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8일 금요일, 제 7회 공동체 시민아카데미 제1강, 영등도서관 시청각실

제7회 공동체 시민아카데미의 1강은 소설가 박범신 선생님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는데요.

7:30분 시작인 강연은 시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사람들이 영등도서관 시청각실을 가득 메우고 강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과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쉽게 문화적 혜택을 접할 수 없는 익산 시민들에게는 이번 강연이 그 동안 느껴왔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좋은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강연 시간을 조금 넘겨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바닥에 앉을 만큼 강연장이 채워질 무렵 희망연대 이진홍 사무국장의 사회로 본 강연에 앞서 시민아카데미를 주최한 희망연대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희망연대 김정필 대표의 인사로 이어졌습니다.

뒤이어 박범신 선생님이 강연장에 모습을 나타내셨고 오랫동안 기다린 시민들은 함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로 선생님을 맞이하였습니다.

일곱 시 오십분이 되어 시작한 박범신 선생님의 강연의 초반은 고향에 온 것이 반갑고 새롭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시작으로 약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는데요.

무릇 고향에서 강연을 하게 된 것이 선생님에게는 다른 때보다도 조금 특별하게 와 닿았는지 자연스럽게 익산에서 보낸 선생님의 유년시절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지 못해 방황했던 고등학교 시절 그 당시의 선생님은 책에 빠져 살았고 그 마저도 삶의 어떤 의미와 목표를 가져다주지 못했던 때 마주했던 쇼펜하우어와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에 나왔던 구절 ‘유일한 자유 의지는 죽음이다.'를 계기로 택했던 수면제와 대학입시를 앞두고 뜻하지 않게 마주했던 친구의 죽음까지...

누구에게나 어둡고 쓸쓸했던 시기는 있지만 글을 쓰는 작가라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어두운 시절이 있었던 것에 다들 조금은 놀란 눈치였는지 강연장 안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숙연한 분위기였습니다.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병실 안에서 눈을 뜨게 되었을때 선생님의 이름을 나지막이 부르던 그 때. 선생님은 이름이라는 것의 의미와 역할을 알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길’ 이었는데요. 선생님은 인간이라는 것은 항상 부족한 사람. 즉, 결핍된 존재라는 큰 명제를 내걸고 존재론적 결핍과 사회적인 결핍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먼저 존재론적 결핍에서는 현재 인간이 누리고 있는 문명들은 우리의 삶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삶의 유한성에서 비롯되었으며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무의식은 우리 자신이 느끼지는 못하지만 일상생활에 늘 작용한다고 하였고 선생님의 저서인 「골방」역시 선생님이 태어날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울러 문학하는 욕망이란 벽 너머를 보고자 하는 욕망이며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눈으로 보면 아무런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시며 사람의 눈은 세 개라고 하였는데 첫번째로는 객관적 세계를 보는 눈, 즉 사실의 눈과 두 번째로는 기억의 눈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인 상상력의 눈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사실의 눈은 과부화되고 비대해지고 있지만 기억의 눈과 상상력의 눈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뒤이어 사회적인 결핍에서는 선생님의 이른바 ‘절필사건’을 언급하시며 글이 써지지 않아 당시 문화일보에 연재하던 소설을 중단하고 용인으로 내려가 3년간 생활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당시의 생활에서 선생님은 글이 써지지 않을 때에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묘를 찾곤 하셨다고 했는데 어느날 인가 어머니의 묘를 찾아 그 앞에 섰을때 선생님은 깨달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그 동안 그토록 많은 작품을 끊임없이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선생님이 어렸을 때 느꼈던 어머니의 빈 젖, 그 어두운 상처가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불행해질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행하게 살고 있으며 행복해지는 길을 잃어버리고 욕망이 비대해졌다고 말씀하신 선생님은 인간은 존재론적 결핍과 사회적 결핍을 벗어날 수 없다며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는 불행하게 하는 자본주의 천박한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저서인 촐라체, 고산자, 은교를 갈망의 3부작이라고 부르며 인간은 갈망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는데 갈망이란 간절한 그리움을 뜻하며 흔히 우리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물질적인 것들 즉, 더 좋은 자동차, 더 넓은 평수의 아파트 등은 갈망이 아니라 목표이고 우리들의 갈망은 목표 너머에 있다고 일러주셨습니다.

또한 인간의 삶의 품격은 어떤 갈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격조가 달라진다고 하였고 현재의 세계는 제3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는 달콤한 안락과 기득권이 주는 편안함을 찾으려는 것으로써 이것이 인류의 마지막 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하시며 전선은 다름 아닌 우리의 가슴속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선생님의 가장 최근작인 ‘은교’는 이 한 문장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젊은 너희의 아름다움이 너희의 노력에 의해서 얻은 것이 아니듯이 늙은이의 주름살도 늙은이의 과오에 의해서 얻은 것이 아니다.」

고향에서의 강연이 어릴적의 기억을 이끌어내고 향수에 젖어들게 했던 것인지 선생님은 강연 내내 자주 익산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시민들에게 들려 주셨고 다소 딱딱하고 어려울지도 몰랐을 강연은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즐겁고 유쾌하게 또 열린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결론은 사람으로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인간은 본래 결핍된 존재이기 때문에 존재적, 사회적 결핍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부족한 세계에서 정신이 균형을 찾는다면 자본주의의 욕망에서 독립하여 살 수 있고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강연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면 ‘우리는 불행해질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불행하게 산다.’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불행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분명 세상에 발을 내딛을 때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왔는데 지금의 나는, 우리는 왜 이렇게도 많은 것들을 바라면서 살게 되었을까요.

분명 나와 당신은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아직 삶의 의미가 없어서 사는 게 이다지도 팍팍하고 재미가 없는 게 아닐까요?

그렇지만 분명 우리들에게도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강연을 위해 먼 곳 까지 오신 박범신 선생님께 글로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부디 먼 곳에서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번째 강좌는 10월 15일(금) 오후 7시 30분, 영등도서관 시청각실에서 방송인 주철환씨를 모시고 '10년 더 젊게 사는 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다음 강좌에도 익산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봅니다.

※ 이 글은 이번 시민강좌의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최수나 회원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