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달의 의미

음력으로 10월을 상달(上月)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가장 어른의 달이며, 하늘이 열리고 높은 데에 기인한다고 본다. 한편 모든 활동을 마무리하고 가장 풍요로운 정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때 하늘에 고사(告祀)를 지냈는데 이를 상달고사(上月告祀)라고 하였다. 집안의 안녕과 번영을 위하며, 성주신이나 조상신, 터주신, 조왕신, 삼신 등 현재 모시고 있는 가신(家神)들이 만들어 주신 풍년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시월은 천지인(天地人)의 삼자(三者)가 화합하는 달이기도 하다.

상달의 유래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상달고사의 유래는 자세히 알지 못하나, 햇곡식을 거두게 된 것이 하늘과 선조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하여 감사하던 뜻으로 보인다. 그래서 제의(祭儀)와 점복(占卜), 그리고 금기(禁忌) 행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상달고사에는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만들고 정성껏 제사를 지냈다. 상달행사는 고구려 때에 동맹(東盟), 부여 때에 영고(迎鼓), 예맥 때에 무천대회(舞天大會)를 열었다고 전한다. 또 고려에서는 시월 망일(望日)의 팔관재(八關齋)를 비롯하여, 조선시대의 종묘 맹동제(孟冬祭)가 같은 맥락이다.

‘무천(舞天)’은 하늘에 춤을 추어올리는 행사로 제천의식(祭天儀式)의 표현이며 오늘날의 제사와 같은 것이다. 고려 때에 와서는 팔관회로, 조선시대에는 고사 혹은 안택으로 전승되었다.

상달의 풍속

이렇게 하늘과 조상에게 예(禮)를 올리는 동시에 금기사항도 많았다. 경기도 서해안에 부는 손돌바람 피하기, 신주단지에 햇곡식 넣기, 무오일(戊午日)에 먹던 가을시루떡, 이엉엮기가 그것이다.

또 10월 1일이 추우면 겨울이 춥고, 이날이 따뜻하면 겨울이 따뜻하다고 믿었다. 입동이 추우면 겨울에 큰 추위가 오고, 이날이 따뜻하면 겨울에 큰 추위가 없다고 하였다.

길일을 택하여 지내던 상달고사는, 제1신인 안방의 제석신(帝釋神) 즉 산신(産神)을 포함하여 하급신인 칠성신, 측간신, 마당신, 문신 등에 지냈던 제사다. 무오일(戊午日)에 말에 지내던 말날제사가 있고, 마을신(洞神)에게 지내는 동신제(洞神祭)를 일부에서는 당산제(堂山祭) 혹은 당제(堂祭), 도당굿, 당굿이라고도 하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풍속은 묘사(墓祀) 혹은 시사(時祀), 시향(時享)이라 부르는 전통 제례(祭禮) 시제(時祭)다. 이밖에도 성주받이 굿(城主祭), 산신제 등이 전해온다. 지금도 새차를 사거나 개업을 하면 지내는 고사가 이 상달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달의 먹을거리

시월상달은 햇곡식이 풍부한 시기다. 이런 날에 말날(午日)이나 길일(吉日)을 택해서 푸짐한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먹었다.

위에서 보았던 고사떡이 대표적인 음식인데, 제사를 받는 신의 종류에 따라 떡의 크기도 달라졌다. 주재료에 따라 찰떡, 메떡, 수수떡으로 구분하며, 첨가물로 콩이나 호박오가리, 무, 곶감, 대추 등을 섞어 만들었다.

따뜻한 화로에 모여 먹는 난로회(暖爐會) 즉 전골, 여러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는 열구자탕(悅口子湯) 즉 신선(神仙)들이 화로(火爐)를 사용하여 먹던 신선로(神仙爐)도 빼놓을 수 없다. 두부를 잘게 썰어서 꼬챙이에 꿰어낸 연포탕(軟泡湯), 한과(韓菓)에 속하는 강정, 만두(饅頭)와 만둣국, 김장김치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무오병, 감국전, 만둣국, 열구자탕, 연포탕, 강정, 시루떡, 무시루떡, 생실과, 유자화채, 백설기, 물호박떡, 애탕, 변씨만두, 밀단고, 애단자 등 아주 많은 음식들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