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교과부는 전라북도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방침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면서 9월초까지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을 취소할 방침임을 밝혔다.

역시나 지역의 교육주체들이 가졌던 우려를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방침이었다. 조금 벗어난 지점이 있다면 매우 신속하게, 그것도 익산남성고가 제기한 소송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방침을 발표했다는 것 뿐이다.

자사고 지정과 관련한 교과부의 대응은 그야말로 신속하다. 지난 최규호 교육감 시절, 자사고 지정위원회에서 심의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승인을 하고 고시까지 단 며칠만에 이루어지도록 번개같은 대응을 하고 이번에도 실사를 오고 돌아가기가 무섭게 취소처분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자사고 지정과 관련하여서는 이렇게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어찌하여 지정을 반대하는 지역의 여론에 대해서는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 등 여론 수렴과정은 커녕 고개 한번 돌리지 않는 것인지, 다시한번 민주주의의 실종을 똑똑히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이번 교과부의 신속한 시정명령 결정이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25일부터 진행되게 될 소송에 영향을 미쳐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의도를 품고 있음을 지적하며 사법부의 소신있는 판결을 촉구하는 바이다.

지역의 여론과 자사고 지정이 익산, 군산 교육에 미칠 막대한 해악을 충분히 고려하고, 아울러 최규호 교육감 시절에 여론 수렴 과정 하나 없이 졸속적으로 처리된 과정을 직시하여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교과부는 이번 명령을 내리면서 “법정전입금 납입이 불투명하다는 것을 근거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자 헌법이 규정한 신뢰보호 원칙 위반”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도대체 어디에서 재량권 남용을 찾고 있는가? 2007년부터 확인된 자료에 의하면 1년에 1000만원, 혹은 1000만원도 안되는 정도의 재단전입금으로 학교를 유지해 온 학교의 자사고 지정 신청을 제대로 된 실사 한번 하지 않고, 지역의 여론 수렴 한번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자사고로 지정한 전 교육감의 결정이야말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 졸속행정이 아닌가?

수많은 학부모와 교사들, 시민사회단체들의 면담 요청을 모두 거부하며 밀실에 숨어 일을 처리했던 모습이야말로 신뢰보호 원칙 위반이 아니던가? 졸속적이고 비민주적인 지정과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아니 오히려 부화뇌동하던 교과부가 이제 와서 재량권 남용을 찾고 있다니, 구차한 핑계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더군다나 자사고 지정과 관련한 권한은 분명하게 교육감에게 있는 것이다. 하기에 우리는 교과부의 이런 행태야말로 부당한 외압이라 규정하는 바이다.

현재 13개 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되어 운영된 서울의 경우, 이 학교들이 명품교육으로 사교육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울지역 13개 자사고의 1년 평균 등록금은 446만여 원으로 일반고의 2.5배에 해당하지만 오히려 고액사교육을 받는 학생은 늘어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모순투성이 교육정책을 줄여나가기는 커녕 언제까지 확대하고자 하는 것인가? 얼마만큼 우리 교육이 망가져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거듭 촉구한다.

도교육청은 외압에 굴하지 말고 오로지 지역의 교사, 학생, 학부모를 믿고 소신있는 행정을 펼쳐나가길 바란다. 교육감이 올바른 교육철학을 분명히 밝히고 일관되게 밀고 나갈 때 공교육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교과부는 더 이상의 부당한 간섭과 외압을 중단하라. 지금 교과부에 필요한 것은 부당한 간섭과 외압이 아니라 현재 진행되는 모든 교육정책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일이다. 교사, 학생, 학부모의 소리에 귀와 가슴을 활짝 여는 일이다.

벌써 9개월 가까이 지속되는 자율형 사립고 공방으로 인해 많은 상처와 혼란을 겪고 있는 당사자는 다름 아닌 학생과 학부모이다. 부디 양교 재단은 이 문제를 직시하고 지역의 신뢰받는 사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자율형 사립고 지정 신청을 자진철회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 길고 긴 공방전을 가장 매끄럽고 산뜻하게 마무리 짓는 일이 될 것이다.

군산, 익산 자사고 반대 공대위는 끝까지 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지역의 여론을 모아 힘있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10년 8월 25일

자율형사립고 반대를 위한 군산공동대책위, 익산시민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