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추분은 24절기 중에서 열여섯 번째이며 백로(白露)와 한로(寒露)사이에 들어 있다. 음력으로는 8월 초에 해당하는데 양력으로는 9월 22일이나 23일에 든다. 2010년과 2011년의 경우 9월 23일에 들었고, 2012년에는 9월 22일에 들었다.

추분도 다른 24절기들과 마찬가지로, 양구나 단오처럼 특별한 절일(節日)로 여겨지는 않았다. 추분 경에 음력 8월 15일인 추석이 들며, 뒤이어서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이 찾아온다.

추분은 태양이 추분점(秋分點)을 지나는 때인데, 추분점이란 천구상(天球上) 황도(黃道)와 적도(赤道)의 교점으로, 태양이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향하여 가던 중 적도를 통과하는 점이다. 이때는 적경(赤經), 황경(黃經) 모두 180˚에 놓이며, 적위(赤緯)와 황위(黃緯)는 0˚에 놓인다.

추분의 환경

농도(農道)인 전라북도 전주에서 추분으로 기준한 9월 23일의 기후를 보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기온의 평균은 19.8℃였으며, 최고기온의 평균은 25.2℃로 나타났고, 최저기온의 평균도 15.3℃로 백로보다 약 2℃나 낮게 나타났다. 강수량은 7.0mm로 백로보다 거의 두 배나 되었으나, 평균습도가 75.0%로 낮아지고 있다. 바람의 평균속도 1.0m/s로 줄어들었다.

옛 사람들은 추분기간을 5일씩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우레 소리가 비로소 그치게 되고, 중후(中候)에는 동면(冬眠)할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으며, 말후(末候)에는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농사력에서는 이 시기가 추수기에 달하므로 백곡이 풍성한 때이며, 들판은 어디서나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추분에는 가을걷이 준비가 시작된다. 이때 추석이 다가오며 그와 더불어 식재료의 준비가 뒤따르는 시기다. 들과 산에서 활동하다가 유행성출혈열이나 쯔쯔가무시 혹은 렙토스피라와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일부 곤충들은 영양공급이 줄어드는 겨울을 위하여 각자 나름의 비축방법으로 독성의 농도를 높여간다는 것에 유의하여야 한다.

추분의 상황

춘분과 추분은 둘 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 일사량이 같다는 날이다. 그렇지만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전주지역 평균기온의 평균을 보면 춘분은 7.0℃였고, 추분은 19.8℃로 10˚이상 차이가 났다. 이것은 여름내 달궈진 대지가 추분이 되었어도 아직 식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라고는 하지만, 태양이 진 후에도 어느 정도의 잔광(殘光)이 남아있어 낮이 밤보다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때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져서 밤의 길이가 길어진다. 별자리로는 사자자리와 처녀자리의 중간에 위치한다.

장독대에는 붉은 고추잠자리가 날아들고, 그들 위의 하늘은 높아만 보인다. 그늘에 있으면 서늘하지만 햇볕에 나오면 아직도 여름인 듯 착각하는 때이다. 사람들은 이런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못하지만, 다른 동식물들은 아주 민감하여 현 세대의 생을 마감하고 후손을 기약하는 체제로 돌아선다.

추분의 농사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의 길이가 길어지므로 드디어 가을이 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따라서 이제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하는 계절이다.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여야 하고, 잘 익은 열매를 골라 내년 농사에 쓰일 종자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추분이 뱀날 즉 사일(巳日)앞에 있으면 내년 논농사가 흉년이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으며, 비가 조금 내리면 풍년이며 날이 개면 흉년이라고 믿었다. 2012년 추분은 뱀날 다음에 있어 내년에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축산농가는 축사의 바닥이 차가워지면서 혹시 올지도 모르는 감기나 각종 질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볏짚이나 톱밥을 깔아주는 것도 좋다. 하루 중 일교차가 큰 시기임으로 환기에 신경을 쓰고 태양이 뜨거운 때를 대비하여 차양은 아직 치우지 않는 것이 좋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돈열, 브루셀라병, 결핵, 광견병, 뉴캐슬병, 가금티푸스 등을 예방하여야 한다.

벼농사

가을이 되면 벼를 수확하기 위하여 논바닥을 말려야 한다. 그러나 논물을 너무 일찍 빼게 되면 벼의 줄기가 일찍 말라버려 나락이 잘 여물지 않아 금간 쌀이나 덜 익은 쌀이 많아진다. 이렇게 품질이 떨어진 쌀을 수확하지 않으려면 가능한 물 빼는 시기를 늦추어야 한다.

일반 논에서 물을 빼는 시기는 이삭이 팬 후 30∼35일이 지난 다음이며, 논의 상태에 따라 작황을 보고 결정하여야 한다. 배수가 잘 돼서 걱정되는 모래 논은 일반 논보다 조금 늦게까지 물을 대줘야 제대로 여무는데, 대략 수확하기 일주일 전까지는 물을 대주는 것이 좋다.

극조생종은 7월 하순부터 8월 초에 이삭이 패고, 조생종은 8월 상순, 중생종은 8월 중순, 늦게 심은 벼나 중만생종은 8월 하순에 이삭이 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극조생종은 이삭이 팬 후 40일, 조생종은 40~45일, 중생종은 45~50일, 늦게 심은 벼나 중만생종은 50~55일이 지난 후에 벼를 베면 적당하다. 그러나 내년에 종자로 쓸 벼라면 너무 딱딱해지기 전 즉 약 5일 정도 빨리 수확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너무 일찍 베면 덜 익은 청미가 생겨나거나 반만 익은 싸라기가 생겨난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베면 완전히 익은 벼가 갈라져서 싸라기가 생기거나 서리를 맞아 냉해를 입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수확된 벼는 변질되지 않도록 잘 말려야 하는데, 수확 후 4~5시간 이내에 건조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조금 늦으면 습도가 높아 부패하기 쉬운데, 기계에 의한 건조도 53℃를 넘지 않도록 한다. 주변 외기온도가 낮거나 건조시킬 벼가 적은 양이면 건조온도를 더 낮춰야 한다.

이때 논의 물을 빼면 미꾸라지들이 땅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른바 동면(冬眠)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때 잡은 미꾸라지는 가을(秋)에 잡은 고기 즉 추어(鰍魚)로 좋은 영양식이 된다.

논물을 빼고 나면 도랑을 치고 논두렁의 풀을 베어준다. 이는 논두렁쥐들이 겨울에 살아갈 환경을 없애는 것이기도 하며, 긴 풀은 가을걷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들판의 벼들은 강렬한 태양과 천둥, 폭우를 이겨낸 자부심으로 도(道)를 닦아 겸손해진 증거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들판은 이제 곧 황금빛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벼보다 번식도 빠르고 키도 큰 피를 제거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으른 집에서 피의 이삭이 여물 때를 기다렸다가 피사리를 하면 그때에 피어나는 벼에게 피해를 준다. 그래서 피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잡초제거는 벼가 패기 전에 끝내 벼의 낙화(落花)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

벼에는 벼멸구와 흰등멸구가 늦게까지 극성을 부리며, 수확은 대체로 아침 이슬이 마른 후에 작업하여야 건조하는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 또 벼 알의 누렇게 익은 정도가 90%에 달했을 때가 적당하다.

밭농사

밭에서는 수수와 조가 무거워진 이삭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가 부러지도록 숙이게 되며, 가을 선들바람에 툭툭 콩껍질 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많은 콩을 한꺼번에 수확할 때에는 막대기로 터는 것보다 도리깨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을보리도 밭에 심을 경우와 논에 심을 경우에 대비하여 종자를 선택하여 준비한다.

콩이나 고구마, 땅콩처럼 일찍 심는 밭작물은 가능하면 수확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다음 작물 즉 이모작을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콩의 꼬투리에 푸른빛이 없고 잎이 누런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면 수확을 해도 좋다.

이때 콩만 심은 밭이라면 10월 상순에 수확하는 것이 좋고, 콩과 다른 작물을 섞어서 심은 경우라면 타작물이 여무는 시기를 고려하여 10월 상순부터 10월 중순까지가 적당하다. 우리 익산지방에서의 일반적인 재배를 보면 참깨는 9월 중순부터, 들깨는 9월 하순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고랭지 감자는 적기에 수확을 한 후 그늘에서 말려 씨감자로 만든다. 또 두꺼운 침낭 속에 숨어있는 참깨는 비를 맞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마늘은 9월 하순부터 10월 상순에 파종하는데, 씨마늘의 소독은 파종 1주일 전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 또 내년도의 씨마늘 주아재배용은 정상보다 1주일 먼저 파종하는 것이 좋다.

채소농사

붉은 고추는 때를 기다리지 말고 익는 대로 따주어 다음 고추의 자람을 좋게 하고, 가능하면 태양볕에 말리지만 날씨의 조건에 따라 건조기(乾燥機)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요즘의 바쁜 일손에 비추어 절반의 햇볕 건조와 절반의 건조기 건조인 경우 태양초의 대열에 들기도 한다. 고온다습한 날씨는 탄저병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관리를 잘 해야 하며, 일단 병이 발생하면 빨리 제거하여 병균의 번식을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가을무와 배추는 웃거름을 주는 시기다. 정식 후 15일 간격으로 3회에 걸쳐 주면 된다. 토양이 건조한 곳에서는 인위적으로 적정한 수분공급도 생각하여야 한다. 하지만 비가 너무 자주 온다든지 물을 너무 많이 주게 되면 병원균이 쉽게 생기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겨울을 나는 당근이나 생강 등도 미리 준비해둔다. 목화를 따고 고추도 수확하여 말리며,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거두고 산채(山菜)도 말려두었다가 겨울에 사용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기온이 높은 편이라서 탄저병과 역병, 응애, 진딧물, 그리고 각종 나방류가 극성을 부리는 때이다.

과수농사

사과와 배 등 과실의 성장이 멈추면서 과육(果肉)의 성숙에 들어간다. 따라서 당도가 높아지는 시기로 수분조절을 잘 해야 한다. 과실에 봉지를 씌운 경우는 수확하기 30∼40일전에 벗기는데, 이때 갑작스런 햇볕으로 이상(異常) 열상(熱傷)이 발생하지 않도록 봉지 안이 뜨거워졌을 때가 좋다. 각종 과수에 꽃매미가 많이 달려들고 단감에는 미국선녀벌레도 찾아든다.

또한 응애, 나방, 노린재, 깍지벌레 등을 광범위하게 방제하여 혹시 모르게 남아 있다가 월동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먼저 익은 열매를 따줌으로 아직 덜 익은 과실의 숙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나무 아랫부분에 달린 열매를 고루 익게 하려면 햇빛 반사필름을 깔아주는 것도 좋다. 그늘을 만드는 가지를 쳐 올리거나 그 부분의 열매를 먼저 따 주는 것도 방법이다.

대체로 추석에 맞춰 수확한 과실은 저장하기가 곤란하나 추석을 넘겨 잘 익은 과실은 장기간 저온저장을 하여도 무난하다.

요즘 과일에는 복(福)자나 수(壽)자 등 다양한 무늬를 새겨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정도가 되었다. 예전에는 그저 잘 익고 큰 과일이 제값을 받았지만, 이제는 쓰이는 용도와 시기에 따라 각각 다른 가격을 받는 세상인 것이다.

구기자와 오미자는 익은 정도를 살펴 수확하도록 하고, 수확한 열매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자연건조를 하지만 지금은 기계를 사용하는 예가 많아졌다.

추분에 먹을거리

이 무렵의 시절음식으로는 버섯요리를 대표적으로 꼽는다. 이 외에도 여름내 가꾸었던 모든 곡식들을 먹을 수 있으니, 하나하나 일부러 꼽는 것은 마땅치 않을 지경이다. 이는 마치 추석에 풍성한 먹을거리가 있었던 것과 같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 바로 가장 좋은 음식인데, 가을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복 받은 일에 속한다. 이때는 밭을 푸르게 했던 채소들도 먹을 수 있으니 이들도 거둬들여야 한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호박순, 고구마순, 콩잎도 이때 거둬야 한다. 또 산에서 뜯을 수 있는 산채(山菜)도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다. 일부는 바로 먹기도 하지만, 일부는 그늘에서 잘 말려 겨울에 먹을 수 있도록 마른 나물로 준비하는 때이기도 하다.

논의 물을 빼고 잡은 미꾸라지는 한여름 땀을 흘리며 기운을 빼앗긴 신체(身體)를 보완해주는 영양식이다. 이것을 추어탕(鰍魚湯)이라하며, 한여름의 삼계탕이나 보신탕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다. 굽는 냄새를 맡으면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도 빼놓을 수 없는 시절음식에 속한다.

추분의 별자리

서방7사(西方七舍)는 서방칠수(西方七宿)라고도 하는데, 적도 근처의 별자리 28수 중에서 추분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에 규수(奎宿)를 시작으로 떠오르는 누수(婁宿), 위수(胃宿), 묘수(昴宿), 필수(畢宿), 자수(觜宿), 삼수(參宿)를 말한다.

이들은 적도상에 위치하는 별자리로 초저녁부터 서서히 그리고 차례대로 떠오르는 별이므로, 우리나라의 밤하늘에서는 규수는 안드로메다자리로 가을별자리, 누수와 위수는 양자리로 가을별자리, 묘수와 필수는 황소자리로 겨울별자리, 자수와 삼수는 오리온자리로 겨울별자리에 해당한다.

28수는 달이 하늘을 운행하는 길인 백도(白道)를 따라 일주하는데, 이때 약 27.32일이 걸리기 때문에 28일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이때 달이 머문다(宿)는 의미를 지닌다. 28수와 그 주변의 별자리를 동은 창룡(蒼龍), 북은 현무(玄武), 서는 함지(咸池) 또는 백호(白虎), 남은 주작(朱雀)의 4관으로 분배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에 저녁이 지나 밤에 들면 루수(婁宿)가 동북쪽 하늘에 떠오른다. 그러다가 자정이 되면 하늘나라의 동물원에 들어간다. 여기에 나오는 루수는 서방 백호에서 호랑이의 몸에 해당하며, 양자리의 주별 알파(α)인 하말과 부별 베타(β)인 쉐라탄, 그리고 마지막 별인 감마(γ) 메사르심 혹은 메사르팀을 말한다.

루수는 새나 물고기를 잡는 조롱별이라는 뜻으로, 확대하면 사람이나 동물을 가두는 감옥을 의미한다. 가운데 있는 별은 루수의 동쪽에 있는 하늘나라의 식물원인 천원(天園)과 천원(天苑)을 관리하면서 제사에 쓰일 동물들을 대주는 관리로, 좌우의 신하를 거느린다.

루수의 아래쪽에 물고기자리가 있고, 그 옆으로 고래자리도 보인다. 또 루수의 왼쪽에는 양자리, 위쪽으로는 삼각형자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양자리의 위에 위수(胃宿)도 보인다. 서방 백호의 위수(胃宿)는 북방 현무의 위수(危宿)와 달리 밥통 즉 위장(胃腸)을 말하며, 호랑이의 몸에 해당하고 양자리35번에 속한다.

또 위수는 하늘나라의 곡간과 부엌으로 생각하였고, 주변에는 집이나 창고를 뜻하는 천균(天囷), 천름(天廩), 천창(天倉) 등이 있다. 고래자리의 천균과 페르세우스자리의 천름은 둥근 모양을 하였고, 고래자리의 천창은 네모난 모양을 형성하고 있다.

추분회고

춘분과 추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날이다. 그러나 하루 24시간의 절반을 잘라서 낮과 밤이 각각 12시간씩 같도록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낮이 길었지만 차츰 짧아지다가 밤이 길어지기 직전의 날이거나, 낮이 짧았지만 차츰 길어지다가 밤이 짧아지기 직전의 날이라는 뜻이다.

이런 춘분이나 추분은 하지나 동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절기에 속한다. 다 같이 봄이나 가을의 계절을 대표하는 날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의 대상이 아닌 절기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배워왔던 추분은 9월 23일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었다. 그래서 추분이 언제냐고 묻는 사람에게 자신있게 말했던 것은 추분이 항상 9월 23일에 든다는 고정관념에서였다. 그리고 춘분은 3월 21일, 하지는 6월 22일, 동지는 12월 22일로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해의 추분은 9월 22일이었고, 내가 아는 추분은 존엄과 신비의 날이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의아해하였지만, 결국은 추분이 그냥 24절기에 속해있는 어느 날일 뿐이라 점에서 허탈하였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우리는, 사람이 만든 달력이 자연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어느 정도의 차이가 누적되면 날짜를 조정해줌으로써 이를 보완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달력과 시절의 변화를 조정하기 위하여 절기를 하루 당기거나 늦추는 예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 배운 뒤에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추가교육을 받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릴 때의 잘못된 지식이 커서도 그 사람을 지배하는 것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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