責己則寡過(책기칙과과)요 : 자기를 책망한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以恕己之心(이서기지심)으로 :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써
恕人則全交(서인칙전교)니라 : 남을 용서한다면, 사귐을 온전히 할 수 있을 것이니라.

위 내용은 명심보감 [존심편]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다시 말하면,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아쉬움이 매우 크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29일) 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공교롭게도 이 두명의 후보자들은 법조인이라는 점으로 이러한 의혹들이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듯 보인다.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월 300~500만 원의 특정업무경비를 개인통장으로 지급 받아 보험료나 카드대금 결제 등에 사용했다는 내용이 청문회에서 나온 뒤,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현재로써는 자진사퇴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의혹들이 불거져 여당 의원들마저 부정적이다.

또한 김용준 총리 후보자 역시 각종 부동산 투기와 자녀들 병역면제 등에 대한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결국 자진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이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지 약 20년 정도 된 가운데 헌법재판소장, 국민총리, 대법원장, 장관 등의 후보자들이 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청렴성은 찾을 수 없었다. 위장전입, 병역기피, 논문 중복게재, 금품수수, 세금 탈루 등 다양한 의혹들과 함께 드러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청문회는 이러한 각종 의혹들로 인해 사실상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능력보다는 도덕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 아직은 갈길이 멀다.

우리나라보다 몇 백 년 전부터 실시한 미국의 경우는 인사청문회에 나오는 후보자에 대해 미국의 FBI가 직접 나서 돈을 어떻게 벌어서 썼고 인품은 어떤지, 혹시 바람 피웠거나 비리에 공모하는 식의 부적절한 관계는 없는지 등에 대해 샅샅이 뒤진다. 이렇게 뒤져서 나오지 않다가 내정 후에 결격사유가 나오면 자진사퇴하거나 철회할 정도로 매우 엄격하다.

가령 4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고 ‘최고 성과관리 책임자’로 지명된 낸시 킬퍼는 1995년에 가정부를 고용하고 실업보상세 298달러를 납부해야 하는데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가 10년 뒤인 2005년에 이자를 포함한 967달러를 납부했다. 당시 낸시 후보자는 ‘그때 깜빡했다’ ‘결국 나중에 납부했다’고 했지만 결국 물러났고, 오바마 대통령은 사과해야만 했다.

조금 더 멀리가면, 1989년에 미국 교육부 장관에 지명된 글렌 라우리 하버드대 교수는 20년 전 대학생 시절 등록금 대출을 받고 갚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고 청문회에서 “어려웠던 시절에 그랬다”, “수십 년 전에 그랬던 일이다”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물러난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 용서됐을 것이다. 그래도 납부했고 갚지 않았는가?라며 말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것마저 용서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엄격하다. 철저하게 인사시스템을 통해 청문회에 내보냈지만 결국 낙마한 것이다. 즉, 이러한 흠집이 있으면 수장 자리에 있으면서 자신에게 관대했던 부분에 대해 남에게 꼭 지키라고 엄격하게 할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사회 지도층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투기하고 위장전입하고 심지어 병역기피와 세금탈루를 해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낙마하기도 하고 발탁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의 청문회는 도덕성 문제가 부각돼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아직은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돼있지 않아 청문회에서 도덕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도덕성 검증을 끝낸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청문회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그러므로 지도자라는 자리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에게 매우 엄격해야 한다.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받더라도 국가에서 원하는 것을 솔선수범하며 지켜줘야 국민들은 믿고 따르게 돼 그만큼 이 사회는 청렴해 질 수 있다.

앞으로 국가의 지도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은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방식에 분노하고 비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힘들고 험한 길이겠지만 청렴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지역주의와 온정주의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이는 자치단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자에게도 해당된다.