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세기부터 기원후 4세기 무렵까지의 나라 마한은 삼국시대 초기 한반도 서남부에 있던 삼한의 하나로 54개의 부족국가가 연맹체를 구성해 현재의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에 분포되어 있던 나라다.

마한의 도읍지는 후대 역사서(삼국유사, 제왕운기, 해동역사 등)와 지리지(고려사지리지, 세종실록지리지 등)에서는 준왕이 익산군 금마산(현 익산시 금마면)에서 마한을 개국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금마에서 서동축제와 함께 어우려지는 '금마면민의 날'에 맞춰 '마한 추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 천군과 부족국가 대표자 앞에서 마을의 대표자가 큰 절을 하고 있는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익산 서동공원(금마면)에 있는 백제 30대 왕인 무왕(서동)상 앞에서 '마한 추제(춘추제)'를 통해 마한시대에 전해져 오던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즉, 귀신에게 복을 비는 풍습으로 모든 사람들이 나와 밤 낮 쉬지않고 춤추며 술을 마시는 제사의 일종이다.

▲ 선녀들(익산 신동초교 무용반)

특히 탁무(탁이라고 하는 쇠로 만든 악기에 맞추어 추는 무속적인 춤 또는 지금의 농악춤이라고 추측)와 같은 춤을 추게되는데 가락에 맞춰 손발을 맞추고 몸을 낮췄다 높였다하면서 땅을 밟기도 해 지신밟기와도 비슷하다. 또한 10월 농사를 끝낸 후 다시 춘다고 한다.

당시에는 귀신을 믿고 있었기에 국읍은 각각 한 사람의 주인을 세워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하는 데 이들을 두고 천군이라고 부른다. 오늘날로 말하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당시에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제사를 치렀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에 펼친 추제에서는 엄숙함 보다는 모든 시민들이 다함께 참여하는 신명나는 축제의 모습으로 재현한 것이다.

기획하고 주관한 예담예술치료연구소 소장이자 춤모임나래 박영대 대표는 "마한시대의 역사는 알아갈수록 고귀하고 흥미진진해 이번 기획을 통해 많은 자료를 접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매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을 제사를 최대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려고 노력했고 하지만 엄숙함 대신 신명나는 하나의 축제로 바꿔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유산인 지역문화의 자긍심을 높이고 시민이 하나가 되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고 더 나아가서는 심리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꾸며봤다"고 덧붙였다.

▲ 한 주민이 신명나는 풍물패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 행사는 지난 1일(금) 오후 2시 30분부터 익산 금마서동공원에서 금마면과 금마번영회 주최로 금마초등학교, 미륵초등학교, 신동초등학교, 익산중학교, 익산고등학교 학생 등과 각 이장단 및 주민자치위원회, 부녀회, 여성의용소방대원, 금마면자원봉사단 등 약 1000여 명이 의상을 입고 참여했다.

신동초교 무용반 어린이들이 선녀복을 입고 무왕상 앞으로 입장한 후, 천군(번영회 부회장)과 부족국가 대표(지역 단체장), 신녀(금마여성소방대원), 광대(익산중학교 학생) 등으로 변신한 각 내빈 및 학생들이 입장하면서 행사는 시작됐다.

금마풍물반의 농악연주로 금마면에 있는 7개의 리(동고도리1, 2, 서고도리, 용순리, 신용리, 기양리, 갈산리)별 입장과 함께 서동공원 일대를 한바퀴 돈 뒤, 천군과 부족국가 대표가 있는 무왕상 앞으로 모여들었다.

▲ 총 연출을 맡은 박영대 예담예술치료연구소장

그리고 각 리의 대표자는 천군과 부족국가 대표자가 있는 곳으로 나가 큰 절을 하고 각 마을의 특산품을 조상들과 무왕에게 진상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리별로 한바탕 춤판을 벌인 후 모든 참여자들이 무왕상을 둘러싸고 풍물패와 함께 강강술래를 하면서 익산과 금마의 영원한 번영을 비는 함성을 외쳤다.

천군 복장을 한 금마면번영회 오합철 부회장은 "사실 처음하는 추제에 대한 우려가 많아 행사를 진행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막상 행사를 하고 보니 너무나 좋고 추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내년에도 추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한시대에 각 나라마다 별읍이 있는데 이곳을 소도라고 한다. 즉, 큰 나무를 세우고 그 나무에 방울과 북을 달고 신을 섬기는 곳으로 그 영역에 각종 죄를 지은 도망자가 '소도'에 들어서면 더 이상 추적하지도 않고 또한 내쫓지도 못했던 그 당시의 소도를 화합과 평화의 공간으로써 연출한 점이 돋보였다.

앞으로 금마면에서 추제를 통해 마한시대에 화려했던 역사와 지역문화의 유산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