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농축수산업 분야 등에 대한 충분한 대책 없이 투자자 국가직접소송제(ISD)같은 독소조항이 있는 한.미 FTA를 졸속처리하여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한ㆍ중 FTA 공식 협상 선언을 하였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미 FTA보다도 농축수산업 분야에 충격이 더 큰 한ㆍ중 FTA가 또다시 졸속으로 진행될 것이 우려된다.

한ㆍ중 FTA를 요구하는 중국의 의도

사실 한ㆍ중 FTA는 우리보다는 중국 쪽에서 강하게 요구해 왔다.

중국의 이런 강한 요구 이면에는 중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 외에 동아시아 지역 안보전략과 연관되어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 이후 아시아 복귀를 선언하며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패권구도를 강화하려는 미국에 맞서 동북아에서 중국 중심의 질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중국의 의도가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이후, 줄곧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경제권 구축이 목표였으며 한국과의 FTA 체결로 미국의 동아시아 영향력을 견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농축수산업 분야의 희생이 너무 크다.

우리가 한중 FTA를 체결하면 수출의 25%를 담당하는 중국시장이 더 확대되는 긍정적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농축수산업 분야와 중소기업 분야에 있어서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농축수산업 분야는 EU, 미국과의 FTA 체결로 고사 직전에 있는데, 한중FTA 체결은 국내 농업기반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중국의 농축수산물은 두 시간 이내에 한국에 공수될 수 있어 냉장, 냉동 상태로 들어오는 미국산이나 EU산과는 전혀 다르다. 더구나 농수산물 평균 관세가 중국은 12.5%인데 한국은 55%이다.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에 더 큰 충격이 올 것은 분명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쌀, 마늘, 고추 등 25개 주요 품목 중 중국이 20개 품목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또 대외 경제정책 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한중FTA 체결시 10년간 과일은 10억 달러 이상, 채소는 9억 달러 이상 감소가 예상된다.

대책 없는 졸속 협상 안 된다. 다음 정부로 넘겨라!

또 다시 농축수산업분야에 대한 확실한 대책 없이 농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졸속 불평등 협상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용납할 수도 없다.

지금 급한 것은 중국이다.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만일 한중 FTA가 꼭 필요하다면 합리적 토론과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 중요한 문제를 시작하기보다는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