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의 스물두 번째로 음력으로는 11월이며 양력으로는 12월 22일이나 23일에 해당한다. 2012년의 경우 12월 21일에 들었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에 들면 ‘중동지(中冬至)’, 하순에 들면 ‘노동지(老冬至)’라고 하였다.

이때는 태양이 적도 아래로 23.5˚ 내려간 날로, 황경(黃經) 270˚에 도달하는 날이다. 즉 태양이 남회귀선(南回歸線)에 도달한 날이며, 이후로는 북쪽으로 올라오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게 되며, 남반구(南半球)에서는 낮이 가장 긴 날이 된다. 대설(大雪) 다음에 오며 소한(小寒)의 앞에 들어있는데, 24절기 중에서는 가장 큰 명절로 여겼다.

일부에서는 동지를 아세(亞歲)라고 하였는데, 이는 아직 작은설이라 뜻으로 설날에 비해 조금 못하지만, 그래도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진다는 것으로 설날에 버금가는 날이라는 의미가 분명하다.

동지의 환경

▲ 익산시민뉴스 논설위원(수필가, 칼럼니스트)

농도(農道)인 전라북도 전주에서 동지로 기준한 12월22일의 기후를 보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기온의 평균은 1.1℃에 달했고, 최고기온의 평균은 5.9℃로 나타나 대설보다 약 2.5℃낮게 나왔으나 아직은 영하로 내려가지 않았으며, 최저기온의 평균은 -3.2℃로 영하의 날씨를 보였다. 강수량은 1.5mm로 그래도 적지 않은 편이었으며, 평균습도는 72.7%로 약간은 눈발이 날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람의 평균속도 1.1m/s로 변함이 없었다.

예전사람들은 동지 15일을 5일씩 나누어 처음 5일을 초후(初候)라고 하여 지렁이가 교결(交結)한다고 하였으며, 다음 5일은 중후(中候)라 하여 고라니의 뿔이 떨어진다고 하였고, 마지막 5일은 말후(末候)라 하여 샘물이 언다고 하였다.

연말이 되면서 각종 모임이나 찾아보아야 할 곳이 많은 계절이다. 따라서 모든 일에 적절한 절제와 자중이 필요한 시기다. 차가운 기온으로 체온이 내려가는 때에 무리한 행동으로 면역력을 약화시켜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동지의 유래

북반구에 살던 고대인들은 태양의 기운이 가장 쇠한 날에 태양이 죽었다고 말하며, 차츰 부활하여 낮이 길어지고 뜨거운 생명의 기운이 살아난다고 믿었다.

역경(易經)에서 간지(干支)로 본 새해의 첫 달 즉 자월(子月)을 동지가 들어있는 11월로 지정한 것도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周)나라는 11월을 정월(正月)로 삼았고, 동지를 설날로 삼았었다. 그 후로 ‘동지를 지나야 한살 더 먹는다’거나 ‘동지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말을 하여 왔다.

서양에서도 동지(冬至)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농경민족인 로마인들은 농신(農神)인 새턴(Saturn)의 새턴네리아 축제를 12월 21일부터 말일까지 행하였다. 그중에서도 12월 25일은 태양의 부활일로 기념되었었는데, 동지 이후에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을 태양의 부활로 인식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키는 동지(冬至) 풍습은 크리스마스의 기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기 270년 경에 터키의 한 항구도시 파타라에 니콜라우스가 태어났다. 그는 착한 일을 아주 많이 하여 성인으로 불렸으며, 그가 여자였기 때문에 성녀(聖女) 즉 산타(Santa)라는 별명이 붙었다. 따라서 성녀 니콜라우스는 산타니콜라우스가 되었고, 훗날 발음이 변하여 산타크로스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팥죽의 유래

동지에는 팥죽을 쑤어먹는 풍속이 있다. 찹쌀과 팥이 주원료인 팥죽은 사당(祠堂)에 제사를 지내기도 하며, 대문간이나 장독대와 부엌 등에 뿌렸다. 이는 붉은 빛을 싫어하는 잡귀를 쫒아내는 것으로 액을 막는 행위다.

중국의 세시서인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의하면 중국의 공공씨(共工氏)가 불초자(不肖子)를 두었는데 동짓날에 죽어 역귀(疫鬼)가 되었다. 그런데 이 아들이 살아생전에 팥을 무서워했으므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귀신을 쫓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다른 의미로의 팥죽은 우리 식단에 새로운 영양소를 제공하는 음식으로 채택하였던 것이다. 항상 같은 음식으로 영양의 불균형을 이루었을 때마다 등장하는 것이 팥죽이며 팥밥이었던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동지 풍속

동지는 새로운 태양의 부활을 의미하여 생명과 관련된 풍속이 전한다. 또 새로 시작하는 해에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도 하나의 과제였다.

팥죽먹기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래된 시절음식이 있다. 이는 모두 팥죽을 의미하며 팥을 고아 죽을 쑤거나 찹쌀로 만든 단자(團子)를 넣어 끓이는 것이다. 새알만한 크기의 단자는 옹시래미 즉 새알심이라고 부르며, 이는 알의 부화(孵化) 즉 죽음에서의 부활(復活)하는 씨앗의 의미다. 팥은 양의 기운인데, 해가 점차 길어져서 봄이 되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동지팥죽은 천신(薦新) 즉 사당에 올려 제사를 지내며 먹기도 한다. 또 벽이나 대문간과 같이 악귀가 드나드는 곳에 뿌려서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팥죽의 붉은 색은 피와 같아서 양(陽)의 색이며 역동(逆動)의 색이라서 음(陰)의 상징인 마귀를 이기는 벽사(辟邪)와 축귀(逐鬼)의 의미가 있다고 믿어왔고, 지금도 잔치에는 꼭 팥죽이나 팥떡 혹은 팥밥을 하여 대접하게 되었다. 가끔 팥을 주머니에 넣어 찜질을 하는 것도 팥이 가진 양의 기운을 받아 음기(陰氣)를 쫒고자 하는 일이다.

사실 알고 보면 팥에는 비타민B1이 많이 들어있어 영양이 편중된 우리 식단에 꼭 필요한 음식으로 통한다. 이런 팥죽을 먹는 다는 것은 건강한 겨울을 나는데 아주 적합한 성분을 얻는 것이다.

동지가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작은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때에 먹는 팥죽은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하는 것으로, 팥죽을 나이 수대로 먹어야 한다든지 하는 말들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애동지에는 팥떡을 해야 좋고, 노동지에는 팥죽을 끓여야 좋다고 하였기에 중동지에는 어느 것을 해도 무탈하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먹는 팥죽은 일본식의 단팥죽과 다른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가 설날에 먹는 담백하면서도 쫄깃쫄깃한 가래떡과 마찬가지로, 팥죽은 담백하고 구수하면서도 달지 않은 맛이 일품이다.

요즘은 팥죽을 끓이는 가정이 다소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불가(佛家)에서는 아직도 잡귀를 쫒는 방식으로 확실하게 지켜지는 풍속 중의 하나다.

하선동력(夏扇冬曆)

옛날 궁궐에서는 단옷날에 부채를 하사하였다. 이는 다가오는 더위를 피하고 잘 지내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런데 동지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책력을 하사하는 것이다.

관상감에서 책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면, 왕은 ‘동문지보(同文之寶)’라는 어새(御璽)를 찍은 후 관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책력은 황장력(黃粧曆), 청장력(靑粧曆), 백력(白曆) 등으로 구분되었고, 관청에서는 책력(冊曆)을 주민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 책력은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절기와 기후를 짐작할 수 있었으며, 물 때 등도 기록되어 아주 중요한 생활의 지침서가 되었다. 그래서 여름에는 부채요 겨울에는 책력이라는 말을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12월 하순이 되면 내년도 달력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이 달력은 내년의 계획을 세우는데 아주 긴요한 수단이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시점을 나누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전약(煎藥)

조선시대 궁중에서 의약을 담당하던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전약(煎藥)이라는 특별한 약을 만들어 진상하였다. 전약은 소의 다리와 소가죽, 그리고 소머리를 넣고 고은 후 관계(官桂), 생강, 정향(丁香), 후추(胡椒), 청밀(淸蜜), 대추(大棗), 아교(阿膠) 등을 섞어 기름에 굳힌 것이다. 이 약성(藥性)은 따뜻하여 악귀를 물리치고 추위를 막아 몸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민가(民家)에서 팥죽을 끓여 먹었던 것과 궁중에서 전약을 만들었던 것을 합하면, 관료나 백성 모두가 중시 하던 날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황감제(黃柑製)

제주(濟州) 목사(牧師)는 동지 무렵이 되면 특산품인 귤을 진상하였는데, 상감은 멀리 있는 제주 사람에게 그 공로를 치하하고 위로하였다. 그리고 모든 백성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고자 이날에 과거(科擧)를 시행하였는데, 귤이 노랗다고 하여 이를 황감제(黃柑製)라 하고, 다른 말로는 그냥 감제(柑製)라고도 한다.

동지부적(冬至符籍)

동짓날의 부적으로는 ‘사(蛇)’자 부적이 있다. 뱀을 나타내는 사(蛇)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면 악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하였다. 또 계절적으로 추워야 하는데 만약 동지에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이 번진다고 믿었다.

이로써 사람들은 춥고 눈이 오는 동지가 되어 내년에 풍년이 들기를 고대하였다. 지금도 겨울에 춥고 눈이 많이 와야 내년 농사가 풍년든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이는 겨울가뭄으로 내년 농사에 필요한 물을 준비하자 못할까봐 걱정하는 마음이었다고 여겨진다.

동지헌말(冬至獻襪)

동지는 아주 추운 계절에 속한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천을 겹겹이 댄 버선을 신음으로써 추위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버선을 만드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것으로, 일손이 귀한 농번기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농한기에 들어서야 지을 수 있었다.

일손이 뜸해진 며느리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부터 납일(臘日)까지, 시할머니를 비롯하여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버선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동지날에 버선을 헌납한다는 동지헌말(冬至獻襪)이다. 다른 말로는 풍년을 빌고 많은 소출(所出)을 기원해드린다는 뜻으로 바꾸어 풍정(豊呈)이라고 하였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李瀷)은 새 버선을 신고 길어져 나가는 해 그림자를 밟으면 수명이 길어져 장수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감춰져 보이지 않는 며느리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지어낸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동지사(冬至使)

한때나마 동지(冬至)는 중국의 설날이기도 하였다. 그 이후에도 동지는 중국의 9대 명절에 속하는가 하면, 조선의 4대 명절에 속한 때도 있었다. 그래서 조선이 중국을 군주(君主)의 나라로 여기고 있을 당시에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동지를 축하하고 기념하는 사신(使臣)을 파견하였는데, 이때 파견된 사신이 바로 동지사(冬至使)다.

동지불공(冬至佛供)

사람들은 동지(冬至)를 맞이하여 인근에 있는 사찰을 찾아 동지불공(冬至佛供)을 그렸다. 동지에 드리는 불공은 내년에 자신에게 닥칠 액운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이날은 추운 겨울로 활동을 꺼려하는 판에, 이렇게라도 하여 운동을 하며 사찰을 찾고 불공(佛供)을 드려야 되지 않느냐는 뜻에서 유래된 듯하다.

동지금방(冬至禁房)

동지는 호랑이가 교미하는 날이다. 이렇게 1년에 한 번 교미를 하는 호랑이는 새끼도 많이 낳지 못하여 겨우 1마리를 낳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호랑이가 교미를 하는 날에는 인간들이 합방을 하면 안 된다고 전한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호랑이처럼 자녀를 평생토록 한 명밖에 낳지 못한다고 믿었던 때문이다.

기타

동지는 헌 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이하는 의미라서, 어려운 백성들이 짊어졌던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각오로 새 출발하는 날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이날에 밀렸던 빚을 갚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자신의 생활에 보탬이 되었던 것은 서로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동지에도 팥죽을 열두 그릇을 먹고 나무도 열두 지게를 해야 한다는 말도 생겨났다.

또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마을 우물에 팥을 넣으면 질병이 없어진다고 믿었다. 당시에는 수인성전염병(水因性傳染病)이 많을 때이니, 상대적으로 물을 깨끗하게 하면 병이 나았을 것이다. 이런 때에 악귀를 물리치는 팥은 아주 좋은 치료약이 되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는 상가(喪家)에서 병을 얻어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출산(出産)을 앞둔 가정이라든지 조상의 신위(神位)를 모셔야할 제주(祭主)는 상가(喪家)에 가지 않는 풍습이 있는데, 이런 때에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풍습도 공존하니 팥의 위력을 알만하다.

동지의 농사

가축이나 작물을 막론하고 일 년 중 해가 가장 짧은 기간이므로 기온이 낮고 햇볕이 부족하여 각종 질병에 취약한 상태다. 밭작물은 이렇다 할 관리가 필요하지 않지만, 서릿발에 의한 뿌리의 들뜸현상을 막는 동시에 웃자란 보리에 냉해를 입지 않도록 보리밟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때도 땅이 질어서 얼기 쉬운 날은 피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오이, 토마토, 딸기, 파프리카, 풋고추, 상추, 쑥갓 등 시설채소는 각자의 생육환경과 발육상태를 관찰하여 철저한 소독과 적절한 수분공급이 필요하다.

마늘과 양파처럼 월동하는 채소류는 눈이나 비로 인한 동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배수가 잘 되도록 고랑을 손질하고, 퇴비 등으로 덮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축은 해가 든 날을 골라 적당한 운동을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은 소독의 효과가 떨어짐으로 맑은 날을 골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쌓아둔 볏짚이나 사료건초에 물이 들어가서 부패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동물의 분변이나 철새의 이동 중 분뇨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동지음식

동지는 한 겨울에 속하여 농사지은 곡식은 이미 수확을 하였고, 많은 과실들도 저장을 하는 시기다. 그리고 아직은 새로운 봄나물도 나지 않은 때이므로 설이나 소한 대한과 같은 음식들이 시절(時節) 음식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특별히 동지 때에 챙겨야 하는 음식은 그리 많지 않다.

겨울이 되면 차가운 기온으로 몸이 움츠러들면서 에너지모소가 많아지게 된다. 따라서 피부와 기관지의 점막에 이상이 생기면서 병이 오기도 한다. 이때 비타민 A와 D가 필요하게 되며, 면역력을 높이기 위하여 비타민C의 공급은 필수적이다.

이때는 시금치, 연근, 갓, 당근, 마늘, 우엉, 배추, 무, 버섯, 마, 대파, 가자미, 도미, 홍어, 삼치, 갑오징어, 대구, 방어, 조기, 굴, 정어리, 김, 미역, 생태, 귤, 레몬, 다래 등의 제철음식이 좋다. 이런 겨울을 나면서 정월 대보름이 되면 호두, 땅콩 등으로 지방과 무기질을 포함한 영양을 보충하려고 오곡밥 혹은 약식을 먹었던 것이다.

동지에 가장 중요한 음식으로는 우선 팥죽과 팥떡을 들 수 있으며, 타락죽과 냉면, 동치미, 경단, 전약, 수정과, 식혜, 실과를 꼽는다. 또 생선으로는 청어구이와 청어젓갈을 들 수 있다.

팥죽

동짓날에는 동지팥죽 또는 동지두죽(冬至豆粥), 동지시식(冬至時食)이라는 오랜 시절음식이 있는데, 이는 모두 팥죽을 의미하며 팥을 고아 죽을 쑤고, 찹쌀로 만든 단자(團子)를 넣어 끓인다. 새알만한 크기의 단자는 새로운 생명을 의미하는 새의 알을 표현하여, 나이가 한 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팥죽의 붉은 색은 생명의 색이며, 악귀를 쫒는 액막이의 역할도 한다.

냉면(冷麪)

쇠고기나 닭고기를 고아 차게 식힌 국물을, 동치미국물 또는 시원하게 익힌 배추김치국물 등에 말아 먹는 음식이다. 여기에 제육편육과 배추김치, 무김치, 오이, 무생채, 배 등을 섞어 말아 얹은 후에 계란고명, 잣, 고춧가루를 뿌리면 훌륭한 냉면이 된다.

냉면은 물냉면 외에 비빔냉면, 회냉면 등 어떤 재료를 넣었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냉면은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과 같이 주로 북쪽지방에서 즐겨먹었던 음식인데, 요즘에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겨 찾는 별미(別味) 음식이 되었다.

골동면

비빔면, 비빔국수라고도 하며, 삶아낸 국수에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비빈 것을 말한다. 이때의 골동이란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섞어 먹는 것을 일컫는다.

동지의 별자리

남방7사(南方七舍)는 서방칠수(南方七宿)라고도 하는데, 적도 근처의 별자리 28수 중에서 동짓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를 떠오르는 정수(井宿)를 시작으로 귀수(鬼宿), 유수(柳宿), 성수(星宿), 장수(張宿), 익수(翼宿), 진수(軫宿)를 말한다.

이들은 적도상에 위치하는 별자리로 초저녁부터 서서히 그리고 차례대로 떠오르는 별이므로, 우리나라의 밤하늘에서는 정수는 쌍둥이자리로 겨울별자리, 귀수는 게자리로 겨울별자리, 유수와 성수 그리고 장수는 바다뱀자리로 봄별자리, 익수는 컵자리로 봄별자리, 진수는 까마귀자리로 봄별자리에 해당한다.

28수는 달이 하늘을 운행하는 길인 백도(白道)를 따라 일주하는데, 이때 약 27.32일이 걸리기 때문에 28일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이때 달이 머문다(宿)는 의미를 지닌다. 28수와 그 주변의 별자리를 동(東)은 창룡(蒼龍)), 북(北)은 현무(玄武)), 서(西)는 함지(咸池) 또는 백호(白虎), 남(南)은 주작(朱雀)의 4관(冠)으로 분배했다.

동지의 별자리

밤이 가장 긴 동지에는 저녁 9시는 벌써 깊은 밤에 속한다. 이때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별은 귀수로 한밤이 되면 중앙에 이른다. 그리고 헌원과 류수도 봄철의 별자리를 이끌고 뒤를 잇는다.

귀수는 귀신별자리를 뜻하며 사망과 질병, 그리고 제사를 주관한다. 따라서 남을 엿보기를 좋아하는데, 각자의 별이 맡은 임무가 모두 다르다. 귀수는 게자리를 포함하고, 귀수의 중앙에 내재된 뿌연 별기운을 적시기라 하는데 이것이 바로 프레세페성단이다.

이때 적시기(積屍氣)는 시체(屍體)가 쌓여있는 기운(氣運)을 뜻하며, 주변에는 무덤을 뜻하는 대릉성(大陵星)도 있다. 역시 동지는 음의 기운이 가득하여 귀신들이 활개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대릉성은 페르세우스자리에서 마녀 메두사의 머리에 해당하는 별이다. 또 귀신이 타고 다니는 가마별로 여귀(輿鬼)도 보인다. 여귀는 남방 주작의 눈에 해당하며 게자리의 세타(θ)로 어두운 별이다.

적시기가 포함되어 있는 귀수의 게자리 밑에 류수가 보인다. 류수(柳宿)는 남방 주작의 부리에 해당하며 큰물뱀자리의 머리 부분 델타(δ)에 해당한다. 바로 이어지는 성수(星宿)는 남방 주작의 목에 해당하며 큰물뱀자리의 중심부 알파르드에 속한다.

조금 더 내려오면 장수(張宿)가 보이며, 이는 큰물뱀자리의 꼬리 중간에 해당하는 별이다. 류수의 아래에 부엌별인 외주(外廚)가 있고, 더 아래의 토지신(土地神) 천사(天社) 별은 종묘(宗廟)에 제사를 지내는 음식을 장만하는 곳이다.

성수와 장수 위에 옛 황제였던 헌원(軒轅)이 있고, 그 중앙에 헌원대성(軒轅大星)이 있다. 헌원은 사자자리의 머리 부분이며, 헌원대성은 사자자리의 앞무릎 알파(α) 레굴루스로 지배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동지회고

동지하면 으레 팥죽이 생각난다. 그러나 팥죽이 먹기 싫을 때면 팥시루떡을 해달라고 졸랐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팥죽과 팥시루떡은 해야 할 때가 서로 다는 것이라서, 내 어리광을 좀처럼 들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팥죽과 팥떡은 같은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맛은 전혀 다른 음식으로 분류되니, 요리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팥죽을 끓이면 내가 먹기도 전에 부엌과 장독대나 대문간에 뿌렸던 기억이 난다. 이때 내가 먹기도 부족한데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행위는 잡귀를 물리치는 주술적 의미로, 역병 잡귀가 팥을 싫어한다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팥죽을 사람이 먹기도 전에 뜨거울 때 뿌렸으니, 아마 귀신도 뜨거워서 도망갔을 것이다.

그 뒤에도 팥죽이나 팥시루떡은 동지가 아니더라도 가끔 해먹는 음식이었다. 겨울에 밥과 김치만으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팥으로 보충해주는 역할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내용을 알지 못했으나, 맛이 좋다는 것은 알아서 어머니에게 보챘던 음식에 속했다.

지금 생각하면 먹기도 싫은 팥죽이다. 이것을 먹으면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는데 어찌 마음대로 먹을 음식이라고 할 것인가. 하나 당시에는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기에, 자꾸 자꾸 먹고 싶은 음식에 속했었다.

또 하나 딱딱한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먹어야 하는 것도 싫었다. 부드러운 죽에 굳은 새알이 있는 것은 음식을 천천히 먹으라는 의미가 있었고, 팥에 없는 탄수화물이 쌀에는 들어있어 상호보완적 식품이었던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물론 새해가 온다는 의미로 부활의 상징으로 새알을 만들어 넣은 것은 나름 일리가 있는 해석이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동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절기와 세시풍속에 나오는 모든 음식들이 과학적이면서 여러 사람의 지혜를 동원하여 만들어진 음식들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