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제조한 상품을 도매상보다 훨씬 싸게 납품할 수 있는 거잖아요” / 부산 엄궁농산물도소매시장 상인

“자기 계열사 물류를 이용해라. 강압적으로 계열사를 밀어주는 거죠” / 롯데마트 입점 중소기업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인은 단지 전통 시장뿐만이 아니다.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 그룹이 최근 식자재 도소매업에 진출하면서, 대상이 진출한 지역의 식자재 상인들은 매출이 3~40%까지 떨어졌다고 호소했다. 롯데마트에 입점했던 한 커튼 제조사는 롯데가 타사보다 훨씬 비싼 자신의 물류 계열사 이용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일감 밀어주기 등 재벌기업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선 후보들 역시 재벌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순환 출자 등 몇몇 분야에서는 차이점이 드러난다.

위 내용은 지난 5일(수), KBS 2TV 저녁 11시 5분에 '추적 60분'의 일부 내용으로 '2012 대선 핵심쟁점 - <1편> 경제민주화'라는 제목 하에 방송됐다.

대기업이 빵집에 이어 식자재업까지 진출하려고 하자, 전국적으로 반발이 일어난 가운데 최근 익산과 전주에서도 식자재업 도매상들이 대상 청정원이 꼼수로 진출하려는 것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빵집만 진출한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떡집마저도 대기업에서 야금 야금 진출하고 있다. 떡집은 말 그대로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릴 수 있는 업종임에도 이 마저도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가 붕어빵도 팔겠다고 나서지 않을 지...

올해 초, 대기업 대상의 계열사 유통업회사인 대상베스트코가 익산과 전주에 있는 한 식자재업체와 손을 잡고 법인으로 전환, 대기업(대상)이 소매업으로 위장진출 하려다가 익산지역 식자재업체들의 강력한 반대로 쉽지 않은 상태였다.

대상은 중기청으로부터 사업조정신청으로 올해 2월 27일에 '사업확장 일시정지권고'를 받은 상태로 사실상 익산과 전주에서의 확장 영업이 어려운 상태가 되자, 익산과 전주를 피하고 이들 지역에 납품할 수 있는 김제를 선택해 영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즉, 일시정지권고를 받은 곳은 익산과 전주로 행정구역상 김제는 이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으로 교묘하게 파고 든 것으로 이 역시 익산과 전주 식자재업체 대표자들에 의해 들통났다.

대상은 왜? 위장진출하려고 할까? 떳떳하다면 이렇게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진출하면 될 것인데 마치 대상이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식자재업체가 확장하는 것처럼 해야만 했느냐는 것이다.

이것만 봐도 대기업은 자신들이 진출하려는 것이 골목상권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고 본다면 비약일까?

지난 5일(월) 익산을 비롯 전주, 군산, 김제지역 식자재업체 대표들이 집회를 가진 바 있다. 그 다음 날인 6일(화)에 전북지역 중소상인이라고 밝힌 25개 업체(유통, 식당 등)는 성명서를 통해 "대상베스트코로부터 이전보다 낮은 단가로 식자재를 공급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식당에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식자재 유통업체 중 대상베스트코의 진입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대상베스트코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소상인 성명서에 들어가 있는 업체 한 상인은 익산 식자재업체 한 사장과의 통화에서 "나는 대기업(대상)과 연관된 것을 몰랐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지난 5월에 대상 측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가운데 "대상은 "자영업자 중 가장 영세하고 취약한 외식업주의 사업성공을 지원함으로써 외식업체와 동반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식자재유통업에 진출하게 됐다"며 "개인 유통업체가 납품 하는 소형 음식점 등의 영역을 침범하지 아니하고, 소형 음식점에 납품하는 중상 또는 소규모 유통업체에게는 저렴하게 식자재를 공급함으로써 역할분담을 통해 상생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내용은 보면, 대기업이 소매업에 진출하게 되면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고 했고 개인 유통업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아니한다고 했으나, 과연 가능할까?

첫째, 대상이 소매업에 진출하게 되면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식당이나 급식업체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도매상의 납품가보다 매우 저렴하게 제공된다. 이렇게 될 경우, 소형 음식점은 대상이 밝힌 보도자료처럼 기존 도매상으로부터 납품 받는다면 대기업으로부터 직접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게 납품받게 돼 대기업으로 납품받는 식당과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이럴 경우 소형 식당도 대상으로부터 조금 더 저렴하게 납품받길 원할 것이고 결국 기존 도매상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에 밀릴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도매업체들은 매출이 급감해 결국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둘째, 전북지역 중소상인의 이름으로 밝힌 성명서에 대상베스트코로부터 이전보다 낮은 단가로 식자재를 공급받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보면, 현재 식자재 도매업체들에게 좀 더 낮은 단가로 제공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즉, 현재 대기업이 기존 도매업에 좀 더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상생하기를 원한다면 대기업인 대상이 식자재 도매업체들에게 조금 더 낮은 단가로 제공해 이들이 소매상이나 식당에 좀 더 저렴하게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 아닐까?

셋째, 대상이 만들고 있는 제품들이 대부분 식자재들이다. 대상 청정원에서 만드는 제품은 아주 다양하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이다. 이들 대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제품을 계열사인 대상베스트코를 통해 소매 유통이 이뤄지면 가격은 저렴할 수 있으나 기존 도매업체들은 다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CJ마저 유통업에 진출하게 돼 결국 대기업이 생산과 도소매가 이뤄져 사실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식자재업 도소매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어 도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대기업이 생산하고 직접 소매로 판매하면 가격이 훨씬 더 저렴해져 소비자들한테도 좋은게 아니냐고...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우 좋다. 저렴하게 공급받는 데 싫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도매상이 사라진다면, 그 때부터 가격은 야금 야금 올라가 중간도매상이 있던 때보다 더 높아질 수 있는 우려가 생긴다. 독과점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가령 우리나라에서 쌀을 생산할 농민이 사라져 수입해야 할 상황이 온다고 했을 때, 미국이나 중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저렴하게 판매할까? 아니다. 더 이상 쌀을 생산할 능력이 사라진 우리나라는 주식이 쌀인 이상 이들은 점점 가격을 올리기 시작해 울며겨자먹기로 계속 사먹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대기업은 자선을 베풀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음을 간과해서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익산에는 300여 개의 식자재 도매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 대표 1명당 4인 기준으로 하면, 1200여 명의 익산시민들이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식자재업체에서 많게는 직원 5~6명 적게는 2명 정도 있다고 가정하고 이들 직원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익산에서만 만여 명의 사람들이 식자재 도매업을 통해 먹고 산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이 소매업에 진출하면 이들의 자리는 잃게 되고 익산은 물론 지역 경제가 더 더욱 어렵게 된다.

결론을 맺자면, 대기업은 소매업 진출이 아닌 이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제품을 생산하고 이들 도매업체에 납품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업체들이 다시 소매업이나 식당 등에 납품하도록 해 가격 안정에도 기여하고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러한 계기로 대기업이 소매업 진출을 반대하는 도매업체에 단가를 높히고 자신들의 뜻에 따라주는 도매업체에게는 낮은 단가로 납품해 거대 자본의 힘으로 밀어 붙이는 일이 없길 또한 바란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대기업도 살 수 있는 길은 서로 상생하며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