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연안이씨 충간공 종중에 전승, 보관 중이던 이승원의 백패교지가 조선시대 유물 중 현존하는 최고 오래된 교지임이 확인돼 주목받고 있다.

익산시의회 이천인 시의원에 따르면, 한국 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학자료실에서 고문서명선 사업계획을 추진 중 연안이씨 문중에 소장하고 있는 유물 중 왕명문서 교지 문서 등 유물관련 조사연구차 지난 4일 방문했다가 국학자료실 심영환, 김봉좌 문학박사 일행이 유물을 조사한 결과, 현존최고 백패교지로 확인했다.

1450년(문종 즉위년) 9월 초5일에 유학(幼學) 이숭원(李崇元)이 생원(生員) 3등 제18인으로 입격(入格)하고 받은 백패(白牌)이다.

생원시(生員試)는 1147년(고려 의종 원년)에 시행된 승보시(陞補試) 즉 국자감 감생에게 시부(詩賦) 및 경의(經義) 등을 시험해 칠재(七齋)에 오르게 하는 시험에서 유래됐다.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경학 중심의 유학을 장려함에 따라 진사시(進士試)는 혁파되고 생원시가 중시된 가운데 이것이 곧 성균관(成均館)의 입학시험이 되었다.

생원시는 3년에 한 번 치르는 식년시(式年試)와 국가 경사를 기념하기 위해 치르는 증광시(增廣試)로 구분해 실시했는데, 모두 초시(初試)와 복시(覆試) 두 차례에 걸쳐 오경의(五經義)와 사서의(四書疑) 2편을 제술(製述)하는 것으로 시험했다.

생원은 최종적으로 100인을 선발, 이를 3등급으로 나눠 1등 5인, 2등 25인, 3등 70인으로 구분했다. 백패는 1438년(세종 20) 진사시가 다시 부활되었을 때 생원ㆍ진사 합격자에게 백지 반 폭에 그 성명과 성적의 등급 및 등수를 쓰고 발급연월일 위에 보인(寶印)을 찍어 발급하도록 건의한 일에서 시작됐다.

그 서식은 1485년(성종 16)에 반행된 '경국대전 예전(禮典)'의 ‘백패식(白牌式)’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1행에 ‘교지(敎旨)’를 쓰고 2행에서는 두 자를 내려 ‘구관 모 생원 기등 제기인 입격자(具官 某 生員 幾等 第幾人 入格者)’를 쓴 뒤, 3행은 앞 행과 줄을 맞춰 발급연월일을 쓰고 연도 위에 보인(寶印)을 찍게했다.

본 문서는 현전하는 백패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서 1450년 식년시를 시행해 생원 홍숙부(洪淑阜) 등 1백인을 선발할 때 발급된 것으로 보인다. 서식은 '경국대전'과 동일하나, 초서(草書)로 쓰고 [과거지인(科擧之印)]을 안보(安寶)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수취자 이숭원(李崇元, 1428~1491)은 자가 중인(仲仁)이고 본관은 연안(延安)이며 참판 이보정(李補丁)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1450년 9월 5일에 생원시에 합격해 성균생원이 됐고, 1453년(단종 1) 4월 21일에 친시(親試) 문과에 장원으로 급제해 사간원정언, 사헌부지평, 형조정랑, 사헌부집의, 좌승지 등을 역임했다. 1471년(성종 2)에는 좌리공신(佐理功臣) 3등으로 녹훈되어 가선대부로 가자(加資)되고 연원군(延原君)에 봉해졌다. 이후 여러 관직을 거쳐 중종 때 청백리에 오르고, 1648년(인조 26) 도동사(道東祠)에 제향됐다. 시호는 충간(忠簡)이다.

이숭원의 백패는 전라북도 익산의 연안이씨 충간공 종중에 전승돼 1979년 왕지 및 교지 17점과 함께 보물로 지정됐으며, 『조선전기고문서집성-15세기편-』(정구복 외, 국사편찬위원회, 1997)에 수록됨으로써 학계에 알려졌다.

이들 자료는 본래 전북 익산시 삼기면 기산리의 현동사(玄洞祠) 어서각(御書閣)에 보관됐다가 도난의 우려로 2000년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으로 옮겨 관리해오다가, 문화제청으로부터 유물전시관을 보조받아 현재 익산 현동사에 건설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