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의 의미

대설(大雪)은 24절기 중에서 21번 째의 절기로, 태양의 황경(黃經)이 255˚가 되는 때를 말한다. 음력으로는 11월, 양력으로는 12월 7일이나 8일경이다. 2011년은 12월 7일에 들었다. 이 무렵 많은 눈이 내린다 하여 대설이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는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기후를 기준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계절에서는 약간 늦게 형성된다.

대설의 환경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농도(農道) 전라북도 전주에서 대설로 기준한 12월 7일의 기후를 보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기온의 평균은 3.7℃에 최고기온의 평균은 8.4℃로 나타나 소설보다 약 3℃낮게 나왔으며, 최저기온의 평균은 -0.4℃로 처음으로 영하의 날씨를 보였다.

강수량은 1.3mm로 그래도 적지 않은 편이었으며, 평균습도는 75.3%로 눈이 제법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람의 평균속도 1.0m/s로 변함이 없었다.

옛날사람들은 대설기간 동안을 다시 5일씩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侯)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侯)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무환자나 무과의 여지(荔枝)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동양에서는 입동이후의 소설과 대설, 동지, 소한, 대한을 묶어 겨울이라고 말을 하지만, 서양에서는 추분이후에 한로, 상강, 입동, 소설, 대설까지를 가을로 본다. 따라서 서양의 역법에 의하면 동지(冬至)에서 부터 겨울이 되는 셈이다.

우리가 만나는 12월의 대설도 가끔은 눈이 오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따지고 보면 대설이 들어있는 12월보다도 오히려 1월에 더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다.

소설은 이론상으로 대설보다 눈도 적고 기온도 높지만, 실제로 느끼는 감각은 소설 추위도 만만치 않다. 그것은 가을에 적응되어있던 신체가 추위에 대한 적응기간을 준비하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대설(大雪)에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하였고, 포근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하였다. 겨울철의 두터운 눈은 대기의 찬 기운을 막아주어 보리가 월동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에스키모인들이 이글루를 짓고 사는 것과 같다. 대설이 오기전의 보리밭은 검은 토양에 푸릇푸릇한 녹색으로 얼룩말과도 같은 무늬를 한다.

눈이 많이 오므로 눈피해가 없도록 하여야 하며, 노약자들은 혹시 모를 낙상에 유의하여 야외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운동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약화로 독감이 올 수 있으니 개인위생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 생기는 알레르기를 예방하여 자주 환기를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대설의 농사일

농가월령가 11월령에 따르면, 소설을 지나 동지가 되기 전에 눈다운 눈이 내리기 때문에 대설이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설이라고 하여도 내리는 양이 일정치 않아, 어느 해에는 소설보다도 적게 오기도 한다. 수확한 감자의 저장은 3~4℃가 적당하여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도 되지만 고구마는 12~15℃의 따뜻한 곳에 저장하여야 한다. 한 겨울을 나는 동안 고구마가 썩는 것은 온도가 낮은 데 원인이 있다.

이때는 농사일을 끝내고 한가해진 시기로, 이렇다할 농사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가정에서는 메주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기도 한다. 메주는 내년의 장맛을 판가름하는 것으로, 메주가 잘 떠야 장이 맛있다고 하여 정성을 들였다.

메주를 만드는 콩은 고온에서 단시간 동안 익히는 것이 중요하며, 손으로 비벼보아 뭉그러질 때까지 익힌다. 그래서 어머니들은 뜨거운 가마솥에 손을 넣고 콩을 집어 비비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삶은 콩은 소쿠리에 담아 물을 뺀 후 절구에 넣고 찧어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면 된다. 대개 된장메주는 네모난 퇴침만하게 만들며, 고추장용 메주는 둥그런 도넛 형태로 조금 작게 만든다. 만들어진 메주는 짚으로 묶어 균이 잘 번식하도록 한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이날 눈이 많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당연히 대설을 전후하여 많은 눈이 올 것이라는 해석이 더 어울릴 것이다.

땅심을 높이기 위한 퇴비공급이나 객토사업이 필요하고, 우리 몸에 해가 적도록 유기농 재배를 지향하여야 한다. 간혹 갖은 병충해에 강한 종자라 하여 새로 개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인공 개량 즉 유전자 변형이 주를 이룸을 알아야 한다.

거기다가 일손부족을 핑계로 독한 농약을 살포하는 것은 토양을 병들게 하며, 우리 몸에 축적된 화학제품의 성분이 결국은 우리를 망치게 된다는 것도 명심하여야 한다. 요즘 한약(韓藥)의 사용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처방 후 달여 먹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주 원인은 그렇지가 않다. 처방과 함께 즉석에서 달여 물약으로 만들어 나오는 편리성에 비교하면 한약재료의 성분과 함유된 유해 이물질의 농도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른바 신토불이(身土不二)다.

밭작물의 배수에 신경을 쓰고, 흙덮기를 해서 동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너무 웃자란 보리나 밀은 우듬지를 낫으로 베어 주는 것이 좋다. 월동채소는 아무리 추위에 강하다고 하여도 갑자기 추워지는 것이나, 눈이 녹아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추어지는 것은 막아주어야 한다.

요즘은 농한기라 하여도 시설채소를 재배하거나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등 조금도 쉴 틈이 없는 곳이 농촌이다. 따라서 각각의 작물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각자의 병충해를 방지하자면 정말 농번기가 따로 없는 형편이다.

과수에서도 낙엽이나 주변의 잡초를 모아 태우거나 땅 속 깊이 묻어주는 것이 좋다. 이로써 병원균의 이동을 막고, 더불어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때 신경을 써야하는 곳은 축산농가다. 동해는 물론이며 환기불량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그리고 계절 전염병인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에 유의하여야 한다. 구제역은 가축의 분뇨, 발병된 수포액, 혈액, 침, 가래, 우유, 내장, 고기, 물, 사료, 토양 등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경로를 통하여 전염된다.

따라서 철저한 소독과 방역이 최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소독약으로는 알칼리제제, 산성제제, 산화제, 알데히드제, 염기성제제, 계면활성제 등을 축사 주변과 분뇨에 뿌리는 방법이 있다. 이들의 방제는 겨울철 황사가 지나간 다음이나, 겨울 철새가 지나간 다음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

대설의 먹을거리

곳간에는 가을에 거둬들인 먹을거리가 가득하고, 농사일도 끝이 났으니 그야말로 신선노름이 따로 없을 정도다. 마당에는 낟가리가 있고, 땅속에는 김장독이 있으니 마음도 든든하다. 따라서 이런 농한기를 틈타 다른 생각을 하다가 패가망신(敗家亡身)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이 계절이다.

이런 때에 따뜻한 탕이나 국물로 추위를 막아내면 한결 지내기 쉬운 겨울이 될 것이다. 그런가하면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냉면을 먹거나, 살짝 언 동치미를 갓 찌어낸 고구마에 얹혀 먹어도 그만인 계절이다. 이런 음식들은 굳이 대설이 아니더라도 겨울내내 먹을 수 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청어천신(靑魚薦新)

주로 동짓날에 궁중(宮中)에서뿐만 아니라 일반 사대부(士大夫) 집안에서도 청어(靑魚)를 사당(祠堂)에 올리는 일이 있었다. 이는 청어를 천신(薦新)한다는 풍속으로 이어졌다. 청어(靑魚)가 푸른빛을 내기 때문에 새롭고 신선한 이미지를 주어 조상(祖上)에게 올리는 정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청어는 특히 황해도 해주(海州)와 경상도 통영(統營)에서 잡힌 것이 유명하였다.

감제(柑製)

조선시대에 동짓달이 되면 제주(濟州) 목사(牧使)가 중앙으로 감귤(柑橘), 유자(柚子) 등을 진상(進上)하는데, 임금은 이를 치하(致賀)하는 의미에서 성균관(成均館)과 사학(四學)의 유생(儒生)들에게 과거(科擧)를 실시하고 귤(橘)을 나누어주던 것이 감제(柑製)이며, 귤이 누렇다고 하여 황감제(黃柑製)라 부르기도 하였다. 과거의 선발과정은 특별한 절기를 맞아 기념으로 여는 절일제(節日製)와 같은 형식을 취했다.

냉면(冷麵)

냉면은 요즘에 와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먹는 음식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시절음식으로 먹었었다. 그중에서도 맨 처음 접한 냉면(冷麵)은 본래 동짓달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요즘 겨울에도 냉면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메밀국수를 무김치나 배추김치국물에 말고, 여기에 잡채나 배, 밤,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썰어 넣고 기름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특유의 맛이 나서 별도의 이름을 가지니 바로 골동면(骨董麵)이다.

수정과(水正果)

겨울철의 입맛을 돋우는 시절음식으로 수정과(水正果)를 빼놓을 수 없다. 계피와 생강을 넣고 달인 물에다 곶감을 담그고 그 위에 잣을 띄워 먹는데 식혜(食醯)와 함께 한국의 대표 음료로 전하고 있다.

동치미

무로 담그는 김치 가운데 하나로, 김장용 무김치보다 물이 많아 물김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시원해야 제 맛이 난다. 무는 주로 뿌리가 작은 것을 담는 예가 많다. 한 겨울에 고구마를 삶아놓고 눈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동치미 한 입, 고구마 한 입 먹는 것은 별미에 속한다.

너비아니

조선시대에는 지금의 불고기와 비슷하게 조리 된 소고기 구이를 ‘너비아니’라고 불렀다. 그 이전에는 ‘맥적’ 또는 ‘설야멱’이라 불렀는데, 이들은 시대에 따라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게 전해왔다.

너비아니는 소고기를 너붓버붓하게 썰고 칼등으로 두들겨 연하게 다듬질한 다음, 갖은 양념에 재워 구운 고기를 말한다.

‘설야멱(雪夜覓)’은 눈오는 야밤에 찾아서 먹는 다는 뜻으로, 농사에 이용되는 소를 잡는 일을 금기시 하던 고려시대에 어쩌다 얻은 귀한 소고기를 유장(油醬)에 발라 굽다가 냉수에 담그고 다시 굽기를 세 번 반복하여 조리하는 음식이다.

이는 펑펑 눈이 쏟아지는 겨울밤의 술안주로 애용된 데서 비롯되었다. ‘맥적(貊炙)’은 고구려 시대에 기름기가 적고 연한 부위의 소고기를 양념하여 대나무 꼬치에 꿰어 구어 낸 요리를 말한다. 불고기소고기의 핏물을 빼주고, 갖은 재료를 넣어 버무린 양념에 재웠다가 굽는 것을 말한다.

고기의 두께가 두툼하면 칼등으로 두들겨서 부드럽게 하고, 얇으면 그냥 무쳐도 된다. 굽는 불은 직접 불에 굽는 직화(直火)가 좋으나, 자칫하면 고기가 타므로 기름칠을 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무난하다.

기타

시월상달 즉 양력 11월에 먹는 음식으로는 각종 고사떡과 전골냄비, 신선로, 연포탕, 만둣국 등의 국물음식이 있고, 무오병, 감국전, 무시루떡, 생실과, 유자화채, 백설기, 물호박떡, 애탕, 변씨만두, 밀단고, 애단자 등도 대설에 먹을 수 있는 시절음식이다.

대설의 별자리

이제 완전한 겨울이 펼쳐져 많은 눈이 오는 계절에 속한다. 이때의 별자리로 초저녁에는 가을철별자리가 보이다가도, 자정이 되면 겨울철 별자리가 주인이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정수(井宿)가 주(主) 별로 다가오며, 동쪽하늘에는 벌써 봄철의 별자리가 준비하고 있음도 보인다. 정수는 우물 정자를 한 별자리로 삼수보다 동쪽에 있다고 하여 동정(東井)이라고도 한다. 동정은 남방 주작의 벼슬에 해당하며, 쌍둥이자리의 뮤(μ)에 속한다.

동정은 쌍둥이자리의 무릎과 발에 해당하는 별로, 동양에서는 음양궁(陰陽宮)이라 불렀다. 만약 5개의 행성이 이 우물 근처에 모이면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만사가 성취되며 덕이 있는 자에게 경사가 있고, 새로운 군주가 즉위하여 천하를 안정시킨다고 하였다.

자정 무렵에 하늘 중앙에서는 북하와 남하가 위치한다. 남하(南河)는 남쪽 강이라는 뜻으로 작은개자리에 해당하며 밝은 별은 알파(α) 프로시온이다. 북하(北河)는 북쪽의 강이라는 뜻으로 쌍둥이자리에서 각각의 머리에 해당하는 알파(α) 폴럭스, 베타(β) 카스트로다.

천문류초(天文類秒)에 의하면 남하(南河)와 북하(北河)는 변방(邊方)을 지킨다는 의미의 수성(戍星)이다. 따라서 해와 달 그리고 다섯 행성은 이 둘 사이를 지나가야 하며, 만약 길을 벗어나게 되면 천하가 어지럽고 가물며 전염병이 돈다고 하였다. 또 혜성이 나타나면 병란(兵亂)이 일고, 패성이 멈추어 서 있으면 가뭄이 든다고 하였다. 북하의 위에 있는 적수(積水)는 하늘나라의 술과 음식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일을 담당한다.

대설 회고

예전의 농한기는 술과 화투가 일상을 비집고 들어와 인생의 중심에 앉아있기 일쑤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주 오래 전에 우리 친지 중에도 화투놀이를 즐기셨던 분이 계셨다. 벌써 25년이 넘은 일이니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떠올리기 싫은 일이다. 그 당시의 화투놀이가 단순한 놀이에 그쳤으면 좋았을 것인데, 급기야 화투놀음으로 변해가는 것이 문제였다.

농사일이 끝나면 낯모르는 사람들이 몇 해를 반복하여 찾아왔었다. 그리고 따라나선 어르신은 쉬 돌아오지 않으셨다. 하룻밤을 새거나 이틀밤을 새는 것은 예사로 여길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 온 식구가 찾으러 나서곤 하였지만, 그때는 벌써 한 해 농사로 얻은 소출을 몽땅 잃어버린 다음이었다.

추운 겨울날에는 거둬들인 곡식으로 배불리 먹고 쉬어야 할 것이지만, 밤새 쪼그리고 앉아 담배연기를 마신다면 그 어디에 좋을 것인가. 운동은 그만두고 먹을 것이나 제대로 먹을 수 있단 것인가, 정말 바보스러운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농촌의 예전 농한기는 그런 예가 아주 많았었다.

더운 여름날 남들 일할 때는 편히 쉬다가, 애써 가꾼 후 알찬 수확을 보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거저먹으려고 한 그들이 바로 불한당(不汗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신들은 화투치기를 아무리 열심히 하였다고 하더라도, 눈이 펑펑 내리는 대설(大雪)에는 땀이 나지는 않을 것이니 영락없는 불한당이다.

불한당(不汗黨)!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농민들의 주적(主敵)이 확실하다. 농사도 짓지 않았으면서 밭떼기로 치부를 하고, 매점매석으로 남을 울리는 자들도 어쩔 수 없는 불한당의 범위(範圍)를 벗어나지 못한다. 애써 거둬들인 농작물을 주인 허락도 없이 통째로 트럭에 싣고 가는 그들이 바로 주적(主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