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신문 제공] 지난달 31일 전라북도선관위에서 양심선언한 춘포면 정모 씨(48). 그는 왜 주말인 토요일 밤 10시 30분쯤 전주에 있는 전라북도선관위를 찾아가 8시간 가량 기나긴 조사를 받았을까?

▲ 지난 3월 12일에 있었던 민주통합당 익산 '을' 경선 현장투표장인 실내체육관의 모습

잠 한숨 못자고 이어진 조사는 다음날 새벽 춘포면 자신의 집 현장조사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정 씨가 이처럼 힘든 양심선언을 한 동기는 전정희 예비후보 캠프(경선 당시)에 대한 배신감과 수사기관이 자신에게 좁혀오는 듯한 심리적 압박감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선관위와 정 씨에 따르면 정 씨는 전정희 예비후보 캠프 총괄 담당인 이 모씨의 부탁을 받고 춘포면 경선 선거인단 모집 조직책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술 밥을 사주는 것은 기본이고 물건을 팔아주며 어렵게 한 명 한 명 모집했다.

거의 한 달 가량 엄청난 발품을 팔아 모은 선거인단은 250명. 거의 모바일 투표자들이다. 하지만 전정희 예비후보 핵심 참모 이 모씨가 "수고했다"며 건넨 돈은 고작 80만원. 자신이 쓴 승용차 기름값과 밥값, 술값만해도 80만원으로는 어림없는 액수였다. 정 씨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경선에서 승리하면 더 생각해주겠지"하는 마음에 일단 받기로 했다.

하지만 경선에서 승리한 후 전정희 예비후보 캠프에서 쳐다보지도 않고 전화 한통 없었다. 경선 전만해도 매일 3~4차례 춘포면에 왔던 이 모씨도 연락을 끊은 건 마찬가지. 정 씨는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여기에 경선 승리 후 "전정희 예비후보측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승용차(에쿠스)를 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사기관 내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감으로 알게됐다.

자칫 50배인 4천만원의 과태료를 물게됐지 모른다는 생각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까지 받을 지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정 씨가 양심선언을 하게된 결정적 동기는 또 있다. 바로 자신과 상의도 없이 다른 예비후보 캠프에서 일한 사람(백모 시와 김모 씨)을 춘포면 조직책으로 스카우트한 것.

아무리 정치바닥이 냉혹하다지만 경선에서 이용할땐 언제고 막상 본선무대에 오르자 헌신짝처럼 버린 이 모씨에 대한 회의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 대목에서 정 씨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게 전정희 예비후보 캠프"라고 언성을 높였다.

정 씨는 양심선언하기까지 고민도 많이 했다. 전정희 예비후보 캠프 핵심 참모인 이 씨를 소개해준 게 죽마고우인 이 모 시의원이기 때문. 이 모 시의원은 어렸을적 아버지가 친아들 이상으로 이뻐했던 친구다.

정 씨는 "익산에 정치 브로커들이 문제다. 선거때만 되면 유력 후보에 붙어 승리 후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브로커들이 다시는 선거판에 발 못 붙이도록 해야한다"며 "아무튼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특히 춘포면 동네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할 따름"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 익산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