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하는 안전교육을 받았다. 안전이야말로 산업현장 그리고 모든 일상생활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명제가 아닌 가 생각한다.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런 안전에 관한 교육이라니 무척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지시사항과 요구가 있을지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번 내용은 주로 대기업이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더 많은 배려와 노력을 해달라는 취지여서 한 시름 덜었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강사를 초빙하여 실시한 교육의 내용이 좋았다고 생각한 나는 한 단계 앞선 요구를 하였다. 말하자면 교육 내용을 포함하여 유사한 사례들을 각 기업의 안전담당자에게 보내주면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바쁜 현장에서는 안전을 무시하고 강행할 때가 있는데, 유사 자료가 곁에 있으면 조금이나마 더 신경을 쓰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을 보면, 내용 중에는 일부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 그것을 제외하고 일부는 보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바라는 입장에서는 저작권까지 위반하면서 달라는 것은 아니니 그런 것은 실무자가 알아서 제외하고 보내면 될 것인데, 사족이 많은 것은 엄연히 따져 순순히 보내주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러더니 전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모든 자료가 충분히 있으니 그것을 활용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요즘처럼 바쁜 시기에 강제성도 없는 것을 누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겠는가, 기왕 안전이라는 것이 지켜지면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것이므로 모두에게 좋은 것이 아니냐며 재차 요구하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명쾌한 답변이 왔다.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맞는 사례도 없을 뿐 아니라, 모든 기업에 다 보내줄 수도 없으니 필요한 사람은 홈페이지 내용을 골라 뽑아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필요한 사람은 그 정도 수고를 지불하고 자료를 얻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말이 나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고 필요한 사람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예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목마른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우물을 가진다면 그것이 합당한 일일까.

모든 사람이 필요한 내용이라고 하여 국민 모두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그것이 좋은 방법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 기업이라는 특정 다수에게 그것도 안전담당자라는 특수 임무를 가진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왜 그리 어렵다는 것일까. 어제 모인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더 이상 빼앗을 수 없는 배려차원에서 논의를 멈췄지만, 정말 고쳐야할 사고방식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필요한 사람이 많으면 적은 어떤 소수의 담당자가 노력하여 국민적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물며 국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과 사회적 기업의 실천이라는 공기업의 처지에서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서비스와 배려의 차이를 생각해본다. 똑 같은 사안을 가지고도 서비스는 내가 해 주어도 그만 안 해주어도 그만인 것이며, 배려는 반드시 해주어야할 내용이다. 서비스는 돈을 주고 사는 것이기에 싫으면 안 받으면 그만이고, 싫으면 안 주면 그만인 것이다.

민원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놓는 것은 서비스차원이다. 그러나 배려는 많은 의자 중에 노약자석을 만드는 것처럼 어떤 행위 다음에 일어날 사안에 대하여 지켜져야 할 것이며, 운전자가 보행자를 생각한다거나 보행자가 운전자를 생각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어제의 교육내용을 보아 공기업이 주관하는 안전에 관한 사업을 일반 기업이 요구하지 않아도 알려주는 것은 어디에 속할까.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여 찾는 사회적 비용을 어떤 한 사람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니라 당연히 배려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인 처지에는 말이다.

물론 그들이 그런 배려를 했다고 해서 수당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사실은 초과근무 수당을 더 받는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수당을 더 깎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그들은 더 많은 일을 하든 안하든 신상의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시민들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상상을 못하는 것일까.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직원들은 왜 자신이 배려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하는 것일까.

물론 나름의 애로사항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 혹은 공기업의 직원이 느끼는 애로사항은 국민 혹은 시민이 받을 권리와 배려보다 우선하지 않는 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들은 국민이 없으면 필요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公務員)을 국민(國民)의 공복(公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떤 상황에서도 종이 주인을 무시하면 안 된다. 정말로 주인이 몰라서 판단을 잘 못하는 경우라도, 주인을 존중하는 가운데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 종의 도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