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2월 19일은 우리나라의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대통령은 한 나라의 대표자로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국익 즉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수고해야 하는 사람이다.

또한 국가의 존위를 이어가야 하며 국민의 행복을 이어줘야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이 모아져서 행복한 나라가 되고 행복한 국민들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에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서 모든 유권자는 후보로 나선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어쩌면 자세히 알아보고 판단하는 것이 의무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판단하여 선출한 사람이 국가를 뒤 흔드는 일이 생긴다면 그를 선출한 사람들의 책임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유력한 야당의 후보자와 무소속의 후보자가 단일화를 논의한 적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둘의 인품이나 언행을 보고 지지를 보냈었다. 그러나 둘은 한 명의 후보로 통합하여 나서겠다고 하였다. 이른바 후보 단일화다.

여기에도 많은 지지자들이 공감을 하면서 성원했는데 이 둘과 여당의 후보자를 포함한 이른바 빅3는 서로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세 명의 후보자가 모여 공개토론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면 여당이나 야당 그리고 무소속의 특정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각 후보의 약점과 강점, 그리고 나은 경쟁력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TV공개토론은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 그리고 일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후보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정책을 홍보하기 위하여 이런 공개토론에 나서기를 열망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당의 후보자는 빅3의 공개토론을 거부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아주 단순하다. 유력 야당의 후보와 무소속의 후보가 단일화를 거론하였으니, 둘이 단일화를 한 후에 여당의 후보자가 공개토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얼핏 생각하면 맞는 말인 것도 같다.

그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반드시 단일화가 된 사람과 맞서서 토론해야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단일화 전에 3자 토론을 하고, 단일화가 되면 다시 양자토론을 하여 자신의 의견을 홍보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런 정도의 진실이라면 여당의 공보책임자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거부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얼마 후 단일화된 야당의 후보가 여당의 후보를 겨냥해 다시 TV 양자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랬더니 여당의 후보는 각 선거유세지역을 방문하는 등 아주 바쁜 일정으로 인하여 시간을 낼 수가 없으니 TV 양자토론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정말 이 말을 믿어야 할지 웃어야 하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제는 빅3에서 빅2 즉 두 명의 경쟁으로 압축된 마당에 양자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일시에 전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TV공개토론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도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 후 야당 후보는 다시 제안했다. TV공개토론보다 더 중요하고 더 급한 것이 무엇이냐? (비망록인) 수첩을 들고 나와서 (메모를 보면서) 해도 좋으니 공개토론을 하자고 했다. (만약 토론의 주제를 예측하지 못하겠다면) 예상문제를 사전에 알려주고 해도 좋으니 빅2 양자공개토론을 하자고 한 것.

이 말은 무슨 말인가. 대통령 후보자라면 평소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난상에서 토론해 길고 짧은 것을 대 봄으로써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중요한 몇 사람을 만나기 위해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TV공개토론을 못하겠다면 국민보다 그 소수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나왔다고 보아도 될 것인가.

악수를 많이 해 손이 아프니 붕대를 감고라도 악수를 해야 하는 상황을 면하게 해주려고 편안한 안락의자에 앉아 묻는 말에 입으로만 대답하라고 해도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무슨 사연이 있을까. 대통령은 동아리 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표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몇 사람만 모으면 된다는 생각은 대통령의 덕목에 들어가지 못한다.

오늘 점심에 불고기를 먹겠다고 했다가 한식집을 찾지 못해 짜장면을 먹겠다고 하는 것과, 대통령 후보자가 어떤 일을 하겠다던 말을 바꾸는 것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일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때의 형편에 맞게 바뀐 환경에 따라 다른 언행을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시점에서 자신 혼자서 한 약속이 아니라 대 국민과의 약속을 내팽개친다면 옳은 일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소속의 유력 후보는 자신의 뜻처럼 되지 않아 실망을 하였지만 반드시 단일화를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보직 사퇴까지 하지 않았던가. 국민과의 약속은 이렇게 중요하다 못해 절실한 것이다.

특히 지금의 17대 정부가 들어선 후 많은 자료가 왜곡되고 하나의 사안을 놓고도 불리한 면을 제외한 채 유리한 측면만 강조하는 것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에게 이런 실망을 보태줘도 되는가 말이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국민의 알 권리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옆 동네의 이장을 선출하거나 다른 학교의 어느 반장을 선출하는 일이라면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사항들이 많다.

그러나 전 국민과 관계된 일이라면 반드시 모든 국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그렇게 해서 알려진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의무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대선 후보 TV토론이 처음으로 도입된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는 모두 12차례의 TV토론이 있었다. 또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TV와 라디오를 합해 모두 83차례,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는 44차례의 대선후보 대담과 토론회가 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쩌면 또 다른 빅3만 참가하는 그것도 단 3차례의 토론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앞으로 가는 정치, 개혁하는 정치의 표본인가 묻고 싶다. 정치인조차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말하는 시점에서, 이렇게 뒤로 가는 것도 변화는 변화라고 해야 한다면 웃음만 나올 뿐이다.

후보자에게 자신을 홍보할 권리가 주어진다면, 반대로 유권자는 그것을 잘 판단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가능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선량한 국민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후보들의 진정한 정책토론을 듣기 원하고 있다.

이제 오늘(4일) 오후 8시부터 공중파 3사에서 TV토론회를 방송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가 열띤 토론회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