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민주당은 지난 17일 광주 5ㆍ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5ㆍ18영령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참배에는 한화갑 대표를 비롯해 한영애 명승희 소원욱 백석두 이인성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 당원 300여 명이 참여했다.

다음은 참배 후 망월묘역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한화갑 대표 발언 요지다.

1980년 5월 17일 밤 12시가 넘어 집에서 연행되어 남산 중앙정보부로 끌려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날 낮에 중앙정보부 차가 미리 와서 연행 예행연습을 했다고 한다. 군복을 입히고 군화발로 차며 “공산당 놈들” 이라며 살벌하게 조사받았다.

일주일간 조사를 받았는데, 조사하던 사람이 바뀌더니 점심시간에 나한테 “광주 5ㆍ18이 났다. 2600명의 사상자가 났다“고 얘기했다. 우리를 연행한 것은 김대중이 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 내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으려 했다고 조작하기 위한 명목이었다.

그러나 연행 후에 5ㆍ18이 났으며, 우리는 내란음모를 획책할 수도 없었다. 당시 신군부는 동교동에 드나들던 최덕길 이란 사람을 통해 김대중이 내란음모 지령을 내렸다고 조작했다.

5ㆍ18은 세계적으로도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항쟁기간 동안 구멍가게 하나 털린 적이 없고 은행하나 닫힌 적이 없다. 구호는 “전두환 물러나라, 김대중 석방하라, 민주화 실천하라” 세 가지였다.

5ㆍ18의 발단은 김대중 연행이었으며, 김대중과 5ㆍ18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만들기 위해 신군부가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김대중 계보의 정치인, 당원들은 전부 끌려갔으며 학생회 간부들도 끌려가 김대중과 관련성을 인정하라고 고문당했다. 전국의 데모를 김대중이 선동했다고 조작한 것이다.

내가 5ㆍ18의 실상을 눈으로 처음 본 것은 1985년 9월 당시 서독 자유베를린대학 유학 중이었다. 5ㆍ18 당시 천주교 광주교구의 장용주 신부가 서독에 체류하고 있었는데 장신부가 모아놓은 5ㆍ18관련 비디오를 처음 보았다.

이후 1986년 6월 장용주 신부가 귀국할 때 당시 독일 외무성에 부탁해 파우치편으로 주한독일 대사관에 비밀리에 들여왔다. 이것을 광주 카톨릭문화원에서 하나씩 복사해 100개를 <5월 그날이 오면>이라는 비디오로 만들어 내가 받아와 전국적으로 보급했다.

이것을 대통령 유세 때도 보급했고 계속 복사해 나중에는 원본이 화질이 흐려질 정도였다. 장신부는 이것을 성당을 통해 전국적으로 뿌렸다. 비디오가 나온 다음에야 5.18은 민주화 운동으로 국민사이에 인식을 새롭게 했다. 당시까지도 영남 지역에서는 5.18을 ‘김대중 내란’으로 폄하하고 있었다.

이 후 우리가 제1야당 때 광주민주화운동 보상법이 제정되었고 5.18에 대한 법적 정당성이 부여되었다. 결국 우리 힘으로 해 낸 것이다. 오늘 평화민주당 대표로 동지들과 함께 5.18민주묘역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 5.18정신을 받들어 국민을 위한 정치를 계속 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는 말로 맺었다.

한편 31년 전 오늘인 18일에 5ㆍ18은 끝나지 않았나라며 공식 논평을 냈다.

평민당 김정현 대변인은 "일부 보수단체에서 5ㆍ18이 북한 특수부대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등 폄훼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에도 망월동 묘역을 찾아 물의를 일으키더니 3년 연속 국가 주관 5.18기념식에 불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래서야 망월묘역을 국립 5ㆍ18민주묘지로 조성하고 법으로 5ㆍ18 관련자들에 대한 보상을 실시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나.

그러나 5ㆍ18 31주기를 맞은 오늘에도 전국에서 수많은 순례객들이 5ㆍ18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5ㆍ18은 지난 세월 동안 우리 민주주의의 중심이자 동력이었다.

유신독재가 무너지고 신군부가 다시 득세하기 시작한 당시 분연히 일어나 한줄기 빛으로, 큰 함성으로 민주주의를 외쳤다.

이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는 5.18이전과 이후로 기록되기 시작했으며 5ㆍ18망월묘역은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하는 공간이 됐다.

5ㆍ18 31주기를 맞아 5월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아직도 시신과 신원을 찾지 못한 채 묘역 한 켠에 잠들어있는 무명열사들과 행불자들의 아픔에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