진 새 교육감에게 의견을 묻고 확인하면서 일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남성고 측에서는 이를 애써 무시하고 신입생 선발을 위한 절차를 서둘러 진행했다. 어른스럽지 못한 일처리였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학부모를 볼모로 잡아 방패막이로 삼을 생각이었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는 정부가 밀어붙이며 추진해온 자사고 설립을, 교육 정상화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커다란 폐해만 가져올 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며, 지난해부터 반대대책위를 구성하여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해왔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사고 설립을 반대한다.

▲철학적 성찰, 사회적 토론, 상식적인 논의나 검토조차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졸속 추진과 지정의 비민주성, ▲진학성적내기용 성적우수생 싹쓸이 선발경쟁의 병폐, ▲입시경쟁교육으로 교육 획일화, 초․중학생까지 극심한 고입 선발경쟁에 내모는 비교육성,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가중,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과 사회적 갈등 증폭, ▲학교 서열화, 지역 교육공동체 파괴, 출신학교 별 반목, 지역사회 통합 저해 등 수많은 폐해를 가져오고, ▲결국 고교평준화 해체, 고교입시 부활, 고교등급제 합법화로 이어져 교육 양극화를 더욱 심화하고 계층 세습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다.

교과부나 학교가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 발생 우려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바로잡는데 힘쓰기보다는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교육정책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바꾸려면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입안과 추진이 신중해야 하고, 논의를 통해 폭넓은 합의를 모아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더구나 새로운 형태의 학교 설립은 더욱 면밀한 검토가 뒤따라야 한다. 한번 설립되면 폐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라도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익산은 10여 년 전 비평준화 시절, 성적우수생 과열 유치경쟁에서 비롯된 지역사회의 갈등이 극심해지자 교육주체들이 나서서 어렵게 고교평준화를 이루어놓은 지역이다. 자사고의 설립은 이러한 소중한 지역교육 운동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짓밟는 것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소모적인 선발경쟁을 멈추어야 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다 해도 우리 교육의 현실에서 자사고는, 익산교육이야 죽든 말든 내 학교만 살고 보자는 학교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성적우수학생 싹쓸이 시도일 뿐이다.

신입생 선발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진정한 실력 향상을 위해 교육내용과 교육과정, 교육방법의 다양화를 꾀하는 것이다. 자사고는 학생 선발방식만 자율화할 뿐이다. 학교교육의 자율화와 다양화는 지금의 고입제도 하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김승환 교육감의 교육철학이나 정책과도 부합한다. 학교만 준비되어 있으면 교육청에서는 얼마든지 뒷받침할 것이다. 학교는 먼저 이런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학교가 이런 노력보다는 특권적 선발방식만 고집하며 성적우수생 독점에만 힘을 쏟기 때문에 그 저의를 의심받는다.

국민들은 입시과열 해소로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고 질 높은 교육으로 변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 해체와 입시 과열을 예고하므로 이러한 열망을 송두리째 짓밟을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교육의 질적 변화를 불가능하게 한다. 아이들의 삶은 지금의 입시경쟁교육만으로도 너무 지치고 힘들다. 지역 안에서의 경쟁만이라도 줄여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더 이상 선발경쟁과 차별교육의 희생양으로 내몰지 말라.

전북교육청은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눈치 보지 말고, 지역교육의 실정에 맞게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분명한 입장을 지켜갈 것을 당부한다. 잘못된 교육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도민 대다수는 자사고와 같은 졸속적 교육정책 추진보다는, 평준화교육의 틀 속에서 교육 투자와 교육 프로그램의 혁신을 통해 공교육의 질이 높아지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남성고의 자사고 지정․고시 취소 결정을 계기로, 익산의 고교입시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왜곡되어 공교육의 건강한 안정성이 위협받지 않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며, 익산의 모든 교육주체 및 시민사회와 더불어 익산교육의 질적 발전과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삶의 행복을 위해 끝까지 힘써 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

• 우리의 선언 •

- 김승환 교육감의 용기 있고 현명한 자율형사립고 지정․고시 취소 결정을 환영한다.

- 남성고는 지역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율형사립고 지정․고시 취소 결정을 받아들이라!

- 익산의 모든 교육주체, 시민사회와 더불어 익산교육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매진한다.

2010. 8. 5

자율형사립고 반대 익산시민대책위원회

익산교육시민연대, 익산농촌교육연구회, (사)익산여성의전화, icoop솜리생협, (사)농촌이민여성센터, 익산평통사 민주노총익산지부, 익산YMCA시민포럼, 익산참여자치연대, 익산시농민회 전교조익산중등지회-초등지회, 민노당익산시위원회, 진보신당익산협의회, 교복값제자리찾기익산운동본부, 익산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