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은 한해를 시작하는 달로서 설과 대보름이 있는데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에 있어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며 설 못지않은 명절이었다.

대보름은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면서 모든 액을 연에 날려 버리고 쥐불놀이를 하면서 나쁜 것을 다 태워버린다는 마음의 새 출발과 일년 동안 가족모두의 건강을 바라는 우리의 소망을 바라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대보름에 대한 의미도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는 실정으로 그나마 남아있는 풍습은 오곡밥을 먹거나 부럼 깨기, 달맞이를 하는 정도다.

오곡밥은 대보름날의 전통적인 절식(節食)으로 지방에 따라 약간 다른 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찹쌀, 차조, 붉은팥, 찰수수, 검은콩 등 5가지의 곡식으로 지은 밥을 말한다.

찹쌀은 우리가 즐겨먹는 인절미라든지 한과의 주재료로 이용되지만 열을 많이 생기게 하고 대변을 굳게 만든다. 노란 차좁쌀은 비장(脾臟)과 위(胃)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곡물 중에 가장 크고 긴 수수는 소화는 덜 되지만 몸의 습(濕)을 없애주고 열을 내려준다.

고단백의 콩은 오장을 보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붉은 팥은 부종을 빼주고 이뇨작용을 도우며, 종기와 농혈(膿血)을 배출하고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와 같이 서로 장단점을 보충해주는 음식이야말로 한 가지 음식만 주로 섭취하거나 인스턴트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현대인에게 좋은 음식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오곡밥을 짓기에 알맞은 다양한 쌀이 개발돼 사용되어 지고 있는데,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검정쌀은 혈관에 피를 맑게 하며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암예방과 노화방지, 항당뇨활성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카테킨 함량이 높은 붉은쌀은 항미생균 역할 등으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와 혈압상승 억제, 인체 해독작용, 항비만 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영양가가 더해진 녹색쌀, 발아현미 등으로 만든 오곡밥은 맛과 영양가뿐 아니라 눈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면에서 우리의 식탁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한다.

국립식량과학원 벼육종재배과 하기용 박사는 "앞으로 기능성이 강화된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품종개발을 통해 우리의 문화유산을 한층 더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명절에 우리쌀로 만든 전통주와 식혜 등 새로운 음식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소비자의 트랜드에 맞춘다면 우리쌀과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