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지역정치의 패권을 쥐고서도 지역발전이나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권력에 취한 민주통합당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이와 관련된 후보들에게는 따끔한 교훈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후보들이 뛰어들면서 선거는 초반부터 과열되는 양상이었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예비경선은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선과정에서의 조직동원과 상대후보 비방과 성명전이 잇따랐고, 경선이후에는 양심선언이 뒤를 이으면서 경선불복과 고소고발이 난무했다. 여기에 무소속 후보들의 경쟁이 뒤섞이면서 비전과 정책이 사라진 마구잡이식 난타전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종교까지 정치에 끌어들여 이용하려는 후보들과 일부 기독교계의 대립으로 선거는 이미 시민의 관심을 벗어나 버렸다.

기대에서 실망과 무관심으로 변한 시민의 마음은 투표율로 나타나

이번 총선에서 전북 투표율은 53.6%로 전국 평균 54.3%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역대 총선에서 도내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떨어진 경우는 처음이다.

익산은 이보다 못한 50.3%로 시민의 마음이 떠났음을 의미한다. 사실 쟁점은 익산을 선거구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52.27%로 저조한 투표율이었다. 기대는 실망이 되고 마음이 떠났음을 의미한다.

도대체 무엇이 실망이었을까. 시민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민주통합당의 경선은 공정하지도 새롭지도 못해

국민참여를 높인다며 최초로 도입된 ‘국민참여경선제’가 시민의 참여를 높이지 못하고 오히려 당원과 운동원간의 조직동원 경쟁이 되면서 후보간의 차별성은 없고 오직 인맥과 동원력만 겨루는 판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금품제공 등에 따른 양심선언과 검찰고발로 구태의 반복이 연출되면서 좋은 후보를 찾고자 하는 시민의 참여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경선불복은 책임지지 않는 정치의 또 다른 모습

경선참여는 결과에 대한 승복을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선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불법성을 문제 삼으면서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상대후보의 불법성은 상대후보가 책임질 사안이지, 경선 패배자가 불복의 이유로 삼을 일이 아니었다.

정치공세와 불법시비로 선거운동이 변질

과도한 경쟁은 인신공격과 불법선거운동을 불러왔다. 비전과 정책에 대한 검증이나 시민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은 없고 상대후보에 대한 정치공세를 앞세웠다. 과도한 정치공세는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였으며, 이는 방송토론을 거치며 더 확산되었다. 언론을 이용한 후보들의 성명전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재산 허위신고와 불법선거에 따른 검찰고발과 조사 등으로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후보의 난립은 민의를 왜곡할 소지가 있어

예비선거운동 기간뿐 아니라 본선에서도 많은 후보들이 나왔다. 후보가 많으면 표가 분산되면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인물과 정책이 아니라 학연과 인맥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편법이 기승을 부린다. 더욱이 대부분의 후보가 예전 선거에서 봐왔던 사람들이라 정치신인으로 불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종교의 정치개입은 공동체를 해치는 일

여러 종교가 화합하며 사회변화와 지역발전에 힘을 보태왔던 좋은 전통이 있는 익산이다. 하지만 일부 후보의 과도한 욕심과 일부 기독교계의 정치개입으로 지역공동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종교가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종교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모두 선거에서 타격을 받았다. 시민들이 표로써 경종을 울렸다고 보여진다.

선거는 끝났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희망과 기대에 찬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팍팍한 삶에 지친 시민의 마음을 달래줄 대표를 선출했음에도 조용하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당선자를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승리했다고 볼 수 없다.

후보별 득표율을 보면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선거 때 나타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는 후보들은 생각해 봐야 한다.

대표만 되려하지 말고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귀 기울이고 함께 나누는 벗이 되고, 이웃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후보로 나와야 신명나는 선거판이 되는 것이다. 시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시민의 요구로 정치를 풀어가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시민의 대표요, 일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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