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총동문회는 제11대 전 통일부장관이었던 정세현 총장을 향해 자질론을 두고 사퇴할 것을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8일. 총동문회 홈페이지 및 학교 게시판 등에 올려진 '원광인이여, 일어나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와 있다.

▲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원광대학교 제11대 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

게시글에 의하면, "그 동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사물의 인식에서 가급적 대학 문제만은 언급을 자제하며 법인과 학교를 믿고 인내해 왔다"며 "하지만 최근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방관은 모교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 생각되어 숙고와 고뇌 끝에 원광인 여러분께 이 글을 올린다"글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얼마 전 총장은 공·사석에서 공공연하게 “원광대에서 원대 출신자를 교수로 채용하는 것은 ‘동종교배’가 되는 것이다”라며 모교 출신자들을 역차별 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접했다"며 "이는 한 대학의 총장으로서 사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교육수장으로서의 적격여부를 의심케 하는 사례로 원광인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며칠 전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창업선도대학 육성 사업 선정에서 우리 대학이 서류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해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됐으나, 실사에서 밀려나는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최종 선정된 전주대에서는 창업선도대학 사업자금으로 앞으로 2년간 80여억 원을 받게 됐다(호남지역에서 전주대와 목포대가 선정됨)"며 "물론 최종 선정된 전주대의 경우 충분한 준비가 있었겠으나, 우리대학은 서류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하고도 왜 실사에서 탈락했는 지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총장님과 법인에 정중히 요청 드린다"며 "우리 원광대학교가 왜 이렇게 퇴보와 반목의 길을 가야만 하는 겁니까? 총장님과 법인의 책임 있는 답변과 사과를 촉구한다"는 글로 끝을 맺었다.

이하는 '원광이여, 일어나라'에 대한 게시글 전문이다.

◈ 원광인이여, 일어나라!! ◈

존경하고 사랑하는 원광 가족 여러분!! 오랜 침묵을 깨고 인사 올립니다.

그 동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사물의 인식에서 가급적 대학 문제만은 언급을 자제하며 법인과 학교를 믿고 인내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방관은 모교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 생각되어 숙고와 고뇌 끝에 원광인 여러분께 이 글을 올립니다.

우리는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 속에서 제11대 총장에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을 모셨습니다. 그로부터 겨우 두 달 남짓, 참으로 애석하게도 많은 우려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총장 선출 당시에도 우리는 원불교 재단 산하 종립학교로서‘지덕겸수, 도의실천’의 교훈을 되새기며, 권리보다는 의무에 충실하고 각자의 본분에서 배려와 상생을 중시하는 원불교적 가치를 우선시하여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원광대에는 원광인이 없고, 출가·재가 교도가 없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 속에서 불신과 반목만이 깊어가는 서글픈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총장은 공·사석에서 공공연하게 “원광대에서 원대 출신자를 교수로 채용 하는 것은 ‘동종교배’가 되는 것이다.”라며 모교 출신자들을 역차별 하는 발언을 한 사실을 접하였습니다. 이는 한 대학의 총장으로서 사고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교육수장으로서의 적격여부를 의심케 하는 사례로 원광인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신임교수 채용 시 본부 면접에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 교수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 제품을 쓰지 않으면서, 어떻게 남에게 판매할 수 있다는 말 입니까? 우리가 교육시킨 제자들을 ‘동종교배’라며 우리 스스로 배제한다면 우리 졸업생들은 어디에서 활동할 수 있겠습니까? 신입생들에게 원대에서 원대한 꿈을 실현하자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총장님께서는 우리대학 출신 교수 비율이 41%라고 말씀 하십니다. 하지만 의대·치대·한의대·원불교학과 등 특수학과를 제외하면 약26%라는 현실을 보고 받지 않으셨습니까? 한 예로 공과대 교수 63명 중 모교 출신 교수는 6명뿐입니다. 각 단대별 상황과 특성을 고려함이 없이 전체 비율만을 전제로 모교 출신이 많다고 ‘동종교배’를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장애인으로서 최초 판사로 임용된 윤○○ 판사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장애인들은 동정하거나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일반인과 동일하게만 대우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교 출신자들을 우대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임용에 있어서 모교 출신자라 배척하고 역차별 하지 말아 달라는 것 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수 이남의 명문사학임을 자랑스럽게 여겨 왔으나, 서울대 출신 총장이라 원광대 출신을 배제한다면 이것은 중대한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중소기업청이 추진하는 창업선도대학 육성 사업 선정에서 우리 대학이 서류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었으나, 실사에서 밀려나는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최종 선정된 전주대에서는 창업선도대학 사업자금으로 앞으로 2년간 80여억원을 받게 되었습니다.(호남지역에서 전주대와 목포대가 선정됨) 물론 최종 선정된 전주대의 경우 충분한 준비가 있었겠으나, 우리대학은 서류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하고도 왜 실사에서 탈락했는지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입니다.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장님!

총장님께서는 실사단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어디에 계셨습니까? 80여억원을 지원 받게 되는 중대한 학교 평가를 앞두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셨는지… 왜 총장님의 부재 하에 학교 실사가 이루어 졌는지… 그에 대한 책임은 없으신지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사실이라면, 이로 인해 재학생과 동문, 모든 원광인들에게 자괴감을 준 총장은 14만여 동문과 1만 7천 재학생 및 1천여명의 원광 구성원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사퇴하기를 바라며, 법인 또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 입니다.

총장님은 총장후보자 시절 대학을 잘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학을 모르고, 행정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총장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교육환경의 중대한 전환기에서 대학의 잃었던 경쟁력을 회복하고자 선임된 총장이 이런 어불성설로 일관하는 분이라면 원광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총장을 초빙한 법인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습니다. 편향된 인사라며 누구나 비판하지만 원칙보다는 처해진 위치에서 실리에 따라 언행하고, 시비 판단기준이 마비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습니다.

대학을 잘 몰라 인근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계시던 두 분을 부총장으로 영입하신 걸까요? 그동안 원광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약 1,000여명의 교직원들은 그만한 능력과 실력이 없단 말입니까? 언제부터 우리대학이 우석대학의 분교가 되었단 말입니까? 원광인의 자존심을 짓밟아 놓고도 동문들에게 발전기금을 모금해 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대학의 행정을 잘 모르셔서 해임되지 않은 사람의 집무실에, 발령도 나지 않은 사람의 집기를 들여 놓는 참으로 웃지 못 할 일들이 연출되는 것 입니까? 교원의 발령은 3월 1일자와 9월 1일자라고 알고 있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해 2월 1일자로 초빙교수 발령을 내신 겁니까? 행정 절차상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원광대학교가 1946년 개교 이래 눈부신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원광인들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너, 나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하나가 되어, 합심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금에 와서 우리가 아닌 너, 나, 방관자로 돌변해 버린 것을 누구를 원망하고 탓해야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모교를 졸업한 수많은 동문들은 각계각층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동문들은 우리 원광의 자산이요, 영광이며, 자랑입니다. 그러나 신임 총장님 취임 이래, 모교 출신자들을 역차별 하고, 원광인들을 무시하는 일방적인 행보에 더 이상은 좌시할 수도 좌시해서도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

총장님과 법인에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우리 원광대학교가 왜 이렇게 퇴보와 반목의 길을 가야만 하는 겁니까? 총장님과 법인의 책임 있는 답변과 사과를 촉구합니다.

원광인 여러분!

죽어도 산 사람이 있고, 살아도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맹자는 “天時는 地利만 못하고 地利는 人和만 못하다”고 했고, 이디오피아의 격언에 “거미줄도 결합하면 사자를 묶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원광인 모두가 대동단결하여 현 사태를 대처해 나갑시다. 65년의 우리 원광대학교의 찬란한 역사가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원광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힘이자 원동력입니다. 우리 모두 중지를 모아 원광인의 자존심을 지켜냅시다.

2011년 3월

원 광 대 학 교 총 동 문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