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부터 작업해 마무리한 이리여고 담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부터 시작한 희망근로 벽화사업에 5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익산예총 소속 사무국장이었던 김모씨는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9일까지 1개월 여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한 일수가 4일임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한 것으로 보고 201만8490원(6월분 임금총액 기준)이 지급됐다.

이를 제보한 희망근로로 참여했던 유모씨는 “사실 익산 예총 소속 김모씨는 지난 3월부터 제대로 출근한 적이 없었다”며 “시민의 혈세가 무방비상태로 지급되는 것을 보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임금 지급 내역서를 문화관광과로부터 받아 살펴 본 결과, 김 전 사무국장은 익산예총 소속으로 사무국장인 가운데 급여를 받고 근무하고 있는 상임자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 작가로 등록하고 일을 한 것처럼 꾸며 수당을 받은 것이다.

또한 월ㆍ수ㆍ금 주 3일은 익산에 있는 모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강사로 오후 1시부터 근무까지 해 부당 지급에 대한 의혹은 더욱 불거졌다.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담당 공무원인 최모씨는 본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익산 예총 소속 사무국장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방과후학교에 나가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고 본 기자가 “사무국장인 것을 알았다면 작가로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텐데 이건 직무유기가 아닌가?”라고 묻자, 대답하지 못했다.

또 본 기자는 최모 담당공무원에게 “수당 지급 시 결근이나 지각, 조퇴 등을 감액해서 지급했느냐”고 질문하자, “당연히 그렇게 해서 지급했다”고 말했지만 임금을 지급한 자료에는 출결에 대한 감액은 전혀 없어 본 기자에게 거짓으로 대답했다.

▲ 희망근로에 나섰던 유모씨가 3월부터 불성실한 모습을 보고 6월부터 자체적으로 기록한 출근부. 김모 전 사무국장의 월 수 금에서는 오전만 근무했다고 표기돼 있다.

본 기자는 김 전 사무국장에게 확인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가진 가운데 익산의 모 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했음을 시인하면서도 “저는 익산 예총 소속 사무국장으로서 관리 감독을 위해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본 기자는 “관리 감독을 위해 나간 것이라면 익산 예총에서 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작가로 등록해 수당을 지급 받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할말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구상을 해야 하고 물품을 사러 다니는 등 많은 일을 했다”는 식으로 억울해 했다.

하지만 유모씨는 “작품 구상은 작가 팀장으로 참여한 또 다른 김모씨가 하는 것이기에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근무시간에 제대로 일을 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결근한 날에는 예총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 익산시 문화관광과에서 제출한 6월분 급여 명세서. 정상적으로 모두 근무한 것으로 보고 지급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김 전 사무국장은 작가로 등록한 후, 지급받은 총 임금 778만5620원 중 일부를 익산 예총에 일부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이다. 즉, 익산 예총이 편법을 동원해 무슨 용도로 사용하려고 했는 지에 대해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즉, 이 자금은 회계처리상 수익으로 처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사무국장은 “이 자금은 사업을 진행할 때 자부담금으로 활용하려고 한 것”이라며 “예술인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데 총 사업비 20%에 해당하는 자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이와 더불어 팀장으로 일했던 김모씨도 결근이 많음에도 4개월 여 동안 2일만 결근 공제하고 모두 지급됐다. 하지만 김모 팀장 지난 5월 27일에 개관한 '익산 익옥수리조합' 레지던스 전시회 준비일로 결근을 잦았던 것으로 파악됐고 김모씨 역시 본 기자와 통화를 통해 인정했다.

그러나 유모씨는 “팀장으로 일했던 김모씨는 시내권 이리여고 담장 벽화사업에는 빠지지 않고 나왔지만 여산 이병기생가 벽화사업에는 잦은 결근이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또한 힘든 일을 자청하며 스스로 결근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시간외 작업을 혼자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모씨 역시 레지던스 전시회 일로 잦은 결근이 있었음에도 단 한차례만 결근한 것으로 처리하고 수당이 다 지급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레지던스 일을 시키면서 예총에서 의도가 있었던 없었던 노동력을 착취하고 그 댓가는 일자리창출을 위한 희망근로를 통해 받도록 한 것이다.

하물며 지난 5월 24일과 25일 2일간 작가 2명(김모 전 사무국장, 전모 작가)은 벽화사업과 무관한 익산 예총 행사로 경주를 방문한 사실이 있음에도 결근처리하지 않고 수당을 탄 사실도 드러났다.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로 아무런 관리와 감독없이 진행된 이 벽화사업은 익산시 문화관광과에서 예술인을 보유하고 있는 익산 예총에 위탁했고 예총은 편법을 동원해 자신들의 자금을 만드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익산시에서 어려운 형편에 있는 익산시민을 위해 마련한 일자리창출 사업. 진짜로 필요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사업이 엉뚱하게 쓰이고 있는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했다.

결국 이번 일은 익산시와 한 단체가 암묵적 합의에 의해 담당공무원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고 단체는 횡령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런 일이 있었다는 점에서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익산시의 책임도 회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5명의 작가에게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3908만7810원(1인당 일급 약 96,000원)의 임금이 지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