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발언 전문]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김용화 의장님과 선배ㆍ동료의원 여러분! 김완주 지사와 김승환 교육감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 여러분! 익산시 출신 민주통합당 배승철 의원입니다.

먼저 임진년 용의 해를 맞아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행운과 만복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첫 임시회 입니다만, 오늘은 전라북도 현안사업이면서 문화예술계의 염원인 전북문화재단 설립에 대하여 한 말씀 쓴소리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광역문화재단은 16개 광역지자체 중 전북과 울산, 경북, 충남 등 4개 지역을 제외한 12개 지자체가 설립되었고, 기초지자체도 28개의 지자체가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이렇게 민관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문화행정의 선진화에 대부분의 광역 지자체가 동참하고 있고, 기초지자체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문화재단 설립이 붐을 일으키며 지속되고 있는 배경에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과 더불어 문화행정의 민간주도라는 정책 환경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갈수록 중시되고 있는 문화의 가치와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문화 위에 행정이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 안에 행정이 자리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 입니다.

전라북도는 2006년도에 현 김완주 지사께서 전북문화예술위원회 설치를 공약사업으로 채택하면서 정책 환경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듯 했습니다만, 위원회에서 문화재단 설립으로 방향을 정한 이후 지금까지 숱한 논의와 여론 수렴 과정뿐만 아니라, 관련 간담회 및 공청회 개최 횟수만도 무려 40회가 넘게 진행하며 과도한 시간을 끌어 왔습니다.

타 지역 벤치마킹과 도민 여론조사, 전문가 의견조사 등 관련 조사 와 연구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마침내 2009년에는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고, 2010년에는 문화재단 추진 자문위원회의까지 개최된 바 있습니다.

전북문화재단 설립을 둘러싼 지역사회 내 논쟁과 갈등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켜 왔습니다. 문화재단의 위상과 사업범위에 대해 끊임없는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심지어는 찬반논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북문화재단 설립 문제는 정치 쟁점화 되었고, 객관적 토론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토론 대신 항간의 무성한 소문들만 나돌았습니다. 이렇듯 민-민 갈등이 깊어지고 문화재단 이슈가 필요 이상으로 정치쟁점화 된 이유는 도정의 리더십 부재 때문입니다.

도는 숱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문화재단 문제를 민간인끼리의 논쟁으로 방치하고 수수방관해 온 것입니다. 아무리 문화재단 설립 문제가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라고 해도, 그간 도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해왔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저간의 사정이 이러한대도 불구하고 김완주 지사께서 공약사업으로 천명했던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더니, 결국은 설립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공약채택 이후 본격적인 설립추진까지 수년이 걸렸고, 유보로 돌아섰다가 다시 추진하였으며, 결국에는 최종 유보방침으로 전환한 것은 200만 도민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도정의 행태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터무니없는 처사입니다. 오락가락 행정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습니까.

민선 5기 김완주 호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도민과의 약속인 공약(公約)이 헛된 공약(空約)으로 돼버렸고 이후에도 몇 번의 번복을 거듭했으니 어느 누가 도지사의 말과 공식적인 도정 방침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문화재단 설립을 유보하겠다는 방침 역시 유보라는 표현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고자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유보방침의 명분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도는 찬반여론이 분분한 만큼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예총과 민예총 등 문화예술단체는 물론 도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설립에 찬성하는 여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찬성여론은 귀로 흘리고 반대여론만 취하여 설립을 유보하는 것은 지역 문화예술계를 눈뜬 봉사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지사께서는 2012년 신년사에서 “2012년은 삶의 질을 도정의 중심으로 삼겠다”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먼저 전북문화재단의 설립여부를 결정한 후 삶의 질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닌가요?

이제, 더 이상 불신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사께서 직접 나서서 유보방침에 대해 정확한 해명과 더불어, 설립 여부에 따른 향후 로드맵을 도민들에게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불신을 조장하고 방치한다면 2012년 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