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중양은 음력 9월 9일을 말하며 중광(重光) 혹은 중구일(重九日), 중양일(重陽日), 중양절(重陽節)로도 부르는데 양력으로 10월 중에 속한다. 홀수(奇數)를 양(陽)의 수로 보고 양수가 겹쳤다는 뜻에서 중양이며,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을 모두 속절(俗節)로 삼고 있다. 이를 홀수인 기수민속(奇數民俗)이라 하는데, 특히 9는 양수 가운데서 극양(極陽)이므로 9월 9일만을 특별히 중양이라고 부른다.

중양의 유래

어느 마을에 ‘장방’이란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그가 ‘환경’이란 사람을 찾아와 ‘9월 9일이 되면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니 식구들은 모두 주머니에 꽃을 넣었다가 팔에 걸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라.’고 하였다. 장방의 말대로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며 놀다가, 이튿날 집에 내려와 보니 집안의 모든 가축들이 죽어 있었다. 그 후로 중양절이 되면 산에 올라가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중국은 한대(漢代) 이래로 중구절에 상국(賞菊), 등고(登高), 시주(詩酒)하는 풍속이 있었고, 당송대(唐宋代)에도 관리들에게 휴가를 주어 추석보다도 더 크게 삼았다.

신라시대에는 안압지의 임해전(臨海殿)이나 월상루(月上樓)에서 연례적으로 군신(君臣)이 모여서 시가(詩歌)를 즐겼고, 고려시대에는 중구의 향연(饗宴)이 국가적으로 정례화 되었다. 조선 세종 때에는 삼짇날과 중구를 명절로 공인하였으며, 성종 때에는 추석에 행하던 기로연(耆老宴)을 중구절로 옮기고, 유생(儒生)들에게 과거를 실시하였다.

중양풍속

조선 후기의 ‘세시풍요(歲時風謠)’에는 ‘...상락주(桑落酒)를 새로 걸러...붉은 잎 가을 동산에 아담한 모임을 이루었으니...중양절의 술을 상락(桑落)이라고 한다.’고 하였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중구날 남산과 북악산에 올라가 먹고 마시며 단풍놀이를 한다...’라는 기록으로 전부터 이어져온 풍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 중양일을 속절(俗節)로 여기는 것은 중국의 풍습에서 온 것이지만, 삼월삼짇날이나 단오 혹은 칠석에 비해 더 중요한 명절로 삼지는 않았었다.

민가에서는 술친구를 찾아가거나 술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이때 선비들은 단풍을 주제로 하여 시를 짓기도 하고, 부녀자들은 내방 가사를 읊었고, 농부들은 농악을 울리며 즐겼다.

또 이날 차례를 지내는데 햇곡식을 조상에게 바치며 감사의 뜻을 전하던 것으로 보인다. 성주단지를 햇곡식으로 갈아주며 정성으로 제물을 차려 성주차례도 지낸다.

이때 기일(忌日)을 모르는 조상의 제사도 함께 모셨으며, 특별히 여단(厲壇)에서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서울과 군현에는 무주고혼(無主孤魂)을 제사하였는데 이를 묘단제(廟壇祭)라 하였다.

중양음식

중양절은 10월에 해당되어 각종 과실이 풍부하며, 모든 곡식도 수확을 하는 계절이다. 각 가정에서 국화전(菊花煎) 혹은 감국전(甘菊煎)을 해 먹거나 국화주를 빚고, 술과 음식을 장만해 가지고 가까운 산에 올라가 단풍놀이를 즐겼다. 국화꽃잎으로 화전과 화채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며, 술에 띄워 마시는 것도 중양의 별미에 속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누런 국화를 따다가 찹쌀떡을 빚어 먹는데, 그 방법은 삼월 삼짇날 진달래 떡을 만드는 방법과 같으며, 이를 화전(花煎)이라 한다...또한 배와 유자와 석류와 잣 등을 잘게 썰어서 꿀물에 타면 이것을 화채라 하는데...’라는 기록이 있다.

이밖에도 어란, 유자차, 유자화채, 유자정과, 밤단자, 도루묵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가하면 무시루와 물호박, 대추인절미, 토란단자와 밤단자를 넣은 각종 떡도 시절음식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